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seoul 라피신 후기 (5기 1차)

YoungToMaturity·2021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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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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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 1차 라피신 후기

부스트캠프 2차 코딩테스트에서 탈락한 이후, 진행중이던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운좋게 라피신 신청에 성공해서 한달간의 라피신을 진행했습니다. 인터넷의 많은 후기들을 참고하며 진행했기 때문에, 저도 앞으로 진행될 라피신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으실 분들을 위해 아직 합불여부 발표가 나지는 않았지만 간단한 후기와 소감을 밝히고자 오랜만에 velog를 열었습니다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전반적인 진행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이미 아시겠지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진행과정에서 이미 본과정을 진행중이신 카뎃(피신을 하는 저는 피시너, 본과정생은 카뎃이라고 부릅니다) 분들과 가끔 얘기를 할 기회가 생기기도 하는데, 카뎃 분들은 피시너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알게되면 생각보다 더 많은 걸 알고있다는 것에 놀라시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한글로 된 정보들도 많아지고, 공식 홈페이지 자체에도 더 많은 정보가 공유되어서인듯..!
사실상 위 페이지의 정보가 42서울측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끝이고, 나머지는 모두 카더라를 통해 퍼지는 정보입니다. 맞다 아니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지켜서 나쁠거 없다 싶은 정보에 대해서는 지키시면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무시하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다

대신 그만큼 42서울 측에서도 터치하는 부분이 없고, 공개되어 있는 정보도 많습니다. 단지 터치하는 것은 하지말라고 명시되어 있는 부분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그 또한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언행, 클러스터 내 취식 금지 정도이고, 그 외에서는 나오고 싶은 시간에 나오고 가고싶을 때 가고, 안나와도 되고 모든 부분이 자율적이었습니다. 따라서 동료들끼리 알아낸 정보, 좋은 기능들에 대해 공유하고, 응용하는 과정이 많습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홈페이지에 언급되어 있듯이 모든 개인 미션은 동료평가가 필수적으로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타인이 현재 어떤 개인 미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어떤 문제를 틀려서 다시 시도 중인지, 시험은 어떻게 봤는지 모든 것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상대적으로 평균보다 뒤쳐져 있을 때 치명적으로 다가옵니다.. 조금씩 따라가기 위해서는 평가의 진행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계속 다른 사람들의 성적을 보기싫어도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은 인간으로 하여금 조급함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동기부여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스타일인데, 4주간 하루에서 이틀을 제외하고는 저의 계획대로 라 피신이 진행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기부여보다는 조급함이 발생하고, 이 조급함을 다스리는 능력이 생겼다 정도로 이런 방식을 적응했습니다.

불공평하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늘 그래왔듯이, 42서울도 불공평합니다. 시험 문제, 테스트 케이스, 평가를 하고 받는 동료가 모두 랜덤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슬랙에서는 000 문제 나오신 분 어떻게 푸셨나요? 와 같은 글들이 올라옵니다. 그러고 해당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들을 들어보면, '아 나는 저 문제는 아는데..' 와 같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물론 제가 풀지 못했던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ㅋㅋ

하지만 주어진 사실은 저에게는 000 문제가 아닌 xxx 문제가 주어졌고, 저는 그 문제를 풀지 못했다 는 사실입니다. 앞선 예시 뿐만 아니라 많은 불공평한 순간들이 피신기간 내내 존재하고, 확실한 의도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당하는 입장에서 몇몇 상황들은 다분히 의도적임이 느껴집니다. 한달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런 불공평함은 저로 하여금 이미 발생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멘탈리티 형성에 큰 도움을 주었고, 42서울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것들 중 하나입니다.

동료와 함께

42서울이 강조하는 3무 교육 의 정수는 동료 평가와 동료 학습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동료들과 함께입니다. 아는 사람이 없이 시작해서 초반에는 조금 어렵지만, 이후에는 마음이 맞는 사람, 같은 팀을 했던 사람들과 함께 계속 교류도 하고, 질문도 하고 받으며 성장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전공자로서 개발자의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함께 준비하고 성장하는 동료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42서울을 통해 마음이 맞는 동료들을 찾고 더 이상 모든 것을 혼자 알아내고 혼자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만족스럽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 동료학습은 정말 추천할 만 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복학 이후에 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았고, 따라서 대학에서의 수업도 혼자 알아서 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면, 42서울에서의 학습들은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기반이고, 특히 협업을 강조합니다. 저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생각보다 오랜 기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대화 없이 진행했기 때문에, 내가 소통하는 방식과 남들이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저는 도움을 주는 포지션 보다는 도움을 받는 포지션에 가까웠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그러한 포지션에 비해 개인 성적은 결과적으로 중위값보다 높은 곳에 위치 했기 때문에, (비록 가장 중요하다는 마지막 시험을 망쳤지만…) 내가 너무 나의 배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남을 끌어주는 방향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이끌어 주지 않았다 보다는 남을 끌어줄 능력은 없었기 때문에 이끌어 주지 못했다 라는 느낌이 저에겐 더 강하게 남아서, 더 좋은 실력과 능력을 갖고 이 시스템 안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남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추천하는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42서울의 특징은 위 항목들과 같습니다.

  •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지만 반대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 인생과 같이 불공평하고, 그 불공평에 적응해야 한다
  • 동료와 함께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동료가 남는다

글을 끝까지 읽으셨다면 느끼셨을 수도 있지만, 저는 42서울 과정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기회가 주어졌다면 도전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100만원에 가까운 지원금과,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스스로가 해야할 것은 오롯이 피신 과정에 집중하고 발전하는 것 뿐입니다.

물론 불친절한 시스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부정적인 긴장감도 생겨납니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있기 때문에 더 몰입해서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했던 기수의 인원들이 경쟁자가 아닌 동료들로 보이는 순간부터 더 많은 발전이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얻은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입니다. 피신 과정에서 모든 것을 다 잘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에 비해 확실히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정도 성과가 혼자 했을때 4주만에 얻을 수 있는 성과냐 생각해본다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평생 수능이 될 수도 한 학기의 중간 혹은 기말이 될 수도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치며 항상 모든 것이 끝난 이후에는 더 잘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생각나고 후회되곤 했는데, 이번 피신이 끝났을 때에는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고 4주간의 시간을 잘 보냈고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든 이유가 제가 4주간 밤을 새고, 놀지 않고 과정을 진행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4주동안 잠도 충분히 자고, 출국을 앞둔 친구와 약속을 잡기도 하였으나, 그런 시간들을 더 줄여볼 걸 하는 후회가 들지 않았던 이유는 온전히 이 과정에 몰입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 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본과정에 선발되지 않더라도 앞으로 뭘하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는 단지 개발자의 커리어로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와 자기관리와 같은 여러 방향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성과입니다.

Piscine이라는 단어가 수영장을 의미하는 것처럼, 물에 던지고 수영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2 서울이 매 분기 600명을 수영장에 던지는 이유는 이 수영장에서 온전하게 나 자신과 동료들만 남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42서울에 관심이 생겨 이 글을 읽게 되신 모든 분들께 소중한 기회가 주어지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중구난방한 글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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