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성찰이 목적인 글인 만큼, 다른 글과는 달리 평어로 작성하였습니다.
2달(!)에 걸친 원격 근무와 휴가 기간의 막바지에서, 출국을 준비하며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올 해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꿈같은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던 2025년을 돌아보며,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2026년을 맞이하고자 한다.
통상 부트캠프를 수료한 이후 다음 단계는 '현업 개발자가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대부분의 수료생들과 마찬가지로 수료 이후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딱히 다른 길을 개척해 갈 동기나 의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월 초반까지 온전히 취업 준비에 집중할 마인드를 가지기 힘들었다.
수료 직전 시점부터(11월 말) 우테코에서 연계해 주었던 모 독일 기업의 개발자 채용 전형에서 최종 면접을 마치고 아주 탱자탱자 놀면서 결과를 기다리던 상태였다. 하지만 여기저기 채용 제의를 받았단 소식이 들려오는 와중에도 확답을 받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졌다. 결국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쉬움을 품은 채로 연초부터 다른 기회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지막 면접을 마친 뒤로는 세 달,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끝에 채용 제의를 받았다. 물론 이것은 두 달 간의 준비로 얻은 직접적인 성과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끝에 취준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그 기간 동안 직접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취업이 유난히 어려운 요즘 같은 상황에서, 단 두 달 만에 현재 한국의 개발 시장이 요구하는 이른바 ‘경력 같은 신입’ 개발자로 완벽히 준비를 마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스스로 다독이고 발전하는 경험을 맛볼 수 있었다.
약점이라고만 여겨왔던 알고리즘과 CS를 다시 학습하고, 우테코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복습하여 블로그에 정리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갔다. 이 반복적인 기록과 학습의 시간이 결국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알고리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코딩 테스트를 요구하는 기업에 지원하는 것조차 망설이곤 했지만, 매일 백준과 코드트리를 풀며 그 두려움을 조금씩 마주한 끝에 결국 극복할 수 있었다는 점은 큰 수확이었다.
이러한 수확들과 함께, 수료 이후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던 기간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회사 측의 처음 계획대로였다면 입사가 3월이었을 터인데, 늦은 오퍼로 인해 6월로 미뤄졌다.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품어왔다. 가까운 나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온 적은 있었지만, 해외에 정착해 생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기대감은 더욱 컸다.
오퍼를 받은 2월 말부터 출국이 예정된 5월 말까지, 약 세 달의 시간이 주어졌다. 20대가 된 이후로 역대급으로 여유로운 기간이었다. 이 시간 동안은 ‘합법적 백수’로서, 노는 시간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그렇다고 마냥 놀지만은 않았다. 온전히 집중해 공부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CS와 코루틴, 컴포즈 관련 서적을 다시 읽으며 감각을 유지하려 했다. 시간적 여유 덕분에 블로그도 유난히 열심히 작성했는데, 이 시기에 쓴 글들이 지금까지 가장 분량이 많다. 글을 쪼개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피드백을 들을 정도였다.
다만, 이 기간 동안 여행을 조금 더 길게, 많이 다녀오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시 오기 어려울지도 모를 긴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아직 개발자로서 많이 부족하다는 메타인지 탓에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완전히 즐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이때의 공부가 입사 이후 분명한 도움이 되었기에, 선택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그렇게 지내다 보니 3달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고, 5월 말 장거리 비행에 올라탔다. 첫 장거리 비행이었는데 한 자세로 앉아있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회사에 입사해 처음으로 프로젝트 코드를 마주했을 때의 인상은 한마디로 ‘방대하고 복잡하다’였다.
미시적인 단위로는 코드가 이해하기 어렵진 않았다. 코틀린을 쓰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바라본 프로젝트는 전혀 달랐다. 여태까지 접해보지 못한, 멀티 모듈 기반의 자체적인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있었고, 함께 사용되는 툴과 SDK의 종류도 상당히 많았다. 그 동안 진행해왔던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소규모 팀에서 복잡도가 낮은 기능만 구현해 본 탓에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현재 속해 있는 조직의 프로젝트 규모가 한국의 이른바 슈퍼 앱들과 비교할 만큼 압도적으로 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면, ‘대체 슈퍼 앱들은 어떤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입사한지 7개월이 다 된 지금까지 팀에서 다루고 있는 모듈들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다. 내년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프로젝트 전반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
팀의 개발 문화는 꽤 이상적이라고 느껴졌다. 우테코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방법론들이 팀에서도 자연스럽게 실천되고 있었다. 테스트 코드, 코드 리뷰, 애자일 기반 일정 관리, 데일리 미팅, 데모, 회고 등... 좋다고 생각했던 문화가 꽤 잘 이어져오고 있었다.
심지어 작년에 그토록 했던 페어 프로그래밍도 회사에서 자유롭게 이루어졌다. 의지만 있다면 (혹은 개발을 잘 못 했을 때) 언제든 페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분명 성장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얼마나 적극적으로 배우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이 이미 깔려 있음을 느꼈다. (즉 나만 잘 하면 된다...)
