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때는 언제 끝나나 했지만 돌아오니 너무나 짧게 느껴졌던 구름톤이 끝났다.
해커톤 경험이 많지 않고 외부 해커톤에 대한 경험은 더더욱 부족했기에 정말 겁을 많이 먹고 갔는데 끝나고 보니 지원하길 너무나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행복한 해커톤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구름톤에 대해 아예 무지했었다.
함께 대외활동을 했던 친구가 대외활동 톡방에 같이 지원할 사람이 있는지 물어봐서 링크로 소개글을 보게 되었는데 카카오 본사에서 각종 교육과 해커톤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과, 학교에서 알고리즘 조교를 하면서 조금씩 써봤던 ide, 교육지원 플랫폼인 구름에서 제공하는 해커톤이라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게 느껴져서 지원했다.
무엇보다 제주도로 가서 해커톤을 한다는 것만큼 큰 지원동기는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제일 편하면서도 무서운 것이 오로지 지원서 만을 보고 합/불이 결정되는 것이니까, 나름대로 영혼을 담아서 작성했다. 지원서에는 동기,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 그동한 해온 프로젝트 경험 등을 쓰는 칸이 있었는데, 글자 수 제한이 없어서 정말 마음만 먹으면 끝도 없이 작성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생각없이 양치기로만 작성하면 오히려 읽힐 것 같지 않아서 최대한 '나 정말 정성스럽게 작성하고 있다!' '나 이 해커톤 정말 하고 싶다!'라는 티를 글 사이사이에 내면서 작성했던 것 같다. 특히 아이디어란에는 나름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참신하게 키워드대로 잘 쓴 것 같다는 만족감이 들 때까지 계속 수정했다.
같이 지원한 친구한테 글자 수 얼마나 채웠냐고 물어보면서 제출한 다음에도 2번정도 더 재제출했는데, 마지막에 제출한 게 반영된지 모르겠지만 더 제출한다고 해서 불이익은 없는 것 같다.
몇 주가 지난 후 정말 다행히 문자로 합격 통보가 왔다! 30명의 인원제한 때문에 큰 기대를 안고 있지는 않았는데 지원서를 그래도 어느정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또 다른 파트보다 프론트엔드 파트의 비율이 합격자들 중에서 높게 구성되어 있어서, 프론트엔드로 지원한 게 유리하게 작용된 것 같기도 하다.
구름톤에서는 숙소(첫날을 제외하고) 와 점심식사 제공은 되지만 항공편을 따로 지원해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부랴부랴 가는 항공편과 오는 항공편을 예약했다. 금요일 밤에 서울로 돌아오는 항공편은 늦게 예매하니까 꽤 가격이 더 올라와있었어서,, MBTI를 J로 뜯어고쳐서라도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미리미리 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좀비처럼 제주로 왔기 때문에 이정신이 내 정신인지도 모른채로 제주도로 왔다. 그나마 위안이 된건 내옆에 있는 친구가 나보다 좀 더 힘들어 보였다는 것 정도?^^ 다른 기수 분들은 웬만하면 미리 제주도로 와서 즐길 것들 미리 즐기고 잠을 푹 자고 첫날에 있는 교육에 참여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아침 10시에 교육장까지 오기위해서는 최소 7시반정도 비행기는 타야 여유롭기 때문에 당일날 출발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도착하여 처음보는 근처의 앞, 뒤, 옆 사람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다음, 일정에 맞춰서 자기소개를 하였다. 내 왼쪽에 앉은 형님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유튜버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사람이라 정말 놀랐다. 자기소개를 한명 씩 들어보면 정말 안 대단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해서 두려움이 더 올라갔던 것 같다,,,구름톤에 왔다는 게 훌륭하다는 증거니까 나도 훌륭한거라고 자기위안을 삼은 듯?
자기소개에는 외래어를 사용할 수 없는 미션이 있었는데 다들 센스있게 백엔드면 '저는 뒷골목 개발자입니다!' 이렇게 바꿔서 잘 말씀하시는 바람에 뭐라도 재밌게 말하기 위해 벌벌 떨었다ㅋㅋㅋ 저 경직된 얼굴좀 보게나,,,
교육은 카카오 본사에서 이뤄졌는데, 오후에는 해커톤을 즐기는 방법, 잘 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동시에 진행되는 교육으로 '쿠버네티스'나 '구름 디자인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었다. 프론트엔드 분들은 나름 두 교육에 고루고루 나눠져 들으셨던 것 같고, 나는 구름 디자인 시스템이 이해하기 보다 수월할 것 같다 듣게되었다. 멘토분들이 꽤 퀄리티 있고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좋았다!
그리고 카카오에서 오신 멘토님이 알려주신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라!
라는 나름의 해커톤 꿀팁(?) 을 잘 써먹은 것 같다. 쉽게 말해 남들이 잘 만들어놓은 라이브러리, 오픈 API를 잘 활용하여 프로젝트의 퀄리티에 기여하라는 의미였다.
6시반 정도 즈음에 교육이 끝나고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숙소 위치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었는데 우린 함께 시청 근처에서 흑돼지를 먹었다. (사실 숙소는 도청근처였는데 실수로 시청으로 와버린건 안비밀..)
다른 분들도 맥주먹으러 가거나 하는 등 알아서 자체적으로 네트워킹을 잘 형성하시는 것 같았다. 운영진 분들도 이번 지원자분들이 E가 많다 카더라. 나만 또 입에 거미줄 쳤지 또...
