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정말 개발자가 되면

하고 싶은 개발 세 가지

이력서 겸 자기소개서에 내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한 줄로 요약한 문장과 그 상세 내용이 적혀있다. 7년간의 start-up 경험도 나열했으니 경력기술서도 섞여있다. 문제는 하고 싶은 개발 중 두 가지에 관해서만 적었는데도 내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1. 내부 구성원이 이용할 수 있는 back office의 web app 개발
2. web 접근성 guide를 준수하는 web app 개발

하지만 난

3. data나 storytelling을 시각화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web page 개발

도 하고 싶다. 그런데 이 부분은 다른 두 가지보다 더 역량도 없고 경험도 없어서 적지 못했다.

다 제품을 사랑해서

1. 내부 구성원이 이용할 수 있는 back office의 web app 개발

사용자가 하나의 제품 (main service) 을 경험하는 동안 그 제품을 운영하기 위해 수많은 조직이 뒤에서 움직인다. 이 조직은 제품에 직결되는 업무를 할 수도 있고 (Ad, Commerce, Contents, CX, Design, Development, Data, etc.), 혹은 조직 자체와 관련한 업무를 할 수도 있다 (HR, PR, Account, etc.). 그리고 각각의 조직은 원활한 직무 수행을 위해 admin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간단한 admin일 수도 있고, 내외부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다소 복잡도가 높은 admin일 수도 있다.

우리 team은 이 admin이 부족했다. 필요한 admin이 없기도 했고 있는 admin은 upgrade가 밀려있었다. 이런 환경은 team의 생산성을 좌우하고 목표 설정 및 달성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운영 업무를 하면서 기획자, 개발자, designer와 함께 TF를 꾸려 우리에게 필요한 admin을 만들었을 때 감격했던 건 이 admin을 통해 앞으로 내가 더 정확하고 빠르게 업무를 처리해 목표를 더욱 잘 달성할 수 있으며, 이 결과가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었다.

회사의 주력 service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면 기쁘게 할 것이다. business와 직결되는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며 성장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업무를 맡게 된다면 특히나 더욱 더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제품이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꼭 제품 (service) 개발이 아니더라도 back office에서 필요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 내가 경험했던 일종의 효능감을 동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2. web 접근성 guide를 준수하는 web app 개발

이전 회사의 service는 정말 유용하고 유익한데 모든 이용 경험을 시각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게 아쉬웠다. 정보를 아는 게 중요하지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기에 이를 개선했으면 하는 마음에 몇 차례 건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언제나 '우선순위 문제'였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의 needs를 충족시키는 것에 resource를 투입하는 것도 모자라니 당장은 할 수 없다는 거였다. web 접근성 인증을 위한 게 아니라면 언제까지고 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일견 이해가 됐다. 내가 건의한 내용은 회사의 연간 목표와 연관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정보가 사용자에게 비대칭으로 유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service가 알고 보니 모든 '사용자'가 아닌 부분만을 위한 건 아닌지, 함께 해결했어야 할 비대칭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 같은데 왜 이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건지 의문이 생기고 회의감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조직에 가건 결국 하지 못한 Service For All ('Design For All'을 따라 써 보았다.) 을 위한 개발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그래도 이젠 내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졌다. 이전에는 건의만 했다면 이젠 여기에 더해 내가 직접 그 일을 할 수 있다. 누군가가 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내가 어떤 service를 사랑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service만큼은 꼭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3. data나 storytelling을 시각화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web page

다른 개발자들이 들으면 깜짝 놀라겠지만...🥲 내가 퇴사할 때까지도 일부 업무는 매일 erver의 data를 직접 건드렸다. 개발팀이 아닌 구성원이 update나 delete query를 날리는 것이다. 이렇듯 나는 오랜 기간 동안 업무에 관해 회의를 해야 할 때면 BE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최초의 (?) FE 개발자가 입사한 게 내가 입사한 이후 4~5년이 지나서이니 확실히 나는 BE쪽이 친숙했다. boot camp에서 Front-end 내용을 몰라 허덕일 때 Back-end 내용이 반갑고 이해가 잘 돼서 마음이 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가 FE를 선택한 이유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나는 작은 곳에 머물러 있는 소중한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싶다. 단순히 문자로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가치가 지닌 의미나 분위기를 담은 message를 가능한 한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 예전에는 내가 감동받은 point가 나 역시 창작을 하고 싶은 건지 헷갈렸고, 감명 깊게 본 site가 motion graphics의 영역인지 개발의 영역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개발 공부를 하면서야 비로소 내가 바랐던 게 우리가 만든 storytelling에 사용자의 반응과 참여로 상호작용하는 것임을 깨닫고 어떻게든 FE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WebGL, Three, Canvas 이런 걸 보고 있는데 글쎄... 혼자 따라 해 보는 거랑 입사해서 하는 거랑은 또 다를 거라서 자기소개서에 적지는 못했다. 앞으로 어떤 개발을 하건 이 부분은 혼자서라도 계속 공부해야지.

