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에서의 FE로써 10개월

lingodingo·2021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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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회고록은 연말에 작성하는 것이 진리이나, 시간이 없을 것 같기에 미리 적어본다.

🎈 프론트엔드 이직기록 그 후

프론트엔드 이직기록이란 포스트를 작성하고 나서 10개월이 지났다. 당시 B 회사에 입사하였다고 했는데, 그곳은 토스 였다. 정확히 말하면 토스 인슈어런스(이하 토인슈)이다. 왜 토인슈에 지원했냐면

  1. JD에 적혀있는 기술 스택이 그 당시 내가 보유했던 기술 스택과 거의 동일
  2. 큰 조직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 알고 싶었다
  3. 많은 동료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며 일하고 싶었다.

🤔 아니 입사도 안 해놓고 좋은 동료가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라고 물어볼 수 있다. 여기 면접 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면접 질문의 질이 다른 어떤 회사들과도 달랐다.

뭐 어쨌든, 당시 내가 그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1도 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합류하게 되었다.

🚚 낙성대 -> 뚝섬으로의 이사

나는 토스에 합류하기 전에 A 회사인 쏘카에 합류하기로 되어있었다. 쏘카는 뚝섬역에 있었으므로 당연히 집 계약도 그쪽에 미리 다 해놨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토스에 합류하게 되자 집 계약을 파기할 수 없어서 뚝섬에 살아보기로 했다. 첨엔 낙성대 쪽이나 여기나 별 차이 없을 줄 알았는데, 서울숲, 성수를 알게 되고 인생 맛집인 메시를 알게 되어 너무나 좋았다.

현재 오피스텔에서 월세로 1년을 거의 다 채워가는데, 3개월 뒤에 뚝섬역 주변의 전셋집을 구할 예정이다. 살면서 점점 집이 좋아지는 것 같아 넘나 좋다 😁

🐱 고양이(루나)와의 동거

나는 초등학교 때 개를 키워본 이후에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그냥 막연하게 고양이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갖고 있었고,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그 친구의 책임을 져야 하는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반려동물과의 동거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가 고양이 루나(3살, 남자였던 것)를 키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양이 알러지가 생겨나면서 굉장히 힘들어했다. 그러자 고양이를 잠시 맡아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나는 알겠다고 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고양이 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10개월간 루나랑 살아보면서 느낀 것은 고양이는 소리에 예민하다는 것이었으며, 미친 듯이 귀엽다는 것이다. 그리고 털도 무쟈게 날린다. (치우는 거 거의 포기함)

TMI, 다행히 나는 알러지 검사에서 알러지가 없는 축복받은 유전자였다.
(알러지가 있긴 있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알러지 목록에는 없었다. 무슨 [호주 새끼 캥거루 알러지 보유] 이런 거겠지.. 암튼 엄빠 고마워요 😙)

😮 알러지 검사는 3만원 정도 하는데 심지어 실비로도 환급을 받을 수 있어서 1만원 정도에 받을 수 있는 개꿀검사이다. 꼭 받자

💻 안녕, 맥북

입사하기 전에 윈도우, 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지금이야 무조건 맥을 선택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홍대(윈도우)병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뼛속까지 윈도우 골수 유저였기 때문에 맥을 선택하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하느냐, 이대로 스테이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맥북을 안 썼던 큰 이유 중 하나가 비싸기 때문이었다. 윈도우 노트북은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가성비충인 나는 자연스레 윈도우를 사용하게 되었다. 대학생 때 맥을 사는 친구들이나 후배를 보면 🤣 어휴 그런 거 왜 샀냐, 그거 살 바에 윈도우 노트북을 사고 국밥을... 라며 놀렸었다.

그리고 10개월이 지난 지금, 맥북이 너무나 편하다. 기존에 집에 있던 윈도우 컴퓨터는 게임용으로 쓰지만, 맥이랑 종종 단축키를 헷갈리는데, 이럴 때마다 참 나도 맥북에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핸드폰은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기 때문에 맥 + 안드로이드라는 끔찍한 혼종이 탄생했다며 여전히 놀림당하고 있다.

회사에서 지급해주는 노트북의 스펙이 정말 좋긴 하지만(약 500만원 정도 하는 듯), vscode lint에서 고통받고 있다. M1 언제 줌!?