둘째 날에는 드디어 자기 PR 혹은 해커톤아이디어 발표를 하여 팀을 짜게 되었다.
원래는 자기소개를 길게 할 줄 알고 나름 열심히 PPT를 제작했었는데 한 페이지만 제출해야 돼서 간단히 작성하여 제출했다. 원치 않으면 딱히 자기PR이나 아이데이션을 제출하지 않아도 됐었다.
뭘 해왔는지, 뭘 할 수있는지를 위주로 그냥 때려박은(?) 느낌으로 자기소개를 만들어 발표했는데, 올린 게 민망할 정도로 다들 협업 경험들이 어마무시 하시더라,,,, 심지어 개발하는 디자이너나 개발자도 계시고 멀티가 되시는 분들이 많아보였다.
친구도 함께 안드로이드 개발자였는데, 프론트엔드 중 코틀린으로 안드로이드 개발하는 사람이 3명밖에 없는데 팀당 프론트가 두명이라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우리끼리 함께 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디어 발표한 사람들 중에 마음에 들었던(지금 생각하면 정말 마음에 들길 잘한) 백엔드 개발자 한 분, 그리고 관심 있어서 온 기획자, 그리고 우리조의 형님이신 갓갓 디자이너 분까지 자연스럽게 함께 하여 이렇게 5인의 팀이 형성 되었다.
팀 빌딩이 끝나고, 성산일출봉 근처 교육장으로 버스로 1시간~1시간반 가량 함께 이동한 후 다같이 본격적으로 해커톤을 하는 장소에 모이고, 짐을 풀었다. 간단히 깃/노션 등 툴들에 초대정도만 하고 초기세팅을 하다보니 벌써 구름톤이 자랑하는 비어파티 시간이 되었다.
다른 후기들에서 기대했던 대로 저렇게 맛난 음식들이 무한으로 제공되었다. 고기도 맛있었지만 특히 연어랑 맥주가 진짜 맛있었다. 이러다가 11시부터 코딩을 한다고? 이러면서 다같이 의심하면서도ㅋㅋㅋ나름 신나게 술도 먹고 바다도 보러가고 하였다.
바다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비어파티 때 어떻게든 아득바득 보러 가시는 것을 추천한다ㅋㅋㅋ. 본격적으로 해커톤 시작하면 정말 빠듯해서 비어파티 때 아쉽지 않게 노래방도 즐기고 바람도 쐬고 해야한다. 또 플레이스캠프도 밤에 보면 꽤 예뻐서 새로 비어파티에서 만난 분들과 사진도 찍었다.
좋은 시절 다 가고 비어파티가 끝난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 그리고 다음날 아침 11시부터는 그냥 잠 없이 계속 코딩만 했다.
우리는 서핑 입문자들을 타겟으로 기초적인 서핑 지식을 알려주고, 날씨, 풍속, 파고, 수온 등의 정보에 따라서 입문자 혹은 숙련자들이 하기 적합한 서핑 구역을 추천해주는 앱을 만들었다.
요 고뇌가 느껴지는 피그마.. 우리팀은 기획자도 디자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디자이너 둘이서 정말 멋있는 화면, 아이콘, 그림들을 많이 만들어 주었다. 프론트 입장에서 이 예쁜 친구들을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꽤 많았던 것 같다. 사실 코틀린이 아니라 웹 css였으면 기획자 친구도 어느정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코틀린 xml이 다루기 어려워 프론트끼리만 디자인을 할 수 없어서 아쉽고, 완벽한 화면까지는 못만들어줘서 미안하기도 했다.
다른 조들은 시간이 없어서 근처 편의점에서 저녁 끼니를 때우기도 했는데, 우리는 '어림도 없지 바로 맛있는거' 하면서 눈여겨보았던 근처 고등어 쌈밥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솔직히 이 친구 아니었으면 상 못받았다고 생각한다. 고등어야 고마워!!(?)
심지어 저녁에는 운영진 분들이 치킨 선물도 해주셔서 아주 야무지고 배부르게 코딩할 수 있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api를 받아와서 화면에 띄우고, 디자이너들이 제공해준 이미지들을 화면에 넣으니 꽤나 그럴듯한 앱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발표자료 부터가 정말정말,, 퀄리티가 높다는 게 이런건가가 보였다. 목업화면을 넣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확실히 무언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백, 프론트, 기획, 디자인 모두의 기여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잠을 안자고 12시 최종제출까지도 계속 기능을 넣고 버그를 수정한 것 같다.
다행히 발표를 전체적으로 맡아준 디자이너 형이 정말 진짜 놀랍도록 발표를 잘해주고, 서핑을 탈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제작한 백엔드 친구도 너무 발표를 잘해서, 발표 들으면서 이건 정말 됐다! 싶었다.
결국 최우수상을 받고야 말았다. 예에에에에에🔥🔥🔥🔥🔥🔥 고생한 만큼 보상받은 것 같아 (대상 못탄건 살짝 아숩지만) 너무 기쁘고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하면서 재미도 느끼고 스스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몸이 힘든 것과 비례하여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여느 해커톤이나 그렇겠지만 제주도에서! 성산을 등에 지고 한번 불태울 의지가 있는 분들은 꼭 지원해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