'이전 회사에서도 이렇게 이야기할 거리가 참 많았는데, 이런 방식으로 우리 service가 어떤 제품인지 더 잘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이 이야기들로 사용자 유입을 더 늘릴 수 있었을 텐데' 등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외에도 이력서에 적지 못한 얘기

가고 싶은 회사

개발을 배우기 시작할 때는 가고 싶은 회사가 도서 service랑 fashion shopping service 두 군데였다. 둘 다 내가 거의 매일 접속하는 service였고 이 제품을 사용한 덕분에 내 lifestyle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자는 조직 문화에 개선되기 힘든 단점이 있는 것 같아 보였고, 후자는 내가 vegan을 지향하게 되면서 단념하였다. 세상에 나오지 않았어도 될 옷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 지구와 그 위의 인간을 괴롭히고 있다는데 내가 이 service를 평소처럼 이용하는 건 이 문제를 악화하는 데에 일조하는 걸로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옷이나 가방, 신발 등을 새것으로 구매한 지 오래되었고 앞으로도 가능하면 번개장터 등을 통해 중고 제품을 구매하려고 한다. 식품에 있어서는 vegan을 지향하다가 완전 vegan으로 바꾼 지 230일 정도 지났다. 식품뿐만 아니라 내 삶 전반에 veganism이 기준이 되는 이상 내가 지원할 회사 또한 이런 가치관과 맞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내가 가고 싶은 회사는 Backpacker이다. 【 IDUS 】 역시 초창기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을 때마다 썼던 service이고, 더 많은 고객이 유일무이한 수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게 좋기 때문이다. 나는 handmade (handcraft) 의 가치를 높이 산다. 창작자의 손길, 정성, know-how가 집결되는 handmade는 그것만이 가지는 고유한 값어치가 있다고 믿는다. 내 영어 이름이 Mai [meɪ]인데 내가 맡은 개발의 code를 한땀한땀 짜서 완성부터 관리까지 장인처럼 멋지게 잘 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 blog의 이름을 maimade로 짓기도 했다.

Backpacker는 내가 당장 떠올릴 수 있는 회사 중에 바로 생각나는, 규모가 큰 회사이고 이곳 외에도 나와 맞는 회사가 있을 것이다. 얼른 찾아내서 채용해 달라고 조르고 싶다. 😀

솔직한 취미와 특기

아직도 예전 방식의 (?) 지원서를 내야 하는 곳을 더러 봤다. 그 중 너무 오랜만에 봐서 깜짝 놀란 항목이 취미와 특기였다. 마치 강점과 약점을 적어야 할 때처럼 직무와 연결된 듯 아닌 듯 눈치껏 적어야 하는 항목인 것 같았다 (약점에 약점인 듯 아닌 듯 적어야 하는 것처럼). 그래도 내 취미와 특기가 뭔지 오랜만에 정리해 볼 기회가 된 것 같아 내 wiki에 추가했다. 그 내용을 여기에도 옮기면,

• 취미
  • idol 무대 보기 : 각 잡힌 춤, 멋진 무대를 볼 때 희열을 느낀다. girl group, boy group 가리지 않는다. 많은 idol을 알고 있다. album을 꼭 사는 두 group이 있다. NAVER TV에 내 댓글이 best 댓글로 올라간 idol 무대가 있다.
  • 세계관 알아가기
    • idol : 요즘엔 시들하지만 idol에 딷라 세계관이 있는 gruop이 있다. 예전에는 세계관이 idol에 애정을 가지게 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 MCU : 범위를 너무 확장시켜서 난감하기는 한데 그래도 아직 놓지 않고 있다. comics는 잘 모른다.
    • Harry Potter : 다른 거랑 다르게 뒤늦게 빠졌다. 돈이 조금 더 많았다면 (??) goods를 많이 샀을 것 같다. 아직은 몇 개 없다. Harry Potter 보려고 영국 여행을 계획했는데 Corona가 터졌다.
    • 반지의제왕이랑 Dune은 아직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세계관을 파려면 뇌 용량이 필요하다.
  • 그림 그리기 : vintage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회사에서 소모임으로 내가 그린 그림을 sticker로 제작해보기도 했고, 달력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 사보 TF에 참여했을 땐 editors로 참여한 동료들의 얼굴을 그려 엽서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
  • 번역 : 가끔 Vatican Instagram을 보면서 교황님의 말씀을 한국어로 번역한다. 이 내용을 SNS 부계정에 올리기도 한다.
  • resin art : crystal 느낌을 좋아해서 resin 공예를 하고는 한다.
  • violin : 오래 쉬고 있는데 배울 땐 간단한 OST 정도 연주할 수 있었다. Corona19만 끝나면 바로 다시 배우고 싶다며 벼르고 있다.

적고 보니 취미가 많다 🙃

• 특기
  • 맞춤법 잘 지키기 : 오타를 싫어한다. 주어 • 술어 • 목적어가 맞지 않는 문장도 거슬려 한다. 사보를 만드는 TF에서 교정 작업에 참여했는데 처음으로 오타가 나오지 않은 사보가 되어 뿌듯했다.
  • 정리하거나 수납하기 : 사소한 특기여서 부끄럽지만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다. 일상에서는 특정 기준에 맞게 정리하는데 주로 주제와 크기별로 나눈다.
  • app 도움 없이 화장품 성분 정보 파악하기 : 회사랑 학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된 재능이랄까...?

특기는 소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