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무] 발표가 끝난 후

Curric·2025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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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의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난 지 이틀이 채 되지 않았다.

마음속에는 5주간 차곡차곡 쌓인 여러 감정이 한데 뒤섞여 있다.이 감정들은 마치 분리수거처럼 하나씩 꺼내어 정리해야 하고, 그 과정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같다.

그래서 지금은, 가장 최상단에 PUSH된 감정을 풀어보고자 한다.

후련

더디게만 흐르던 시간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엔 시공간을 구부릴 만큼의 강한 중력은 없지만, 가끔은 시간이 비선형적으로 흐르는 듯한 착각을 준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그랬다.

2주 차까지만 해도 “도대체 이게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마지막 2주는 시간의 흐름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마치 48시간이 24시간처럼 순식간에 흘러갔다.

막막

무언가가 끝나고 나면 으레 드는 감정이다. “이제 뭘 하지?”

군대를 전역했을 때도, 대학을 졸업했을 때도 그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산을 겨우 올라오고 나니 이제는 내려갈 일이 남았다. 다 내려가면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정상에 서서 내가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고, 아래로 펼쳐진 풍경을 찬찬히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정리되고 방향을 잡는 일도 생각만큼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감사

4주차 땐가,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하루였다. 새벽 두시인가, 물 뜨러 나가는 길에 강의실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이 새벽에 27명 모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어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유심히 보았지만, 빈자리는 여전히 없었다. 그 장면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이러한 현장의 분위기가 나에겐 맘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반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위로가 됐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구나. 우리는 다 함께 뭔가를 만들어 가고 있구나.”

같은 조는 아니었기에, 그들의 결과물이 내 작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묘한 연대감과 유대감이 들었다.

이 자리를 통해, 그런 장면을 만들어준 반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것은 누가 연출한 장면도, 대의를 위한 연기가 아닌, 각자의 몰입이 모여 완성된 진짜 장면이었기에 더욱 뜻 깊게 다가왔다.

내게 고마움을 준 사람들인 만큼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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