회고 커뮤니티인 메모어와 과학기술원 회고 커뮤니티 아이겐벡터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블로그로도 기록을 남겨놓으면 좋을 거 같아 이렇게 기록을 시작한다. 슬랙에만 남겨놓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의 인생 기록들을 이렇게 블로그에도 남겨놓음으로써 내가 힘들 때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성장한 나를 보며 힘을 내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오만방자해졌을 때 지난 날의 나를 보고 겸손해지고 반성할 수 있는 그런 나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회고 커뮤니티인 메모어" 와 "과학기술원 회고 커뮤니티 아이겐벡터" 에서 활동하면서, 나만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동안 슬랙에 짧은 글로 남기던 회고를 이제 블로그에도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기록을 남기면 내가 힘들 때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장한 나를 보며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내가 자만하거나 방황할 때는 과거의 나를 보고 겸손함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의 회고 기록이 누군가에게 작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밥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취업 이야기가 나왔다. 면접까지는 이어지는데 왜 그 뒤의 결과가 좋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 친구는 내가 5월부터 상경해 고군분투하며 힘들었던 시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줬다. 최근 석사 논문 디펜스를 마쳤다는 친구는 이제 취업할지, 아니면 현재 진행 중인 창업을 이어갈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 친구도 백엔드 개발, 데이터 분석, 창업 등 제너럴리스트로써의 삶을 산 사람인지라 나의 고민이 정말 공감이 많이 간다고 했다. 그런 고민으로 많은 커피챗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보며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고 했다. 그러던 중 그 친구가 해준 한마디가 머리를 맑게 깨우는 느낌을 주었다.
"솔직함도 중요하지만, 내가 커피챗을 하면서 느낀 바로는 면접에서는 네가 일을 잘하고 똑똑하다는 걸 어필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내 커리어와 경험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데에만 몰두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창업에 눈을 뜨게 된 계기, 창업 커뮤니티 운영과 마케팅 경험, 중소기업에서의 기술영업 등 나의 다양한 경험들을 '스토리'로 엮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회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경력보다는 '필요한 경험과 역량'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역량을 회사의 업무와 어떻게 연결해 활용할 것인지에 더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까지 면접에서 제너럴리스트로서 다양한 경험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지만, 정작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무를 중심으로 내 강점과 적합성을 어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나는 제너럴리스트로서 다채로운 경험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지만, 정작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무에 필요한 강점과 적합성을 구체적으로 어필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내 경험의 '폭'보다 직무와의 연결성과 실질적인 전문성을 강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조언 덕분에 앞으로는 단순히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 강점이 직무와 회사에 적합하다는 신뢰를 줄 수 있는 '똑똑함'을 어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이번 주말에는 디자이너 커뮤니티 프롬에서 주최하는 '버킷리스트 워크숍'에 참여했다. 오랜만에 열린 행사라 설레는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반가운 얼굴도 있었고 새로운 인연도 생겨 즐거운 시간이었다. 여담이지만, 과거에 내 포트폴리오 리뷰 세션에 참관했던 분이 다가와 "3번이나 리뷰세션에 참여한 점이 정말 멋지다"며 인사를 건넸다. 부족한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동시에 내가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 워크숍은 한 해 동안 내가 성취했던 일, 기쁨을 느꼈던 일, 도전했던 일을 정리하는 활동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3년 후 내가 원하는 모습과 이를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막연히 머릿속에서만 떠돌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다 보니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며 내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모님을 설득해 상경하며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한 일, 수많은 면접을 보며 울고 웃었던 일, 그 과정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고 성장했던 일들. 내 노력과 도전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다는 걸 떠올리니 스스로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이제는 매주 회고를 쓰는 습관을 넘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탐구하고 나의 여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시간을 더 꾸준히 가지려 한다. 이런 과정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앞으로의 선택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곰곰이 돌아보니, 내가 기대했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경험 때문인 것 같다. 큰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나의 부족함과 정기회의시간의 부족, 시간 관리 등의 복합적인 문제들로 인해 예정대로 끝날거 같던 프로젝트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고, 내가 진심으로 다가갔던 인간관계도 결국 상대방의 이기적인 태도로 인해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취업 과정에서 받은 상처가 가장 컸다. 최종합격이 유력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던 회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느꼈던 허탈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회사 지원도 많이 하고 떨어져 본 경험도 많지만, 거절에 익숙해지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특히, 내가 준 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보답하길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는 그런 기대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감도 크다는 걸 몸소 배웠다. 내가 아는 정보를 나누거나 도움을 줄 때는 상대방이 그 가치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길 바랐지만, 가끔 상대가 그러는 모습을 볼 때면 내 마음이 싸늘해지고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나는 여전히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더 이상 상대에게 큰 기대를 걸지는 않으려고 한다. 기대치를 조정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도 줄어든다. 그리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보답이 돌아올 때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해는 쉽지 않은 한 해였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위한 기대치를 새롭게 설정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이제는 타인에게 기대를 거는 대신, 내가 만들어가는 작은 성취들에 집중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