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검토 기간 중 일주일이 넘어도 연락이 오지 않길래.. 서류 심사에서 불합격을 했구나 생각하던 찰나에 문자로 합격 통보를 받아 급하게 2일 후 면접을 보러 갔다.
ICT 인턴십 사이트에서 기업 팁을 통해 1:2 면접 또는 n:m 면접일 수도 있다고 사전에 알아두고 갔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하여 회사 건물 1층 카페에서 모닝 커피를 하고 있었는데 누가봐도 젊게 생긴 분이 오셔서.. 아.. 면접이 n:m 면접이겠구나 직감했다.
그렇게 둘이서 어색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사가 위치한 층으로 올라갔다.
면접은 학년부터 시작해서 좀 천천히 스몰토크로 들어갔다. 사실 면접이라기엔 애매했다.
동아리 면접 같이 기술 질문이 하나도 없었고.. 인성 면접 + 사적인 질문? 뭐 그런 식이었다.
자기소개는 내가 준비했던 대로 막히지 않고 술술 잘 이야기했다.
면접관께서도 두 분 다 FM으로 준비하셨네요! 라고 하셨다.
네. 주로 사용하는 언어와 엔진은 C#과 Unity 엔진이며 이를 이용하여 다양한 게임을 제작한 경험이 있고, 제작하고 싶은 게임을 문제 없이 제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는 C++과 Cocos2d-X 프레임워크를 이용하여 모바일 게임을 제작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면접관께서 Cocos2d-X 공부 경험에 대해서 조금은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거 같았다.
맞습니다. 한국어 문서는 전무한 수준이라 입문하기 어려웠지만, 공식 문서와 중국어, 일본어로 쓰여진 문서를 번역해가며 공부를 했습니다.
이들을 봐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프레임워크의 헤더 파일들을 직접 하나씩 열어보며 하나하나 세세히 알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냥 끄덕끄덕 하셨다.
제 장점은 집요함과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Cocos2d-X를 공부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중국, 일본 문서를 번역하고 헤더 파일들을 직접 열어보며 공부한 경험이 있으며 이를 통하여 게임을 제작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 단점은 의욕이 과분하게 넘친다는 점입니다. 의욕이 넘쳐서 이것 저것 일을 좀 많이 벌려놓는 스타일인데 이게 매우 안좋은 단점이라고 생각해서 근래에는 우선 순위에 따라 할 일을 순서대로 정리해두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와. 대답하기 어려웠다. 내가 잘하나? 못하나?
잘 다룬다고 해도 현업자 입장에선 그냥 귀요미일 뿐일테니..
이 질문에서 '아 떨어지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용 디지털 교육 컨텐츠 제작 회사다보니 들어온 질문같다.
저는 굳이 게임 회사를 선호하지도 않으며 회사의 크기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제가 게임 개발을 지망하게 된 계기는 제가 어렸을 때 게임을 좋아했으며 게임으로부터 얻은 즐거움과 추억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주고 싶어서인데 이 방향성만 일치한다면 어떤 회사든 지원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방향성과 수학과 교육과 게임을 결합한 디지털 컨텐츠를 제작하는 귀사다보니 매우 잘 맞을 것 같고 저와 기업 모두 좋은 방향으로 성장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어떤 회사든 지원할 것 같다고 한게 문제였나. 모르겠다.
면접관께서 그래도 회사의 규모는 신경써야죠.. 돈 벌려고 하는건데.. 라고 하셨고..
나는 우스갯소리로 '돈 벌려고 게임 업계에 들어오지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아쉬울 것도 없었고 바라는 것도 없었다.
면접 방식이 썩 맘에 들지 않아서 합격해도 그만 불합격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불합격했다. 어쩔티비. 더 노력해서 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