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를 가지는 과정

Junho Yeo·2022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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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무언가 만드는 게 그냥 좋고 재미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거랑 똑같이 말하기만 하고 본인은 손에 더러운 걸 안 묻히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인간들이, 다른 사람들이 만든 걸 뺏어놓고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너무 역겹고 약간은 웃기다. 절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살 거다. 사실 고백하자면, 가끔은 나도 똑같아지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정말 무섭다. 다행히도 내 근처에는 날 바로 잡아주는 사람들이 많다. 진짜 고맙고 앞으로도 쭉 잘 부탁하고 싶다.

2) 작년의 나는 밖에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걍 요즘 드는 생각인데, 나는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그냥 어디서 본 것들을 대충 엮어서 뱉어내는 GPT 모델 같은 삶이야. 예전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의 능력이 부러웠다면, 이제는 그들의 사고와 인사이트가 부러워". 지난 내 생일날 비계에 썼던 글이다.

3) 하지만 올해 깨달은 것들 중 하나는, “인사이트”를 가지는 과정이 생각보다 별 게 아니라는 거다. 인공지능 모델이 맞다. 처음에는 입력을 닥치는 대로 받으면서, 입력과 별반 다르지 않은 출력을 내뱉는다. 그런데, 입력을 받고 또 받다 보면 그 안에서 가중치가 생겨나고, 임계값들이 조절되면서 출력이 조금씩 바뀐다. 결국 “식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생기기 시작한다.

4) 중요한 것은, 모델은 계속 “학습”이라는 걸 해야 발전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학습은 그냥 앉아서 생각하는 게 아니다. 양질의 데이터로 입력을 계속 넣고, 출력을 계속 뽑아보는 것이 학습이다. 그래서 얇팍한 지식이라고 부끄러워 아무말 안하고 있다가는 인사이트가 늘지 않는다. 계속 무슨 말이든 해보고, 남들 다 보는 곳에 글을 써봐야 한다.

5) 그래서 절대 상대방을 대할 때 있어서 출력이 미성숙하다고 까서는 안된다. 첫째는 그렇게 말하는 그 사람조차도 본인이 학습을 제대로 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게 그 사람이 예전부턴 생산한 데이터들(”경험”)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앞으로의 출력에 소극적이 된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는 이걸 가스라이팅이라고 한다. 여담으로 가스라이팅은 포브스 선정 자기가 말하면 진짜 재밌는데 본인이 듣게 되면 빡치는 단어 1위가 아닐까?

6) 아무튼 나는 아직 젊은 편이고 로블록스 세대가 나오기 전까진 그나마 일찍 시작한 편에 속할 거다. 아직까지는 이런 글은 나중에 보면 되게 어려 보일 거라고 비계에만 올렸지만, 그건 당연한 거니까 지금부터 계속 “학습”을 해 나갈 거다.

7) 작년 이 사진을 찍은 날, 나는 당신에게 “50억을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같은 날 내게 “아직 사업가들의 대화를 모른다"고 했던 당신은, 내게 어린 시절의 그처럼 부의 열망을 심어줬다고 착각하며 좋아했다. 아쉽게도 오늘까지 이걸 말해준 적 없는 것 같다만, 그건 틀렸다. 50억이 있으면 당신처럼 타인을 팔아 돈을 불릴 수 있을 거라는 말이였다. 하지만 난 올해 깨달았다. 당신의 돈은 내게 푼돈이다. 그리고 난 딱 그 정도 돈을 벌려고 그딴 짓은 안한다. 내 앞에 돈을 10배, 100배 불릴 기회는 수없이 많을 거다. 즉 우리의 환율은 1만 배 차이가 난다. 내 1원은 당신의 1만원이다. 당신의 말 하나에 소심해진 나 따위는 이제 없어졌으니까, 내년에는 많은 게 달라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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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헙.구경,부탁.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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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3일

오랜만에 포스팅 올리셨네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깊게 공감하고, 많은 생각이 드는 포스팅입니다.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