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온전히 군대에서 보낸 1년 이자, 제가 살아온 22년 동안 가장 큰 성장을 했던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군 생활을 누구보다 알차게 보내고 싶었기에 가능한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덕분에 개발 · 디자인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1년 동안 함께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올 한 해는 디지털 제품에 집중했습니다.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스스로 진행할 수 있는 풀스택 메이커가 되고자 했기 때문인데요. 2022년 동안 그 목표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또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돌아봅니다.
의무경찰로서 20대 대선을 준비하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후보의 공약과 정보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전투표 전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부대 내 구성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유력 후보 2명의 공약과 정보를 정리한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빠르게 제품을 만들고 검증하면서 MVP라는 개념을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 경험이 필요한 시점에 도전했던 챌린지입니다. 규칙적인 챌린지를 일과, 근무와 병행하기란 정말 어려웠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챌린지를 완주하였습니다. 폰트, 크기와 같은 Design Fundamental을 기른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조금 더 과감하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군대라는 환경을 이용해 만든 군 장병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정말 사용자의 문제를 풀어보고 싶다는 갈망에서 출발했습니다. 선, 후임, 동기들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면서 인터뷰를 했고, 선임과 함께 군 장병들의 문제를 찾아 효율적인 목표 관리 서비스의 부재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후 React Native를 활용하여 MVP를 만들었고, 앱스토어에 출시하여 가설을 검증했습니다.
단순히 디자인과 개발 프로세스만 보았을 땐 정말 만족스러웠지만, 실제 장병들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기에는 MAU 7명이라는 처참한 지표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작년에 온라인으로 참석했던 Junction X Seoul 해커톤의 경험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부산에서 진행하는 Junction Asia 2022 해커톤에 꼭 참석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참가자로 선정되어 제 군 생활 마지막 휴가를 태워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오프라인 해커톤이니만큼 도전적인 팀원들을 직접 모아 팀을 꾸렸고, 마이크로소프트 트랙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제가 만들었던 solift의 경험을 활용해 마이크로소프트 Teams를 위한 OKRs 관리 앱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트랙에 도전했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자인 시스템인 Fluent UI를 활용해서 앱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디자인 시스템을 실제 제품에 적용해 보았는데요. 생각보다 너무 매끄러운 디자인 Handoff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멋진 팀원들과 디자인 시스템을 알게 된 최고의 해커톤이었습니다.
정션 해커톤 부스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던 SONUS 팀과 함께한 프로젝트. 당시 뭔가 느낌이 좋아서 연락처 남겨드리고 프로젝트에 바로 합류했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팀을 보니, 디자이너가 총 2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화면 설계를 맡고 비주얼적인 부분은 다른 디자이너께서 해주기로 하셨습니다. 기획자와 함께 처음으로 화면 설계를 같이 해보았는데. 혼자 제품을 만들 때는 경험하기 어려운 기획자의 관점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정션 해커톤에서 만났던 벡엔드 개발자분께서 42world라는 팀에 디자이너로 함께하는 것을 제안 주셔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42world 팀에서는 42seoul이라는 코딩 부트 캠프 학생들을 위한 커뮤니티인 42world를 만들고 있었고, 나름 사용자도 있었지만 프로젝트의 확장을 위해 주니어 개발자들의 커뮤니티로 피봇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 시점에 첫 디자이너로 합류했던 것이고 새롭게 디자인 리뉴얼을 맡아 진행했었습니다.
그러다 디자인에서 프론트로 핸드오프 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비효율을 느꼈고, 42world만의 오픈소스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다들 문제에 공감해 주셔서 42world Design System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황이 되었지만. 3달 넘게 Framer와 리액트 프로젝트를 위한 오픈소스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면서(현재진행형) 디자인과 개발 양쪽에서 납득 가능한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군대 동기 형과 같이 만들게 된 Henge라는 제품입니다. 3D 데이터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서비스인데. 입대 전까지 3D 디자인을 하기도 했었고, 데모를 보았을 때 굉장히 실험적인 UI와 그걸 구현할 기술력에 매료되어 바로 합류했습니다. 정말 똑똑한 팀원들이 모여 베타 제품까지 개발해 론칭했고. 순수예술, 산업디자인, 운송 디자인을 하는 창작자와 메이커를 초대해 서로의 작품을 공유하는 Henge Show까지 기획하여 진행했습니다. 진짜 사용자와 만나 호흡하면서 정말 만족스러운 제품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Figma나 illustrator처럼 디자이너와 예술가를 위한 SaaS를 만들고 있기에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함께 브랜드와 이야기를 디자인 전반에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디자인의 상향 평준화로 인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점점 UI 디자인에서 사라지고 있는데요. Henge에서 이 문제를 풀어내려고 굉장히 노력 중입니다.
디스콰이엇 플랫폼에서 만난 블록커스터의 성열님과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 사업 아이디어 101 프로젝트를 보고 인상 깊어 커피챗을 요청드렸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핏이 잘 맞아 PMF 찾아가는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한 약 120가지의 아이디어를 리스팅 해서 하나씩 랜딩 페이지와 데모를 디자인해서 지표를 파악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지표를 보고 총 2개의 프로젝트를 도출했고, 시장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40~50대 남성들을 위한 쇼핑몰인 미드시온을 만들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 초기 제품도 나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굉장히 기대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인스타그램 광고에 뜨길래 호기심 하나로 지원했습니다. 기존 해커톤과 다르게 정말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게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잡플래닛처럼 누구나 쉽게 정당을 알아보고 가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기획했고, 많은 인사이트와 도전을 받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한창 비주얼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커지던 시기 여기어때에서 주니어 디자이너들을 위한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신청했고, 9:1(?) 정도 되는 경쟁률을 뚫고 12월 1일에 여기어때 Design Talk에 참석했습니다. 같은 주니어 디자이너분들과의 소통도 좋았고, 평소 비주얼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관련된 고민들을 여기어때 디자인 헤드분들과 나눌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네트워킹 행사에 자주 참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대 동기와 함께 참여했던 NFT 해커톤입니다. 동기와 기획했던 HIT THE FROG라는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NFT를 붙여보자는 아이디어를 디벨롭해서 DAO를 만들었습니다. 블록체인이나 NFT가 뭔지 하나도 몰랐는데 덕분에 그게 뭔지는 조금 알게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곧 병역의 의무까지 마친 진정한 성인이 됩니다. 앞으로 제가 찍어갈 점들이 두렵기도 하고 또 굉장히 기대됩니다. 이제 담대하게 세상에 부딛치며 저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려고 합니다. 2023년엔 디자인 엔지니어로서 메이커들과 창작자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쉽게도 1년 넘게 생활한 부대가 해체되고 새로운 부대에서 23년 전역을 맞이하지만, 올해 군대에서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신 2중대 소대장님, 부관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