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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프로덕트를 만드는 메이커가 대다수는 창업자가 아닌 실무자 분들과 취준을 하는 분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분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 구직이 어렵다면서 아래 고민들을 많이들 얘기해 주시고요.
“요즘 신입 채용 공고가 없어요”
“서류 넣어도 계속 떨어져요, 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계속 IT 동아리하고 부트캠프하면 되는 건지 확신이 안서요”
“AI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봐 고민돼요”
이런 고민을 들으면 제가 종종 하는 말들이 있는데요, 다른 취준생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글을 써봤어요. 구직이 막막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기 전에: 이 글은 제 경험을 토대로 쓰였기에, 하드테크나 기술적 역량이 우선시 되는 분야 등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IT 동아리/해커톤에 운영진이나 멘토 등으로 참여하면서 봤던 사이드 프로젝트들 중 대다수는 포트폴리오가 되어줄 수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2가지입니다.
단순히 취미로 만드는 거라면 위 2가지 이유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목적(구직, 이직, 부수입, 창업 등)이 있다면 문제가 됩니다. 회사는 그냥 코딩 잘하고 UI 디자인 예쁘게 하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채용은 최소 N천만원, N개월이라는 시간을 사용하는 큰 비용이 드는 의사결정이고, 그런 결정을 하는 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잘 쓰인 채용 공고를 보면 아래와 같은 것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채용 공고를 보고 어떻게 해야 될까요? 답은 단순한데, 그 문제를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최소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문제 해결력에 대해서 선호하는 우선순위는 아래와 같을 겁니다.
그러므로 만약 타겟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의 채용 공고를 보거나 최근에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알아내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3개의 디스콰이엇 팀 사례를 가져와봤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사례보다 디스콰이엇 팀이 직접 경험한 것을 공유하는 것이 더 와닿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디스콰이엇 CEO 현솔이 산업 디자이너였던 시절에 Amazon Go 채용팀의 연락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저는 NewDealDesign이라고 하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IoT전문 디자인 컨설팅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회사에 일하면서 Fitbit, Google Ara폰, 여러 스타트업들의 IoT기기를 디자인 하는 일을 했는데요, 그러면서 IoT기기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맡았던 프로젝트 중 인텔에서 360 Realsense라는 센서기술을 활용해 다음 세대 컴퓨팅 경험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360 Realsense는 인텔의 주장에 의하면 3차원 공간, 어떤 물체의 소재, 무게, 크기, 물체 간의 거리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였는데요, 저희는 이를 바탕으로 적용 가능한 UX와 컴퓨터 기기를 디자인하는 일을 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앞으로 컴퓨터 비전이 세상을 바꾸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무인 패션몰을 기획해 블로그글을 적고 SNS에 퍼뜨려봤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Amazon Go 채용팀으로부터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는데요, 이때 Amazon에서 생각보다 굉장히 오랫동안 무인 스토어라는 컨셉을 시도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런 컨셉을 실현시키기에는 정말 많은 자본과 고난이도의 기술적 문제 해결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현솔이 Amazon Go의 채용 공고를 보고 일부러 무인 패션몰을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만약 Amazon Go에 취업하고 싶었다면 동일한 실행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 스스로를 예시로 삼아보면, 저는 디스콰이엇 이전에 아무 경력도 없고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 복무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1)실제 임팩트가 나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다, 2) IT 업계 사람들과 네트워킹 하고 싶다는 니즈를 갖고 직접 J2KB라는 코딩 커뮤니티를 만들고, JunctionX Seoul 해커톤 운영진으로 활동했습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역하면 직접 IT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잘 맞는 팀에 조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SNS에 올렸습니다. 우연히 현솔이 이 포트폴리오를 보게 되었고, 마침 디스콰이엇엔 저의 IT 커뮤니티 빌딩 경험이 필요해 첫 번째 멤버로 합류를 제안받았습니다.
올해 4월에 디스콰이엇에 개발자로 합류한 쿼츠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1600명의 사용자를 모으고 유료 결제 유저를 얻는 등의 경험을 글로 적었습니다. 이 글에서 문제 정의나 실행력 등을 볼 수 있어 인상 깊었고, 몇 번의 커피챗/인터뷰 끝에 저희 팀에 합류했습니다.
혼자서 만든 첫 서비스가 1600명의 사용자를 모으기까지 - 2023년 회고
개발 1년차, 이력서 없이 커피챗으로 이직하기 - 2024년 상반기 회고
비슷한 맥락에서 읽어보면 좋을 글입니다.
그 사이드 프로젝트 안 하시는게 어떨까요?
나에 대해 소개하는 것은 보통 이력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우선 이력서에 대해서 먼저 얘기해 보자면, 현실적으로 채용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매일 많으면 수십수백 개의 이력서를 읽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쓸법한 내용으로는 채용 담당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력서의 본질은 세일즈와 동일합니다. 서비스가 잘 팔리기 위해선 어떤 기능이 있고, 누가 만들었고, 사용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주는지가 명확해야 하는 것처럼, 내 역량/경험/잠재력을 이력서에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떤 경험이 있고, 무슨 문제를 풀 수 있으며, 같이 일하면 어떻게 될지를 읽기 쉽게 작성하면서 호기심을 갖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력서뿐만 아니라 SNS나 블로그 같은 곳에서도 동일합니다.
