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티머니 교통카드 출시!

꾸Jun·2025년 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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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경험

애플페이 티머니 교통카드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노들섬을 가는 길에 바로 사용해봤다.

몇 년 전, 일본 삿포로 여행에서 애플페이 스이카를 처음 써봤을 때의 경험은 꽤 충격적이었다. 보통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폰. 하지만 한국에서는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이 손에 든 휴대폰과 별개로, 주머니에서 지갑이나 카드를 다시 꺼내야만 했다. 삿포로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들고 있던 아이폰을 단말기에 가져다 대니 '삑' 소리와 함께 결제가 끝났다. 이 경험이 너무 좋았기에, 한국에서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렸다.

출시 소식을 듣자마자 지갑 앱을 열어 교통카드를 추가했다. 티머니를 선택하고, 미리 등록해둔 현대카드를 통해 3,100원을 충전했다. 모든 과정은 순식간에 끝났다. 그리고 '익스프레스 모드'를 켠 뒤 버스를 탈 때 아이폰을 단말기에 태그했다. 화면에 티머니 로고가 뜨면서 깔끔하게 버스비가 지불되었다. 삿포로에서 느꼈던 그 편리함 그대로였다.



어떻게 티머니, 스이카, 현대카드를 구분할까?

그런데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내 아이폰 지갑 앱에는 이번에 등록한 티머니 외에도, 일본 여행 때 등록한 스이카, 그리고 결제에 사용하는 현대카드까지 총 3개의 카드가 있다. 어떻게 버스 단말기는 이 셋 중에서 정확히 '티머니'를 알아보고 결제한 걸까?

짧은 지식으로나마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마도 단말기에서 먼저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 아닐까? 예를 들어, 스이카 단말기는 "스이카 카드 있어?"라는 신호를 주변에 보내고, 티머니 단말기는 "티머니 카드 있어?"라는 신호를 보내서 아이폰과 통신하는 방식일 것 같았다.

여기까지가 내가 처음 했던 추측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거의 맞았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니, 이 편리함 뒤에는 훨씬 더 정교하고 안전한 기술적 약속이 숨어 있었다.


편리함의 이면: 기술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1. 단말기가 먼저 카드를 찾는다.
내 생각이 맞았다. 한국의 버스 단말기는 무작정 카드를 읽는 게 아니라 "나는 티머니(혹은 호환 카드)만 읽을 수 있어!"라는 고유한 신호를 계속해서 주변으로 보낸다. 아이폰의 NFC 칩이 이 신호를 감지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2. 진짜 핵심, '보안 요소(Secure Element)'의 등장
여기서부터가 진짜 기술의 영역이다. 아이폰이 티머니 신호를 감지하면, 이 요청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운영체제(iOS)가 처리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폰 내부의 '보안 요소(Secure Element)'라는 독립된 하드웨어 칩으로 바로 전달된다. 이 칩은 일종의 '디지털 금고'로, iOS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3. 'PassKit'과 '앱릿(Applet)' 심기
그렇다면 이 '디지털 금고' 안에 티머니는 어떻게 들어가 있을까? 애플과 티머니 개발자가 만나서 지갑 앱 코드를 함께 짠 걸까? 절대 아니다.

우리가 지갑 앱에서 '카드 추가'를 누를 때, 애플의 'PassKit' 프레임워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다.

  • 요청: 사용자가 "티머니 카드 추가할래"라고 누르면, PassKit은 티머니 서버와 안전하게 통신을 시작한다.
  • '앱릿(Applet)' 전달: 티머니는 애플의 규격에 맞춰 제작한 아주 작은 프로그램, 즉 '티머니 앱릿'을 애플 서버를 통해 아이폰으로 보낸다. 이 '앱릿'은 실제 플라스틱 티머니 카드 칩의 소프트웨어와 거의 동일한 역할을 한다.
  • 금고에 심기: 최종적으로, 이 '티머니 앱릿'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보안 요소' 칩 안에 안전하게 설치된다.

즉, 티머니는 애플이 설계한 '금고' 규격에 맞는 '보석함(앱릿)'을 만들어 전달하고, 애플은 이 보석함을 금고 안에 넣어주는 역할을 할 뿐, 서로의 핵심 기술을 공유하지 않는다.

결국 버스 단말기에 아이폰을 태그하는 순간, 단말기는 보안 요소 안에 잠들어 있던 '티머니 앱릿'을 직접 깨워 통신하는 것이다. iOS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인증 없이도 빠르고 안전한 결제가 가능하다.



느낀점

아직 K패스와 기후동행카드는 지원하지 않아서 실사용을 하는 경우는 많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삿포로에서 막연히 부러워했던 경험이 내 일상이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단순한 '삑' 소리 한번을 위해 얼마나 많은 기술적 고민과 약속이 배경에 깔려있는지 알게 되어 더욱 흥미로운 하루였다.



참고 및 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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