😈 지옥의 적응기

토스에서는 3MR(3 month review) 라고 해서, 3개월간 수습 기간을 갖게 된다. 해당 기간에는 가혹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일을 하게 되는데, 토스에 합류하기 부담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가 이 3MR에 떨어지면 백수가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떨어져도 배울 건 배워가자란 마인드를 갖고 들어갔기 때문에 생각보다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메이트(사수 같은 개념)님이 말하길, 일이 너무 바빠서 3MR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거라고 했고, 그 말 그대로 신경 쓸 틈도 없게 되자 3MR을 통과하게 되었다.

🏆 지금 되돌아보면, 3MR 기간은 제품에 대한 오너쉽을 가지게 해 준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 성격의 변화

지옥의 3MR(3 Month Review) 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의 개발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게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전 회사에서는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소극적으로 개발을 했었는데, 이 성격을 토스에서도 2개월간 갖고 있었다. 토스에서는 3MR 말고, 입사 후 90일 뒤 중간 피드백 을 받게 되는데, 그 리뷰에서 이런 수동적인 태도를 문제 삼는 피드백이 있었다. 이러다가 진짜 백수가 되겠다 싶어서 뭐 하나 좋게 바꿔보자란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그렇게 작업한 게 이 글들이다.

해당 문제를 고쳐 나가면서 내가 평생 건들 일일 없을 것만 같았던 다양한 기술들을 접했다. 마치 FE가 되고 리액트를 처음 만져본 것처럼, 신세계를 경험했다. 이를 통해 내가 생각보다 일을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 토스에 녹아들기

토스에 합류한 뒤로 이 회사 문화에 녹아들 필요가 있었다. 기존 IT 개발 회사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특이한 문화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잡플x닛이나 잡코x아, 블x인드의 리뷰들 처럼 회사 사람들은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었고,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뭔가 아 힘들다 표정을 지으며 일하는 사람들은 못 본 것 같다. 하나같이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뿐이었고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이 분위기가 싫지는 않았다.

다른 회사였다면 어떤 기능을 개발하겠다 한다면 누군가에게 컨펌을 받고 일을 해야 했지만, 맡은 제품의 결정권자임을 나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해주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실패하더라도 뭐라 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고, 오히려 빠른 실패를 장려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 스택을 넣었다 빼보기도 하면서 다른 FE 동료들에게 성공&실패 경험을 쉽게 공유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화들에 익숙해지면서, 어째서 토스가 이렇게 기존 금융사와 다르게 빠르게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 갑작스러운 회사 이동

분명 토스 인슈어런스로 합류를 했지만, 토인슈에서는 개발자가 너무 적었다. 기술 스택도 토스 코어(토스 본사)와 조금 달라서 약간 동떨어진 조직 같다는 평도 들었었다(물리적으로도 거리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토인슈의 제품은 토인슈 임직원을 위한 것이지 고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백 오피스를 만든다는 것에 동의하고 합류를 한 것이기 때문에, 별 불만없이 지냈었다.

하지만 2021년 5월 1일에 나는 토스 코어로 소속을 옮기게 됐다. 정확히는 토인슈의 개발팀 전체가 토스 코어로 소속이 이전되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더 이상 토인슈가 백 오피스만 건들지 않게 된 것도 있었고, 법인이 달라 법적인 문제 때문에 토스 코어와의 기술적 교류가 힘들었던 것이 있기도 했다. 하는 일은 토인슈에 있을 때와 똑같지만, 커리어적으로 토스 내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에 기뻤다. 그리고 더 이상 PC제품 뿐만이 아니라 토스 앱 쪽도 건드릴 수 있게 되었다. 👍

🏄‍♀️ 이제 보험 관련 일만 하는 게 아닌, 다른 사일로(팀)로 옮겨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당분간은 보험 쪽에 남으려고 한다. 아직 할 일이 엄청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 자기 관리

