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99 코딩 부트캠프 후기

나는 항해99 2기를 수료했다.
항해99를 하면서 느낀 후기들을 공유하고 싶어 이 글을 적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항해99를 추천하지 않는다.

우선 항해99의 장점을 얘기하자면

1. 가격이 싸다.
   타 부트캠프보다 400만원이라는 비용으로 싼편이다. 이것은 온라인 기반으로 많은 수의 수강생들을 한꺼번에 받기 때문이다.

2. 온라인 기반이라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다.
   이것은 편하고 시간을 아껴주기도 하지만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실제로 모여서 학습하는 것보다 의욕이 떨어진다.

3.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도움을 주고 협업하며 성장할 수 있다.
   항해99를 하며 만나는 사람들이야말로 항해99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점이다. 인원이 많으므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것 또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커리큘럼 내내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정말 잘 배우고 잘 성장할 수 있다(이 확률은 희박하다).

4. 실제 서비스를 구현하고 직접 배포하고 운영해보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실제 서비스를 배포하고 운영해보는 것은 확실히 기업에 어필을 할 수 있는 경험이다. 다만 실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유저도 많이 받아보고 여러가지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해보는 경험을 했을때만 해당되는 얘기다. 항해99에서 실서비스 운영을 하며 피드백을 받고 개선해볼 수 있는 시간이 딱 일주일이였다. 일주일 운영해본 것 가지고는 어디에 어필할 꺼리도 안생긴다. 사용자 끌어모으기도 힘들다. 사용자는 대부분 항해99 다른 교육생들이거나 아는 지인들이다. 일주일 안에 어떻게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보는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다음으로 항해99의 단점을 말하자면

1. 제공해주는 강의가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양이 적다.
   항해99를 하면서 총 20~25시간 정도의 강의를 받았다. 괜찮은 강의도 있고 별로인 강의도 섞여있는데 안좋은 강의를 들으면 내가 이 돈 내고 이런 퀄리티의 강의를 들어야 하냐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제공되는 강의 자체가 작다고 생각한다. 좀 더 연습해볼 수 있도록, 좀 더 다양한 내용을 배울 수 있도록, 좀 더 심화된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강의가 더 제공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실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적용한 기술들은 강의에 나온 내용들이 아니라 수강생들끼리 이런거 저런거 적용해보자고 제안하고 스스로 공부해서 한 것들이다. 옆에 조에서 저런거 했더라 하면 우리도 하자고 따라해보는 식이다.

2. 수강생들의 관리가 잘 안된다.
   항해99 한 기수당 수강생이 100명이 넘는다. 2기는 150명 가량이었다. 근데 수강생들 전담해서 관리하는 매니저는 2명이다. 그 이외에 다른 튜터분들도 계시지만 수강생 숫자에 비해서 관리해주는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그러므로 개개인에 대한 세세한 관리가 부족하다. 예를 들면 수강생들의 학습관리가 거의 안된다. 커리큘럼을 잘 따라가면서 그 이상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못따라가는 사람도 있다. 못 따라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차하거나 끝까지 가더라도 별다른 성장없이 수료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팀프로젝트때 팀에 묻혀서 버스 손잡이 잡고 그냥 따라가게 된다. 매니저랑 그외 튜터님들은 수강생이 너무 많으니까 나 이외에도 다른 것에 신경쓸 것이 많아 보인다.

3. 수강생들에게 제공해주는게 별거 없다.
   주차별로 무엇을 하라는 미션을 던져주고 강의를 주고 상담을 해줄 뿐이다. 모르는 지식에 관한건 튜터님들에게 얻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같이 공부하는 수강생들을 통해 얻는다. 거의 수강생들끼리 알아서 공부하는 식이다. 어떤 기술을 적용하고 어떻게 공부할지 다 수강생들끼리 알아서 한다. 최종 발표회때 발표를 참여하는 협력사도 몇 없었고 심지어 마지막에 이력서나 면접 피드백도 없었다. 협력사 채용연계도 그냥 항해 자체 플랫폼을 통해서 이력서 한번 넣어주고 끝이다. 협력사를 통해 채용된 인원은 전체의 20프로 정도 될 것 같다. 항해에서 자랑하는 협력사들은 70프로 이상이 신입 채용계획이 없는 회사들이다.

4. 내가 항해99를 통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냐는 운에 달려있다.
   위에 장점에서 항해99의 가장 좋은 장점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사람 잘못 만나면 무언가 얻는건 고사하고 돈과 시간을 날리고 고통만 받고 끝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항해에서 사람 잘 만나서 같이 배우면서 정말 많이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소수다. 이건 위에서 얘기한대로 항해에서 제공해주는건 별거 없고 옆에 사람들을 통해서 배우기 때문이다. 정말 사람 바이 사람인데 보통 항해에서 많이 얻고 나가는 사람은 원래부터 코딩을 잘했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어떻게 공부해나가야 할지를 잘 알고 또 다른 잘하는 사람과 서로 팀을 맺으면서 더욱 더 성장한다. 반면 항해를 통해 비전공자도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참여한 코딩을 잘 몰랐던 사람들은 항해99를 통해 유의미한 성장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낮다. 이런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탈주했다. 특히 마지막 실전프로젝트때 전체 팀 중 20프로 가량이 내부분열로 해체하고 나갔다. 처음에 150명 정도로 시작했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80명 정도다. 내가 얼마나 성장할지는 항해의 커리큘럼이 아니라 운에 달려있기 때문에 똑같은 수준에서 시작한 수강생들끼리 실력차이도 정말 많이나게 된다. 잘 못하는 사람들은 마지막 실전 프로젝트까지 CRUD도 안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같은 교육기관에서 같은 커리큘럼으로 배웠는데 수강생들끼리 이렇게 수준차이가 나는건 교육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거 아닌가?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공자가 3개월만에 역량을 확 끌어올릴 수 있을만큼 코딩의 세계가 만만하지 않다. 본인이 머리가 좋다고 한다면 모르겠다. 항해99에서 비전공자도 3개월이면 괜찮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건 과장된 광고다.

5. 수강생들끼리 수준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이미 현업에서 개발자로 일을 하다가 온 사람부터 진짜 코딩을 처음 접해본 사람까지 다양하다. 이 격차는 위에서 말한 이유로 교육과정 내내 잘 좁혀지지 않는다. 이렇게 수준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들끼리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서로가 손해를 보게 된다. 잘하는 사람은 팀원 페이스에 맞춰준다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프로젝트 구현을 할 수 없고 못하는 사람은 쉬운거 또는 노가다성 작업만 맡으며 실력상승을 할 수가 없다. 제일 승리자들은 마지막 실전 프로젝트때 서로 미리 말을 맞추고 팀을 이룬 잘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실전 프로젝트를 구현하면서 정말 얻는 것이 많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팀들을 보며 허탈해질 수 있다.

결론은 나는 항해99 부트캠프를 추천하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공자라면 하지 않기를 바란다. 항해99로 제일 효과를 볼 사람들은 이미 코딩을 어느정도 해봤고 협업하면서 진행해갈 프로젝트 경험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도 이 과정이 400만원의 돈 값을 한다고는 말 못하겠다. 나도 400만원이 아깝다. 최대한 항해99를 하며 느꼈던 것들을 상세히 적어봤다. 이 글이 부트캠프를 찾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