회사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정말 좋은 멘토를 만난 점은 큰 행운이다. 같은 팀의 시니어 엔지니어인 멘토는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처음 접해보는 툴이나 기술을 쉽게 풀어 설명해주었다. 방대한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위해 매일 오피스로 출근하며 질문을 쏟아냈고, 그 결과 멘토는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가장 많은 교류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많은 대화를 나눌 수록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사고의 흐름에 대한 인사이트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멘토 덕에 어떤 코드를 작성하든 일단 의심하고 고민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0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미 만들어진 것 위에 어떤 기능을 수정하거나 추가할 때 큰 고민 없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곤 했다.
하지만 복잡도가 훨씬 높은 프로덕션 코드는 전혀 달랐다. 보기에는 매우 단순해 보이는 기능을 추가한 적이 있었는데, 당장 문제없이 동작하는 것처럼 보였음에도 멘토는 여러 근거를 들어 해당 구현이 왜 적절하지 않은지 설명해주었다. 마치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벽돌 하나를 잘못 쌓아 장기적으로는 무너질 가능성을 안고 있는 건물과 같다는 설명이었다. 그 순간에서야 이론적으로만 이해하고 넘어갔던 미래지향적인 코드를 작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변경 사항을 적용할 때마다 그것이 프로젝트의 큰 흐름과 구조를 해치지 않는지 먼저 고민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단순히 빨리 개발하는 데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선택을 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단계이지만, 이 연습 자체가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이론적으로 알고 있다고 여겼던 것들이, 막상 처음 구현해보는 상황에서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던 상황이 종종 있었다. 그렇게 개발을 마친 뒤 리뷰를 받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관련 내용을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직 체화되지 않은 지식이 많음을 느꼈다. 일례로 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프래그먼트 생명주기 관련 실수를 하여 블로그에 관련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러한 간극을 하나씩 줄여가며, 특정 지식에 익숙해져 있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고 싶다.
프로젝트에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앞으로 반드시 풀어가야 할 중요한 도전 과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개발자들이 다양한 AI 도구를 프로젝트에 자연스럽게 녹여 활용하고, 그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습을 볼 때면 부러움이 들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 아직 AI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비교적 간단한 디버깅이나 테스트 코드를 작성할 때는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구현, 특히 비즈니스 로직 영역에서는 여전히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팀에서 구현하는 기능들이 수많은 외부 및 인하우스 SDK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보니,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그림을 해치지 않는 코드를 생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느껴졌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제미나이 프로를 사용해 보았을 때도, 프로젝트가 지닌 방대한 맥락을 아직까지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 두 가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이 주제들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팀원들과 깊이 논의해 보고 싶다.
연말에 원격 근무 22일과 휴가 16일, 여기에 주말과 공휴일까지 더해 거의 두 달 동안 한국에서 지냈다. 워라밸 측면에서 회사와 팀으로부터 정말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는 점에 감사한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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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 베를린 -> 프랑크푸르트 -> 인천
한편으로는 원격 근무 기간 동안 8시간에 달하는 시차를 어떻게 극복하며,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공식적으로 팀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중 단 한 시간뿐이었다. 이 제약 속에서 신입으로서 거창한 기여를 하기는 어려웠지만, 최소한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일들은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다행히 원격 근무는 큰 문제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만 이는 위의 노력들 덕분이라기보다는, 객관적으로 아직은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는다는 사실과 팀원들의 배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한국 시간으로 밤 10시에 진행되던 데일리 미팅을 오후 6시로 조정해 주었고, 멘토 역시 개발 관련 논의 일정을 적극적으로 맞춰주었다. 그 덕분에 이후 팀원들이 도움이 필요로 할 때 더욱 적극적으로 응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여담으로 한국에서 근무하는 기간 동안, 작업하고 있는 서비스가 좋지 않은 내용으로(대규모 시위 등) 언론에 보도되는 모습을 접하며 복잡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서비스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원격 근무를 마친 후, 12월에는 꿀 같은 휴가를 즐겼다. 특히 독일에서는 못 먹었던 한식을 실컷 먹고, 여행을 다니며 지냈다. 특히 오사카에 있던 날들이 벌써부터 그립다. 내년 휴가에는 더 많이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를 돌아보면, 엔지니어로서 큰 성과를 냈다거나 기술적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안드로이드 개발자라는 역할을 넘어, 회사원으로서 일하는 방식과 태도를 배웠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기술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더 노력해서 더 큰 성장을 이뤄내고 싶다.
이제 내일이면 다시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내년에는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공부든 일이든 노는 것이든 잘 해내고 싶다.
또 다시 시간이 흘러 후회 없이 내년 회고를 작성할 모습을 상상하며 글을 마친다!
케이엠 회고 잘 읽었어요!
저도 회사를 다니면서 고민하거나 얻은 경험들이 비슷해서 더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독일 회사의 문화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26년도도 같이 화이팅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