전 회사에서는 번아웃이 1년이 안 된 시점에 찾아왔다. 정말 뜬금없이 찾아왔다. 번아웃을 겪었던 나는 생각보다 훨씬 무기력했으며, 일하고 싶지 않단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직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새로운 회사에서는 꼭 나를 관리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새벽까지 남아있는 경우를 최대한 줄였고, 무리하게 업무를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그냥 당일 휴가를 냈다. 항상 미친 듯이 달리는 것도 좋긴 하지만, 쉬지 않으면 나 자신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겪고 난 뒤로는 휴가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회사 동료가 무리하게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번아웃 오기 전에 꼭 쉬고 오라고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는 휴가를 2일 이상 연속으로 길게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이 너무 재밌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 동료가 이직하거나 퇴사를 하였을 때도 별 감정이 없어지게 되었다. 전 회사에서는 나랑 가깝게 지내던 동료가 퇴사한다고 하면 정말 나도 디모(demotivation)가 굉장히 세게 다가왔는데, 토스에 합류하고 나서는 별생각이 없어졌다. 오히려 퇴사나 이직을 하는 동료들을 축하해주게 되었다.

😂 이게 나이를 먹어감에 있어서 무덤덤해지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토스 코어로 소속을 옮기게 되면서, 회사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헬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 월수금 일주일 총 3번을 다니면서 4주차에 접어들었는데, 몸이 점점 좋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 꾸준히 다니려고 한다.

TMI. 179cm / 84kg의 나는 식이요법으로 73kg까지 1달 만에 줄였다. 그 후에 헬스를 시작해서 매주 인바디를 재고 있는데, 체지방률이 23 -> 21 -> 20 -> 18로 낮아지고 있다.

👁 합류하고 나서 보이게 된 것들

  1. 난 여전히 내 컴포넌트 구조 설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설계를 먼저하고 코딩하는 버릇을 들이지 못해 아직도 일단 냅다 코드만 갈기고 있다. 왜 이건 안 고쳐지는 걸까 😢 최근에 velog에서 컴포넌트 구조와 관련된 포스트를 봤는데 정말 괜찮은 것 같다.

  2. 여전히 내 코드에 자신이 없다. 아직도 나만의 코드 철학을 갖고 있지 않은 게 가장 크다. 리뷰를 해줄 때도 일반적인 오류에 대해서 리뷰를 해주는 편이지, 이 코드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어요!, 굳이 이 훅이 컴포넌트에 종속되어야 할까요?의 리뷰는 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부족한 점들은 FE 리드분과의 커피챗을 통해 나 스스로 부족한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고백했더니, 마인드맵을 그려봐서 일단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 마치며 (feat.좋은 동료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FE라면, 일을 좋아한다면,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면 진지하게 토스에 지원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 회사엔 뛰어난 동료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능이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는 생각도 든다 👀)

토스 프론트에는 프론트에 미쳐있는 사람이 정말 많다. 리액트와 결혼한 사람도 있으며(결혼은 사람과 하세요), 괴물(전무님)도 있다. 좋은 동료들과 일을 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일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나는 토스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생각이다. 그리고 2022년에도, 토스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 밖에 면접에 참여한 경험이라던가, 이제 나도 메이트(사수)가 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있지만, 이는 다음에 미루도록 해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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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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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3일

덕분에 연어 사케동 진짜 맛있게 먹었습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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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3일

안녕하세요!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준비하면서 토스 컨퍼런스를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빌드를 빠르게 진행하려면 결국, 빌드 자체를 하지 않는 것... 이라는 명언을 남긴 조유성 개발자님이 생각나네요..!
마이크로 프론트엔드 아키텍쳐를 알아낸 토스... 역시 제가 가고싶은 회사 NO.1 입니다.
글이 너무 유익해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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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7일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많은 저도 많은 자극을 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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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9일

토스는 메이트를 잘 만나야되나봅니다.(복불복)
코웍하는 이들의 인성도 중요하구요.(젊꼰주의-내가 다 맞아!! 난 틀린게 없고 새로 들어온 전문직들은 모르는게 많아;; 등등)
토스증권은 정치질,인성질,친목질로 지리멸렬한 싸움이 계속 됐어요. 실력있는 뉴비 들어오면 고인 물들이 스크럼 짜서 내보내려고 혈안이ㄷㄷ 특히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는 PO는 자기합리화 극강에 소시오패스 경향도 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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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4일

오.. 몰랐는데 제 게시물을 언급해주셨네요!! 영광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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