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해커톤 회고록...

전준연·2025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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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나는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2025.11.10)을 기준으로 약 5일 전에 2025 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 연합 해커톤에 다녀왔다. 이번 해커톤은 내 생애 첫 해커톤이자, 다른 마이스터고 학생들과의 첫 협업 경험이었다. 이 글에서는 그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내가 느낀 해커톤이라는 행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해커톤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의 생각

글을 본격적으로 이어가기 전에, 먼저 내가 해커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부터 이야기해보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커톤을 그리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솔직히 2박 3일 동안 아무리 열심히 개발을 해도 실력이 눈에 띄게 늘 것 같지도 않았고, 대부분의 해커톤 프로젝트는 단기성이라 해커톤 이후에 유지되거나 발전되는 경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요즘은 v0, Claude, MCP 같은 AI 도구들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 "가봤자 AI 딸깍만 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현실적인 부분을 빼놓을 수 없는데, 상금 규모 역시 매력적이지 않았다. 이번 해커톤의 경우 대상(장관상) 상금이 4인 1팀 기준 40만 원이었다.

가게 된 이유

사실 처음에는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앞서 말했듯 해커톤에 대해 가지고 있던 회의적인 생각도 있었고, 내가 학교 입학 지원 서비스를 개발/운영하고 있었는데, 최종 결과 발표 일정이 해커톤 기간과 겹쳤기 때문이다. 나는 문제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인원이 많을수록 좋다고 판단했어서, 선생님이 처음 참가를 권유하셨을 때 이런 이유들을 하나씩 말씀드리며 정중히 거절했었다.

하지만 해커톤 관련 업무를 맡으신 선생님들과 교감 선생님께서 "가기 싫어도 막상 가면 좋은 경험이 될 거야"라며 여러 차례 권유하셨고, 결국 하는 수 없이 참가하기로 했다.

게다가 장관상을 제외한 다른 상들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상을 목표로 나가야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솔직히 상금이 몇백만 원 정도였다면 망설임 없이 참가했을 것 같다.

당일날 ~ 이틀날

그렇게 해커톤 당일이 되었고, 나는 기숙사에서 짐을 챙겨 해커톤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위에서 말했던 입학 지원 서비스의 합격자 최종 발표가 오전 10시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다행히 아무런 문제 없이 발표가 잘 진행되어 버스 안에서까지 해커톤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약 3시간 반 정도를 이동해 해커톤장에 도착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른 학교 팀원들도 하나둘 도착했고, 서로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평소에는 늘 같은 학교 친구들과만 프로젝트를 하다가 처음 보는 다른 학교 학생들과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니 꽤 어색했다.

게다가 하필이면 나를 포함해 팀원 전원이 MBTI가 I 성향이라, 개발에 필요한 이야기 외에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쉬는 시간에는 오히려 같은 학교 친구들과 더 즐겁게 지냈던 것 같다.

그래도 팀원들은 나와 달리 자발적으로 참가한 사람들이었기에, 민폐가 되지 않으려는 마음에 나름대로 열심히 참여했다. 결국 이틀 동안 하루 3~4시간씩 자며 개발에 몰두했다. 이거 때문에 1년 가까이 끊었던 카페인에도 다시 손을 대게 됐다.

마지막 날

드디어 마지막 발표날이 되었다. 진행자 분이 심사위원들을 소개해주실 때, 많은 학생들이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이틀째까지 각 팀을 돌아다니며 멘토링을 해주시던 현업 개발자 멘토님들이 열 분 가까이 계셨는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그분들이 심사도 같이 하시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발표날이 되자, 전혀 예상치 못한 처음 보는 기업 대표님들이 심사를 맡는다는 발표가 있었다. 순간 여기저기서 "어?" 하는 반응이 나왔고, 나 역시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편견일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기업 대표분들은 기술적인 부분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멘토님들이 "이 팀은 기술력이 강점이니 기술적인 완성도로 승부해보세요"라고 조언했던 팀들이 오히려 심사 때 "이게 맞나?" 싶은 평가를 받는 일도 있었다. 실제로 MCP를 사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한 팀이 있었는데, Q&A 시간에 한 심사위원님이 "MCP가 뭐죠?"라고 물어보신 순간, 약간의 묘한 정적이 흘렀다.

결과

결과적으로 상은 받지 못했다. 사실 아쉬움은 거의 없었다. 애초에 장관상을 제외한 나머지 상들은 받아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장관상을 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마무리

글을 마무리하며, 이번 해커톤을 통해 느낀 점을 정리해보려 한다.

첫 번째로, 해커톤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팀원들과 이틀 동안 만든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내 작업이 다 끝나고 시간이 남아 명세서를 그대로 복사해 v0에 프롬프트로 넣고 다듬을 부분만 수정해보니, 이틀 동안의 내 작업이 20분 만에 끝나버렸다. 게다가 Supabase MCP를 활용해 DB와 로그인 기능까지 구현해보니, 팀원들과 만든 프로젝트보다 훨씬 안정적인 결과물이 나왔다. 이때 약간의 현타를 느꼈다.

두 번째로, 학교마다 기술 스택과 컨벤션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었다. 우리 학교는 모든 웹 프로젝트를 Next.js로 개발하는데, 다른 학교들은 거의 Next.js를 쓰지 않고 React만 사용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패키지 매니저도 차이가 있었는데, 우리 학교는 주로 npm이나 pnpm을 사용하는 반면, 다른 학교는 Yarn을 선호한다고 해서 흥미로웠다.

세 번째로, 마음만 먹으면 프로젝트를 빠르게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기획에 큰 재능이 없지만, 팀원 중 한 명이 준비해온 아이디어에 살을 조금 붙이자 나름 괜찮은 기획이 나왔다. 또한 AI를 거의 쓰지 않고 대부분 직접 개발했음에도, 집중해서 작업하니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던 점이 놀라웠다.

이 정도가 해커톤을 진행하며 느낀 점이다. 하지만 처음에 말한 해커톤에 대한 내 생각은 1도 변하지 않았다. 해커톤에 나가는 것은 자유지만, 지인이 해커톤에 나간다고 하면 권유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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