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활동 회고

Kay·2020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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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글은 매우 깁니다.

코알못 비전공자가 주니어 개발자로 취업하기 까지..

지난 1월, 첫 직장을 그만뒀다.
12주 과정의 부트캠프를 수료하고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약 50일 동안의 구직활동 기간 중, 총 109 곳의 회사에 지원했다.
이 중에서 서류합격 10 곳, 면접 진행은 5 곳, 감사하게도 최종 오퍼는 3 곳.
다음주부터 출근하게 되었다.

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나?

모든 면접에서 왜 비전공자가 다른 일을 하다가 개발자로 전향하려 하는지 궁금해하셨다.
앞선 여러 회고에 적고, 면접 자리에서 대답했지만 오늘은 포장되지 않은 날것의 이유를 적어보려 한다.

사실,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 회사를 너무너무 그만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성취감이 없는 업무가 제일 괴로웠다.
오늘 하루 잘 버틴 것이 가장 잘한 일이었다.

연차가 조금씩 쌓이면서, 성장과 발전을 포기하고 적당히 YOLO 하며 살 수 있을 것같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좋은 동료들 덕분에 버텼는데, 생각해보니 회사를 그만둬도 그들은 평생 만날 수 있을 것같았다.

그런데, 갈 수 있는 회사가 없었다.

일어일문학 전공, 유통계열 회사에서 만 5년 근무.
순환근무 제도에, 유난히도 인사이동이 많았던 나는 어떤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아니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워 새로운 일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나이도 어리지 않아서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틈만나면 "미래 유망직종, 연봉 높은 직업 OO 순위" 같은 것을 검색해봤다.🤦🏻‍♀️
그러던 중에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고 관심이 생겼다.

틈틈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 해보니 잘 모르겠지만 일단, 재미가 있었다.

태어나서 공부가 재밌다고 느낀게 처음이라,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공부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었다.

'있는 바퀴를 재발명 하지 말라'며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누는 개발자들이 멋져보였다.
단순히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서 선택한 '도피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개발자가 멋있어 보여서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트캠프를 등록하고 회사를 때려치웠다.

그래서 실제로 개발해보니 좋았나?

아직 현업 개발자로 일해본 경험은 없지만, 5개월차 개발 꿈나무(?)로서 개발은 재밌고 성취감이 엄청나다.

일단 부트캠프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부트캠프 덕분에 단기간에 많은 지식들을 때려(?)넣었다.
파이썬의 p도 모르던 사람이 한 달만에 api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많았다.
구현하고 싶은 기능이 있는데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적도 많았다.

갖가지 시도를 해도 하려고 하는게 잘 안 되면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듯한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문제는 해결이 됐다.
그리고 그 때의 성취감은 그동안의 괴로움을 모두 날리기에 충분했다.

그런 나날들이 쌓여 어제의 나보다 n주, n개월 전의 나보다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게 너무 뿌듯했다.
그리고, 너무 힘들지만 너무 재밌고 행복한 그 상황을 온전히 나눌 수 있는 동기들이 있었다.

사이드프로젝트도 너무 즐거웠다.

부트캠프를 수료하고 동기들과 함께 BF-TEST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처음으로 만들고 싶은 것을 기획 단계부터 만들어보았다.
같이 공부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어느 새 개발자가 되어 작지만 소중한 서비스를 뚝딱 만들어 내다니!

솔직히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또 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겼다.
그리고 그 것들을 언젠가는 하나씩 만들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너무 즐거웠다.

❕더 길고 상세한 BF-TEST 후기는 여기

배부른 고민을 하게 되기까지

부트캠프도 잘 수료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재밌게 마치고나니 취업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력서를 거의 50군데 가까이 뿌렸는데도 서류합격이 거의 안 됐었다.

주니어개발자로서 어떤 부분을 어필해야 할지 잘 몰라서, 그리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더 어려웠던 것같다.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고 이력서 피드백을 받아 4-5번 정도 이력서를 갈아엎었다.
그러고 나서야 서류합격 빈도 수가 올라가고 면접을 진행하는 건 수도 올라갔다.

하루에도 몇 건 씩 서류 탈락 연락을 받으면서 멘탈이 흔들릴 때는

'내가 정말 개발자로 일할 수 있을까?'
'내가 회사를 고를 처지가 아니라 나를 골라주는 회사에 무조건 가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같다.

그런데 그런 내게도 배부른 고민을 하게 될 날이 왔다.
면접을 진행했던 회사들 중 세 군데에서 감사하게 오퍼를 주신 것이다.

개발자로 일하는 건 처음이라 어떤 회사를 골라야할지 너무너무 고민이 됐다.
또 오퍼를 받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인데 감히 내가 거절을(?) 한다는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고민해서 결국 한 곳의 회사에 출근하기로 결정했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신입 개발자로 회사를 고를 때 고려했던 사항을 기록으로 남겨 보려 한다.

