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TIL을 기록하진 어언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 되짚어보자.
물론 귀찮아서, 게을러서라는 이유를 부정할 수 는 없겠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내 나름 생각과 계획이 있었고 그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조금씩 그 과정들을 풀어보자.
내가 가장 많이하는 질문 = 왜?
난 뭐든지 이유가 있어야 할 맛이 난다. 쉽게 말해 동기부여가 되지않으면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내가 해야하는 일을 왜 해야하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등등 내 스스로도 설득하지 못하고 납득이 안되는 일은 그냥 "이걸 왜 하고있지?" 라는 생각에 집중이 잘 안되는 편이다.
당연히 그동안 TIL을 열심히 작성했던 것도 그 행동에 대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지금도 가끔씩 전에 기록해둔 TIL을 보며 도움을 받을 때도 있지만 멈추기 직전의 TIL들은 뭔가 형식적으로 내가 오늘 한 것들을 기록해야된다는 압박감에 작성한 느낌이다. 내가 나중에 찾아보지도 않을 것들, 그다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일부러 찾아서 기록해두는 식으로 변질된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서 답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예 안써보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진짜 필요한 일인지 의심이 들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냥 아예 안해보는 것이다. 그럼 어찌저찌 대충이라도 할때는 몰랐는데 아예 안하고나니 보이는 것들, 발생하는 문제들, 다시 깨닫는 필요성들로 하여금 내 스스로 "왜?"라는 질문의 답으로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 답을 얻기까지의 하던걸 갑자기안하는데 생기는 부작용은 당연히 있지만 오히려 그 부작용이 크면 클수록 앞으로는 꼭 해야한다는, 더 큰 동기부여가 되더라)
그렇게 한달정도 TIL에 대한 관심을 끄고 보니 확실히 필요성(= 내가 하는 일을 기록하고, 동기부여를 얻기 위한 행동의 필요성) 을 느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왜하고있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 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또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등등 넓은 바다에 길을 잃은 배처럼, 눈감고 걷는 것처럼 앞이 캄캄했다. 자, 이제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난 TIL을 계속 쓰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귀찮아서?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높은 확률로 정답일 것이다)
아까 느낀 필요성을이 TIL을 쓰지않아도 다른 것으로도 만족된다면? 당연히 같은 논리로 다시 TIL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내 스스로 느낀 필요성 을 TIL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소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바로? 태스크 관리 다.
사실 내가 "태스크 관리" 라고 이름을 멋대로 붙였지만 내가 전부 만들어낸 프로세스는 아니다. 입사 후 초기부터 회사 내부적으로 업무 관리를 위한 새로운 프로세스로 "TODO 관리" 를 도입하여 TODO(할일)로 업무를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 상위 개념이 "태스크"였다. 예를 들면 내가 어떤 "태스크" 를 맡으면 그를 위해 어떻게 할지 "할일" 을 적는 식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프로세스 관점에서 할일은 구체적인 일정을 기록해두는 곳이 아니라 달력에 일정을 표시하듯 하루 할일을 체크하는 스케쥴링 개념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추상적이고 실제 내가 한 일과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그전까지는 그렇게 나에게 의미가 크지 않았는데 "태스크 관리" 라는 새로운 방법을 이용해서 이를 해결한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기존의 "TODO 관리" 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거였다. 할일이 태스크의 하위 개념으로 붙어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동떨어져있다는 것이다. "태스크"를 위해 내가 앞으로 해야하는 일에 대한 정보, 이슈, 계획 등등을 "기록"해 둘만한 곳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종의 그 중간다리 역할로 "타임라인" 을 만들었다. 타임라인은 내가 맡은 "태스크"를 위해 진행해야하는 전체적인 일정들을 시계열로 나열하고 그 일정들도 세부적으로 각각 또 다른 일정으로 나눠질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나의 큰 "태스크" 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서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지금 어느위치에 있고,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그 전에는 무슨 일을 했었는지 등등을 쉽게 "관리" 할수 있었다. 때문에 타임라인을 각각 태스크별로 따로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나의 타임라인에서 볼 수 있게하니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과 이슈, 기록들을 한번에 볼 수 있어서 굳이 TIL을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다시 TIL을 쓰려는 이유는 분명히 "태스크 관리" 가 충족시키지 못한 필요성을 다시 느꼈기 때문이다.
업무에 대한 일정관리나 기록에 대한 필요성은 충족되었지만 그외것들을 위해서는 또 TIL이 필요하다는 것을 3개월동안 깨닫게 된 것이다.
내 스스로 해야하는 이유와 동기부여를 얻은 만큼 앞으로는 TIL을 기존처럼 형식을 다 맞춰가며 "이쁘게" 쓰려고 하기보단 그때그때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회고하는 역할로 사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