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필자는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졸업할 때가 되어버린 어느 지방대의 컴공생임을 미리 밝힌다.
분명히 내 대학생활은 파란만장했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다.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수행해 보기도 하고,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과제를 동기와 붙잡고 씨름하기도 하였고, 동아리를 들어 활동도 하는 등 적어도 학교만 열심히 다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4학년이 되어서야 문득 '난 개발자로 취업해야 하는데 깃헙 계정도 없다는 게 말이나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깃헙 계정이 없는 컴공 4학년생이 있다?!?!
나는 그야말로 속칭 'X신TV'의 주인공이 되었다. 증거가 없단 건 '나는 무슨무슨 개발자요' 행세조차 할 수도 없음을 의미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아무리 열심히 플젝을 한들, 과제를 열심히 한들 기록이 하나 없어서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제서야 나는 X됨을 감지하고 GitHub 계정을 만들기에 이르고, 그 뒤로 작업한 모든 코드를 GitHub에 올리기에 이른다. 이제서야 '개발자 코스프레'를 하게 된 상황.
하지만 나는 '찐 개발자'가 되어야 했지 '개발자 코스프레'가 되어서는 안 됐다.
4학년이 되어서야 git을 처음 써 본 컴공생이라니 상상이 가는가? 그도 그럴 것이, 협업을 하더라도 지극히 소규모였고 함께 프로젝트를 개발하던 친구나 동기들도 git을 잘 몰랐다. 아니, 어쩌면 내가 물어보지 않았기에 '깃알못'인 나를 배려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4학년이 되어서야 만져 본 깃과 깃허브는 굉장히 낯설었다. commit은 뭐고 branch는 뭐고 push는 또 뭐란 말인가? 개발자들이 흔히 하는 농담도 이해하지 못하는, 오히려 내가 낯선 사람이 된 격이다.
이 때부터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모두 GitHub에 업로드하고, 서로 부딪혀 가며 삽질을 한 결과 드디어 걸음마는 겨우겨우 떼게 되었다.
사실 이 글은 작년 연말 위기감에 젖어 쓰다가 임시저장 후 방치해 둔 것이다. 그때와 지금 GitHub 프로필은 사뭇 다르고 졸업 예정자가 아닌 공학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역량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개발자 코스프레에서 진짜배기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오늘부터 개발 블로그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