스택
솔직히 뭘 배워도 도움은 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했던 스택, 공부하고 싶었던 스택이라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오래해서인지 '감'이 좋은 편이다.
긴장되고 불편한 게 당연한 면접에서 조차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곳이 있다면 좋은 곳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이 회사에서 일하면 좋겠다'
'이 분하고 일하면 많이 배울 수 있겠다'

라는 느낌을 주는 회사에서 실제로 일하게 된다면 좋지 않을까?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들던 곳은 곱씹어 생각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같다.

연봉과 복지
연봉과 복지는 다다익선.
하지만 업무강도가 너무 세서 개발자를 붙잡아두기 위한 최후의 수단은 아닐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적당한 선에서 시작해서 실력과 연봉을 함께 늘려가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생각했다.

출퇴근, 근무환경
나 스스로를 돌보면서도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인지.
이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출퇴근이 너무 길지 않은지, 너무 일찍 출근하거나 너무 늦게 퇴근해야하진 않는지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또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지, 내가 그들에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일지도 찬찬히 생각해보려 했다.

그런데 사실, 처음부터 완벽한 회사를 고르고자 하는 마음은 버리는 것이 좋다.

예리님과 상담을 할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신입 개발자로서 회사를 고를 때는, 연봉도 사수의 유무도 사실 크게 중요치 않다.
어차피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
다만 최소 일 년 정도 마음붙이고 다닐 만한 환경인지, 그정도만 보면 된다.

하지만, 개발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회사와 대화가 통하지 않거나, 막말을 하는 회사는 걸러야하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해주신 말씀이어서 였는지 힘이 되고 든든한 말이었다.
신입 개발자로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회사를 골라야 할지 기준을 세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정답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더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테니 뭣이 중헌지 스스로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같다.

다시 선택할 수 있다 해도 개발자!

현업 개발자가 아니어서 할 수 있는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일'이라면 또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개발 공부를 하면서 만났던 개발자들은 거의 모두 개발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일하면서 하루종일 개발하고, 틈틈히 공부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읽어보면 좋을 글들을 찾아 공유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시 개발자로 전향을 생각하고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충분히 적성에 맞는지를 알아보고 뛰어들기 바란다.

생활코딩, 인프런, 유데미, 패스트캠퍼스 등등 공부하려 마음만 먹으면 맛볼 기회가 충분히 있다.
공부해보고 충분히 고민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다시 선택할 수 있다 해도 개발자를 선택할 것이다.

처음 개발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몰랐다.
지금은 내가 모르는게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평생을 공부해도 '나 이제 이정도 공부했음 됐어' 라는 생각을 하게될 날은 없을 것이다.
끊임없이 공부해야하고, 어리고 똑똑한 친구들이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할머니가 되어서도 개발을 할 수 있을지..
언제까지 개발을 즐길 수 있을지 조금 자신이 없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금 너무 좋으니까, 꽤 오랫동안은 꾸준히 재밌게 할 수 있을 것같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나?

면접의 단골 질문이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막연하더도 어떤 개발자가 되고싶은지 생각해보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보면,

같이 일하고 싶은 개발자
여기에는 깔끔한 코드나 인성, 협업 능력 등이 해당된다.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개발자
이건 솔직히 개발자라면 필수인 듯..

많이 벌고 많이 나누는 개발자
많이 버는 건 개인적인 바람, 나누는 건 배움의 기회, 경험, 지식 등등 살면서 받은 것들을 많이 나눌 수 있는 개발자가 되면 좋겠다.

CTO 가 되고 싶은지 CEO가 되고 싶은지의 거창한 문제는 아직 미정이다.

앞으로도 어려움이 많이 있겠지만은 지금 개발자로 일하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쁘다.
이 마음 잊지 말고 꼭 좋은 개발자가 되어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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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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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3일

취업 축하드려요! 꽃길만 걸으세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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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4일

저두 곧 회고!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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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4일

우리 백엔드 뭘해될님 💕 아직 저도 뭘 잘 모르지만 저에겐 이미 벌써 너무 같이 일하고 싶은 개발자에요. 개발자로 맺은 첫 인맥이 경희님 같은 분이라 행운입니다. 당신의 의지와 센스를 믿어요!! 우리 같이 많이 벌자~~ 우리 케이 하고싶은거 다해~!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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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1일

인기글 타고 왔어염~ 경희님 다시 한번 넘 축하드려요!!
진짜 타고난 개발자쓰~~ 동굴을 비추는 백애운두 횃불!!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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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7일

축하해요! 창창한 앞날을 응원해요! 첫 출근도 전에 이런 생각을 한다니 멋진 개발자가 될 것 같아요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