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공단은 출판사 '골든래빗'에서 론칭한 온라인/오프라인 스터디 모임 이름이다.
나는 방금 묘공단 스터디를 마무리지었다.
본 스터디는 묘공단 1기 스터디였고 나는 스터디 리드를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회고는 정말 개인적인 나의 고백이자 일기 같은 기록이 될 것이다.
소중한 골든래빗을 생각하면 칭찬일색, 'MUST-JOIN' 스터디라고 홍보(?)하는 글을 적는 게 맞겠으나
여기서 만족스럽다는 건, 스터디의 과정과 결과 모두에 참여자가 만족하는 걸 말한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스터디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레벨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해당 언어가 완전 처음인 사람부터 현업까지만 해도 스펙트럼이 넓은데
현업 중에서도 신입이 있고 3~5년차가 있고, 10년 이상 경력자가 있다.
이 모두가 똑같은 진도로 스터디에 참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래서 보통은 스터디 리더가 스터디원을 '픽'한다.
소위 '거르는' 거다.
'픽한다', '거른다', 이런 개념이 듣기 좋은 소린 아니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는 걸 이해는 한다.
처음에 엄청난 의욕을 보였다가도 중간에 '나르'거나 모종의 이유로(취업 등) 스터디를 중간에 나가는 경우가 왕왕(사실은 왕왕 이상) 있으니.
그런데 나는 이런 엘리트주의를 굉장히 싫어한다...
선민의식도 싫고 초보가 잘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아나루 사킹'(표현이 너무 심한가? 그런데 나는 이런 행위에 대해 애널서킹을 대체할 단어를 찾지 못 하고 있다!)하는 것도 진짜 진짜 싫어한다.
그럼 이제 '모두에게 열린 스터디'를 진행하는 것밖에는 선택지가 없다.
그래서 나는 신청만 하면 모두가 조인할 수 있게 스터디 입장 조건을 세팅했다...
서로의 레벨이 맞지 않아서 생길 수 있는 아쉬운점은 다른 방법으로 보충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다양한 형태의 개발 스터디를 경험한 바 있다.
내 기억으로 첫 개발 스터디는 좀 큰 개발 교육(?) 및 채용(?) 플랫폼에서의 스터디였던 거 같다.
스터디를 모집한다는 메일이 왔었고 신청을 했다.
별다른 참여 조건은 없었던 거 같고 신청만 하면 다 됐던 거 같다.
그때는 몰랐는데(당시 개발 시작한 지 몇 달 안 됐던 때) 그 스터디에 있던 사람들은 상당수가 '네임드' ***(프레임워크 명) 개발자였다.
스터디 안에서 팀이 쪼개져서 팀끼리 공부하고 발표하고 하는 형태였는데 분명 내 스터디팀원들은 다 굉장한(?) 사람들이었다.
자... 문제는 그 사이의 내가 경력은 커녕 아는 것조차도 아무 것도 없었다는 거다.
게다가... 우리 팀은 단 한 번도(내 기억에) 팀 모임을 한 적이 없다.
슬랙 팀방은 늘 조용했다.
언제 모인다, 모여서 뭘 하자, 이런 말이 일절 없었다.
나는 배우려고 스터디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 것도 배울 수가 없다.
뭘 하자고 말을 할 수도 없다(수준 차이 때문에).
그런데 개인이 돌아가며 발표는 해야 한다...
...
나는 발표를 하긴 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경력자들이 내 발표 들으면서 '??? 뭐라는 거임? 쟤 저거 알고 하는 소리임?' 했을 거 같다.
뭐 근데 어쩔 건가.
얼굴에 철판 깔고라도 안 하면 난 1인분 못 한 사람밖에 더 되나?
쨌든...
'아무도 날 챙겨 주지 않는다!'
'내가 스터디를 하든 말든 아무도 관심이 없다!(심지어 팀장도, 스터디 리더도)'
이런 개념은 '베이비시팅'을 하지 않는 성인들의 사회에서 너무 당연한 거라는 거 내가 충분히 알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내 가슴에서 온전히 받아들이기 영 껄끄러운 개념으로 남아 있다.
너무 이상하다.
팀원이 어느 날부터 응답을 안 하는데 그냥 무시하고(애초부터 관심도 없었고) 내 일만 잘 한다고?
내 주위 사람과 내 팀에 무언가 장애가 발생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이걸 안 돌아본다고???
모르겠다.
우선 나는 그런 타입의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앞으로도 그런 인간으로 살기 싫다.
진짜로.
진심으로.
그리고 내 곁에 그런 인간 절대로 두고 싶지 않다.
진짜로.
진심으로.
하여, 이번 스터디 콘셉트를
'자율학습을 기반으로 하고 모임 시에는 근황과 어려움을 주로 나누어 "모두가" 완주하는 스터디'로 한 거다.
어차피 우리 다 바쁘지 않으냐,
그리고 우리, 책에 있는 내용을 혼자서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니 스터디에서 이걸 다시 반복해서 발표하고 그럴 필요 없지 않느냐,
그러니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성실하게 작업하고 블로깅하자,
일주일에 한 번 모이는 자리에서는 완주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걸 주로 하자,
이렇게 된 거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스터디원이 딱히 할 말이 없다면 그 침묵을 어떻게 할 건가?'.
이것 때문에 초반에 얼 많이 탔다.
오늘 나눌 내용에 대해서 내가 미리 정해두면 되는데
스터디 리드가 처음이다 보니 내가 즉흥적으로 모든 대화를 다 리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다.
내가 '~님, 그럼 이번 주 작업한 내용에 대해서 나눠주실까요?'라고 했을 때, '전 이번 주에 별로 작업한 게 없어서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답변이 올 수 있다.
이번 주에 별로 한 게 없다는데 다른 질문을 하기도 그렇다.
그래서 다음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하는데, 문제는 그 사람에게서도 '저도 이번 주에 별로 한 게 없어서요...'라는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거다.
만약 그렇게 10분 만에 서로가 할 말이 없어지면 어떻게 할 건가?
이번 주에 공부한 장에 대해서 토론을 할 건가(갑자기?)?
아니면 내가 스터디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건가(내가??)?
그렇다.
이런 문제가 있었다.
이 외에도 자잘 자잘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건 진짜 사소한 문제라 그냥 없다고 쳐도 되는 부분이다.
그럼 이번에 내가 시행한 방법이 아주 큰 문제는 없는 스터디 진행 방법이라 할 수 있다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는 이 방법으로 스터디를 진행할 생각이 없다.
방법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 이 방법이 진짜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한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거나
리더가 스터디원 코드리뷰를 하거나
라이브 코딩이 시행돼야 할 거 같다.
오우, 나는 그런 거 아직 못 해요~~~.🥹
진짜 회고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은 스터디였지만
어쨌든 난 참여원 모두가 수료하게 도와서(?) 기쁘다.
10명 중 3명이 수료하지 못 했지만 이 분들은 스터디를 단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은 분이라 일단 중도 탈락자가 아니지 않은가.
이번 스터디에 대해 아쉬움이나 실망 등을 느꼈을 스터디원이 많..았을 거라 생각(안 하고 싶지만)한다만
진짜 그건 내가 초짜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다다...
그런데!
20년차 개발자가 스터디 리드한다고 다 만족하는 거 아니라는 거...
적어도 난 중도 탈락자 없게, 스터디 중 기분 나쁜 사람 없게, 모두를 알뜰살뜰하게 챙기려고 노력했다는 거...
🥹변명이어도 어쩔 수 없당~~~.
이렇게 2023년 11월 8일, 수요일의 밤이 깊어간다.
초겨울(입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