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없었습니다. 아마도 우연인지, 운명인지, 타이밍인지 모를 그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제 주변에는 단 한 명의 개발자도 없었습니다. 코딩과 전혀 관련없는 공부를 했고, 코딩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했었습니다. 잦은 인사이동과 성장과 발전이 없는 직장생활에 회의감을 가지면서, 문득 ‘지난 5년 동안 난 무엇을 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경력이 쌓이고 내 성과가 쌓이는 일.
그것으로 인정 받고 그에 맞는 대우를 받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개발자라는 직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자꾸 관심이 가서 주변에 건너건너 개발자가 있는지 수소문도 해보고 책도 읽고 강의도 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코딩이 뭔지도 모르고 살다가 코딩에 관심을 가지고 개발자가 꿈이 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던 것같습니다.
파이썬 기초 책을 사서 3분의 1 정도 보고, 아이폰 앱 기초 강의를 구입해서 정말 간단한 앱을 딱 하나 만들다 지치고.. 이러다가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개발자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어떤 언어를 선택해야할지, 어떤 교재나 어떤 강의가 좋은지 잘 모르겠고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게 너무 답답하고 막막했습니다.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함께 공부하며 서로 동기부여 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교해봤던 부트캠프들 중 기간이 가장 짧았고, 입학 시험같은 조건 없이 원하는 일정에 맞춰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오프라인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수강생이 포기하지만 않으면 한 사람 한 사람에 진도를 맞춰 낙오자 없이 개발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솔깃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서 자부심과 진실함이 느껴져서 ‘아 여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기 형민님께서 보석같은 비유를 하나 남기셨는데요. 백엔드를 깜깜한 동국속에서 횃불 하나 들고 길을 헤메는 모습같다고 하셨습니다.어두운 터미널에서 에러를 찾아서 고치는 기뻐하고 그런 모습이 딱 그려지지 않으시나요?
제가 백엔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답이 있어서” 입니다. 에러에는 오타를 냈던, 모듈을 임포트 안 했던, 디비에 데이터가 없던 뭔가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찾아서 고쳐주면 코드가 잘 돌아갑니다. 가독성이 좋은 코드는 누가 봐도 보기 편하고 효율적인 코드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기준에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백엔드 개발자라면 공유할 수 있는 ‘답’과 같은게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이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백엔드를 선택했습니다. 당분간 이 동굴세계를 깊고 넓게 탐험해보고 싶습니다.
1차 프로젝트 발표를 딱 40분 앞두고 팀원 AWS RDS가 랜섬웨어 공격을 당했습니다.
작업하던 데이터베이스가 다 사라지고 데이터를 복구하고 싶으면 비트코인을 내놓으라는 메세지만 남아있었어요. 급하게 로컬 서버로 돌리고 일부 API는 제 AWS 서버에서 돌렸지만 2주동안 준비한 내용을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해서 아쉬웠었죠.😢당시에는 등에서 식은 땀이 나고 무척 당황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기억에 남고, 재밌는 경험이었던 것같습니다. 실제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백업 서버를 만들고 보안을 철저하게 해야한다는 교훈도 얻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짜여진 커리큘럼, 쾌적한 환경 이외에도 위코드의 강점은 많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너무너무 좋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초고퀄리티의 커뮤니티'를 자랑하고 싶습니다.
"도라이는 어디에나 있다. 어떤 집단에 속했을 때 이상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본인이 이상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자꾸 생각나서 걱정될 정도로 멘토님들도 동기님들도 한 명 한 명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덕분에 12주동안 너무 재밌고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
매일매일 함께하던 때와 같을 순 없겠지만, 3개월 하고 땡 안녕이 아니라 오래도록 만나고 싶은 사람들. 성인이 되어서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정을 줄 수 있다는게 참 신기했습니다. 현업에 나가서도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곳. 또 나도 빨리 성장해서 도움을 주고 싶은 곳이 생겼다는게 참 마음이 든든합니다.
세상에.. 이 소즁한 후기를 이제야 보다니 ㅠㅠㅠ 경희님 완전 감동쓰 ㅠㅠㅠㅠ
도라이는 어디에 있나... 제가 바로 범인이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개월동안 넘넘 고생 많으셨어요 ㅠㅠ 경희님은 사랑...💕💕
앞으로도 개발 길만 걸어요~ 이번주 순시고??????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