물론, 나를 표현하기 전에 실제로 많은 시도를 통해 얻은 경험이 많아야 좋은 이력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경력이 없는 취준생, 주니어라면 위에서 말한 의미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최소한의 시도를 해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이력서 작성과 관련해선 디스콰이엇 CTO 워니가 쓴 글 내용이 좋아서 공유합니다.
개발자 이력서 작성하기 (feat. 이력서 공개)
이력서 작성 외에, SNS에 기록을 잘 남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채용 공고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누가 먼저 나에 대해서 봐줄 일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든 무엇이든 자신이 실행하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계속 기록해야 합니다. 저는 SNS에 기록하지 않음으로써 잃는 것이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구직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 목표, 그리고 시장 동향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자주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기록해야 합니다. 이는 메타인지를 높여 요즘 채용 시장에서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빠르게 포착하게 도와줍니다. 새로운 기회란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효과적인 구직 방법을 알아내거나, 필요한 것 같은데 아무도 하지 않는 사이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발견하거나, 기업에 필요한데 아직 채용하지 않는 포지션을 파악해 먼저 제안하는 등의 것들을 얘기합니다.
IT 업계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합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드는 직군(개발자, 디자이너, PM 등)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제품을 한 번 런칭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 발굴, 고객 인터뷰, 제품 개발, 런칭하는 모든 과정에서 런칭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런칭했다는 결과만을 기록하고 축하하곤 합니다. 이는 소프트웨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팀에 구직하거나, 대회에서 수상하는 것도 이를 이루기까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배움과 성장은 이 과정에서 나옵니다. 이를 기록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두면 기억이 나지 않아서 배움과 성장이 희석됩니다. 잘 기록함으로써 배운 것을 오랫동안 잊지 않을 수 있어요.
사실 3번이 핵심인데요. 인터넷은 물리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런 인터넷 공간에 자신의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은, 인생과 커리어에 있어 수많은 잠재적인 기회를 날려버리게 됩니다. 단 몇 개의 기록이라도 꾸준히 남겼더라면, 원하던 기업의 누군가가 우연히 보고 내부에 추천을 해줄 수도 있을 텐데요.
그래서 SNS나 블로그에 자신의 경험, 프로젝트, 생각 등을 공유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드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단순히 구직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기회로 이어지니까요.
기업은 이익을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그중에서도 인건비는 대다수 기업에서 가장 큰 비용 지출 중 하나에요. 그렇기 때문에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회사들은 사람을 줄이는 결정을 합니다. 근데 단순히 경기가 안 좋은 것 말고도, 애초에 사람을 채용하는 것보다 더 비용 효율적인 선택지가 있다면, 그걸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요즘 AI가 딱 그렇습니다. AI가 Workflow를 아예 대체해버리거나, 10명이 필요한 걸 1~3명 수준으로 할 수 있을 만큼 효율화를 시켜주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솔직히 신입, 주니어 분들이 기회조차 얻기 힘든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전통적인 코딩, 디자인 공부를 할 게 아니라 새로운 도구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사용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도구가 나올 때 그것을 무시하고 원래의 방식을 고수하던 사람들은 기회를 얻지 못했어요.
아래는 큼직한 기술과 도구가 만든 변화들이에요.
기술 | 등장하기 전 | 등장 | 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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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1950년대) | 수작업으로 계산 및 데이터 처리 | 대형 컴퓨터의 도입 | 전통적인 계산원의 감소, 컴퓨터 기술을 가진 새로운 직군 등장 |
인터넷 (1990년대) | 오프라인 서점, 마트, 백화점 중심의 쇼핑 | 아마존, 이베이 같은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 |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 감소, MD/라이브커머스/물류 및 배송 등에서 새로운 직종 등장 |
모바일 (2010년대) | PC 중심의 인터넷 사용, 제한적인 이동성 |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급, 모바일 앱 생태계 형성 | 앱 개발자/UXUI 디자이너 수요 급증, 인플루언서 등장 |
AI (2020년대) | 인간의 지식 노동 | ChatGPT | ??? |
마지막으로 최근 X에서 바이럴 되고 있는 어린 자녀가 Cursor라는 AI 코드 에디터를 활용해 프롬프팅 만으로 게임이나 웹사이트를 만드는 영상을 공유해요. 물론 한 아이의 아버지는 Cloudflare의 VP DevRel이긴 합니다 ㅎㅎ
구직하시는 분들이 더 의미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인사이트를 주고, 실제 유저를 모으기 위해 런칭하고 마케팅하는 과정을 통해 최소 1번의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PMC S24 프로그램 멤버를 모집하고 있어요.
PMC S24는 3주 동안 프로덕트 만들면서 유저 1,000명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선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 유저와 대화하는 법, 마케팅과 세일즈 등 기존에 하던 개발/디자인 공부와는 결이 다른 것들을 하게 됩니다. 또한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툴이나 팁도 공유해 드리려고 해요.
아래 2개의 선택지에서 후자를 원하시는 분들은 PMC S24에 참여해 보세요. 많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무도 안 쓰지만 예쁜 UI와 클린한 코드로 서비스 만들기
vs
디자인 구리고 스파게티 코드여도 1,000명이 사용하는 서비스 만들기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