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과 재수 시절을 합쳐 수시 12곳과 정시 6곳을 모두 컴퓨터공학과를 지원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프로그래밍을 대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개발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내가 어쩌다가 개발자의 꿈을 가지게 된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 폼생폼사 라이프라 '개발자'라는 단어에 혹한 것 같다.
하지만 적성에 안 맞는 것도 아니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 있고, 누군가가 내가 만든 걸 사용할 수 있고
이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뭐라도 만들어 내야 했다.
개발 경험을 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했다.
학교에서 자율프로젝트와 캡스톤을 비롯해 선배가 하는 스타트업에 참여했다.
이 모든 경험들이 나를 쉽게 개발자로 만들어줄 줄 알았다.
개발자가 부족한 시대라고들 말하니 취업 걱정 따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이 모두 문과인데 학교 생활 내내 각종 대외활동과 인턴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걸 보면서도 '나는 저런 거 안해도 괜찮아' 하며 안주했다.
최근 하나 둘 씩 졸업을 하며 대기업 인턴을 하고 정규직을 하고..
코로나 때문에 취업하기 어렵다는데 내 친구들은 어떻게 그리들 잘 가는지
멋있었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중소 벤처 기업을 운영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대기업에 대한 꿈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막연하게 돈은 많이 벌고 부유하게 살고 싶었지만
능력껏 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가족들도 큰 기대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다들 진심이신지 농담이신지 모르겠지만
"너는 컴퓨터공학 나와서 아빠 회사 가면 되니까 좋지?"라는 말을 꽤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절대로 낙하산 인사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마음 깊은 곳 한 켠에서는 나름대로 그 말에 기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취업 준비 같은 거 할 일이 전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점점 나를 옥죄는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4학년 졸업 전에 다들 취업 많이 하지?"
"너희 아빠는 삼성 갔었어. 너도 첫직장으로 삼성전자 같은데 가야지."
"학교로 기업에서 스카우트 많이 하러 오지?"
갑자기 인생에 없던 난관이 발생한 것이다.
그저 아빠회사만 가라던 가족들이
대기업 이야기를 꺼내고
또 주변 친구들은 어떻게 그리들 취업을 잘하는지
친한 친구들의 취업 소식을 가족들께 전할 때마다
나도 그만큼의 결과는 당연하게 보여주어야한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만 갔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경력 쌓고 능력만큼 일하면서 배우고,
인생에서 최종적으로만 좋은 곳에서 일하면 된다고 생각해왔던 나는
지금은 대체 어떤 길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
사실 취업을 꼭 당장 하고싶지도 않았다.
졸업하고 공부하고 내 개발 영역을 넓혀서 준비가 되면
코딩테스트도 응시하고 가고싶은 회사에 입사하고 싶었다.
그러나 상반기 채용이 하나 둘 열리고 주변에서 많은 말을 들어오면서 없던 조급함이 생겼다.
빨리 취직하지 않으면 부모님께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하나,
상반기 채용시즌에 일자리를 구하지 않으면 정말 길게 공백이 생길텐데
그렇다고 나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상반기를 포기하고 하반기를 노려야하나,
그런데 하반기 때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들로
머릿속이 너무나도 복잡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조차도
머리가 복잡해서 갈피를 못 잡는 상태이지만
방금 자기 전에 양치하려고 화장실에 갔다가
상반기 채용시즌이 얼마나 남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되더라도 안되더라도..
물론 되길 바란다만
그게 안되더라도
하반기 채용 때는 꼭 준비된 모습으로 도전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나와서는
이 다짐을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또 영원히 안할 것만 같아서
적게 되었다.
앞으로 나의 블로그는
나를 어디로 이끌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는 이 글의 해답에 대해 작성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내일부터는 하루하루 내가 한 일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다른 블로그와 같을 필요는 없다.
어떤 분야, 어떤 언어, 어떤 깨달음이든 범주따위는 없다.
그냥 내가 한 것을 쭉 나열해 적을 것이다.
지금부터 시이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