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만뷰 웹소설 작가였던 내가 개발자가 되었다

Jay·2024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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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올바른 방패 사용법'은 2020년 07월, 177화로 완결되었다. 그 이후 대학교를 졸업한 나는 어느덧 2년차 개발자가 되었다. 웹소설 출판은 다소 이색적인 경험이라 개발자 모임에 참석하면 종종 관심을 받게 된다. 그리고 첫 질문은 늘 "어쩌다가 웹소설을 쓰게 되셨어요?"였다.

웹소설을 쓰게 된 계기

학부 시절, 글쓰기 강좌를 수강한 것이 시작이었다. 글쓰기는 졸업 필수 교양 과목이었고, 교수님은 기말고사 대신 단편 소설을 집필해 제출하는 과제를 내주셨다. 공대생이었던 나는 글쓰기와 거리가 멀었다.

학점을 위해 노력했지만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아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큰 기대 없이 과제를 제출했는데, 교수님께서 내 이름을 부르시며 글에 재능이 있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리고 학생들 앞에서 내 소설을 낭독해 달라는 뜻밖의 요청까지 받았다.

A+가 적힌 성적표를 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생각에 잠겼다. '만약 글쓰기가 내 재능이라면, 이걸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조사 하던 중, 진입 장벽이 낮고 빠르게 성장하는 웹소설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웹소설 출간의 과정

웹소설 작가가 되는 과정은 웹툰 작가와 비슷하다. 네이버 웹툰의 베스트 도전처럼 무료연재를 하다 출판사의 컨택을 받으면 작품을 계약하고 플랫폼에 출간한다. 도전을 결심한 나는 목표를 세웠다. 겨울 방학 동안 글을 써서, 출판사의 연락을 받으면 휴학하고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자고.

장르는 판타지로 선택했다. 웹소설을 읽어본 경험은 '달빛 조각사'가 전부였고, 특별한 전문 지식도 없었지만, 영화나 게임 또는 만화책을 통해 익숙한 장르였기 때문이다. 겨울 방학 동안 유명한 웹소설을 읽으며 분석했다.

'왜 웹소설의 문장은 이렇게 짧을까?' 그 이유는 독자들이 주로 모바일을 통해 짧은 시간에 글을 소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왜 회귀물이 이렇게 많을까?' 장르 소설의 본질은 대리만족에 있으며, 이는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은 청년층의 욕망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렇게 분석과 글쓰기를 반복하던 중, 출판사에서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베테랑 편집자님의 도움 덕분에 카카오페이지 심사를 통과하고 작품을 출간하여 완결까지 이룰 수 있었다.

데뷔작부터 메이저 매니지먼트와 계약해서 웹소설 플랫폼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카카오페이지에 출간하였고,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수익도 발생했다. 5년차 편집자님 말씀에 따르면, 웹소설 작가 지망생 중 1%도 되지 않는 사례라고 하셨다.

이 흐름을 타고 다음 작품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았다. 웹소설계의 기안84를 꿈꾸며 차기작을 구상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웹소설을 그만두게 된 이유

글이 도무지 써지지 않았다. 써도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기를 반복했다. 기준은 높아졌지만 기본기는 그대로였다. 데뷔작 때는 한 화 분량을 채우는 데만 급급했고, 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부족했다. 그 결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성장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 대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1. 성공의 불확실함을 감수하고 이 시장에 올인할 것인가.
  2. 복학하고 개발자가 되어 안정적인 직장을 다닐 것인가.

결정은 2번이었다. 웹소설은 언제든지 쓸 수 있지만, 개발자는 언제든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웹소설을 시작한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함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금은 개발자

네, 좋아합니다.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해서 인생 대부분을 일하는 데 할애한다. 그래서 나는 일이 즐거워야 인생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기계공학을 전공한 내가 웹소설에 도전하고,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이유다.

글쓰기 경험은 구직 활동에서 몰입 경험으로 면접관 분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또한 글쓰기 능력에 개발 지식을 더해 프로그래밍 서적 집필이라는 새로운 기회도 얻게 되었다.

특히 큰 자산이 된 부분은 논리적 글쓰기였다. 웹소설, 문학, 게임에서 세계관을 구성하는 과정은 논리적 대전제를 세우는 작업과 비슷하다. 이 대전제를 기반으로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논리에 따라 행동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독자가 캐릭터의 서사나 행동에 이질감을 느낀다면 이는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논리적이지 않은 글이라는 뜻이다. 이런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 독자는 글 읽기를 중단하게 되고, 연독률 저하와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그래서 글을 쓸 때 항상 논리적 흐름을 신경 쓰는 습관이 생겼다.

코딩도 논리적 글쓰기와 유사하다. 코드를 구조화하고 의도를 독자(컴퓨터 혹은 작업자)에게 논리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물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글쓰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작업의 기본 원리는 비슷하다. 이러한 논리적 사고 방식 덕분에 더욱 구조적이고 명확한 코드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웹소설 작가와 개발자는 전혀 다른 직업이라 한때는 웹소설 출판 경험이 개발자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마치며

지금은 개발자로서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글쓰기도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블로그 포스팅이나 기술 서적을 집필하는 형태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나 혼자만 ChatGPT-20' 같은 개발자의 이야기를 담은 웹소설을 쓰게 될 지도 모른다.

Connecting the dots
경험의 점들이 이어져 인생이 된다.
Steve Jobs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나의 선택에 따라 그 흐름이 달라진다는 점이 재미있는 것 같다.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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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7일

웹소설 출간 이야 재밌네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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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5일

와, 정말 멋진 이야기네요! 웹소설 출판으로 개발자 모임에서 주목받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겠어요. 글쓰기 강좌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예상치 못한 재능을 발견한 것은 정말 행운이에요. 웹소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도전한 것도 대단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영감과 성취를 얻기를 바랍니다! https://www-panoramachar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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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6일

우오ㅓ 웹소설 들어가 봤는데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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