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무를 하면서 느낀 건, 내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 '직관적'인 사람이라는 거였다.
좋게 말하면 실행력이 정말 좋고, 나쁘게 말하면 체계가 없었다. '이 문제는 진짜 문제인가?', '어떻게 해결하면 좋지?', ‘나는 지금 이 업무를 왜하고 있지?’ 이런 질문들에 구조적으로 답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 Suggestion Day에서 '전략적 프레임워크'와 'MECE한 사고'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한 피드백을 듣게 되었고, 때마침 서점에서 『맥킨지의 전략적 프레임』을 만났다.
이 책에서 다루는 맥킨지식 프레임워크의 장점은 명확했다.
전부 내가 원하는 역량이었다. 고민없이 바로 집으로 데려왔다.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는 분석 대상을 빠짐없이, 겹치지 않게 나누는 방법이다. 단순하지만 명쾌하다.
3년 전, 개발 연합 동아리 피로그래밍의 홍보팀장으로 돌아가보자.
여기서 홍보팀장이 해결해야할 궁극적인 문제는 다음과 같다.
“우리 동아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홍보할까?”
하지만 그땐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만약 MECE로 접근했다면 이렇게 나누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홍보 대상을 단순히 1. 코딩에 관심있는 사람과 2. 실무 프로젝트 경험이 부족한 사람으로 나누었다. 하지만 이 분류 방식은 MECE하지 않다. 코딩에 관심이 있지만 실무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분류 방식에 중복이 생긴다.
좀 더 MECE적으로 접근해보면 :
이렇게 나누면 중복과 누락이 없고, 각각의 타겟에 맞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어디서 홍보할 것인가?하는 홍보 채널을 기준으로도 MECE분해도 가능하다.
채널별로 분명한 전략을 세웠다면 더 다양한 기획도 도출할 수 있었을 뿐더러.. 각기 다른 콘텐츠를 제작했으면 적절한 타게팅이 가능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것인가?로도 가능하다.
이런 MECE 사고를 실제로 활용했다면:
콘텐츠 제작이 중구난방이 아닌 명확한 방향성과 분담 기준을 갖게 되고 동아리원과 효율적으로 협업하며, 타겟마다 맞춤형 메시지로 지원율을 높이는 홍보 결과도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아쉽다
이 프레임워크는 문제 상황(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해석),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게 도와준다.
과거에는 문제 발생 시 바로 해결책을 찾으려 했지만,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먼저 '하늘(사실)'과 '비(해석)'를 충분히 분석한 후에야 '우산(해결책)'을 찾게 되었다.
이전 사례에도 대입해볼 수 있다.
필자가 실제로 겪은 이슈, 개발 프로젝트에서 팀장과 팀원 간 소통이 단절되어 팀이 와해될 뻔한 적이 있었다.
⛅️ 하늘(사실) - 팀장은 팀원들이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오인. 팀원들 또한 팀장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지가 떨어짐. 팀이 와해될 위기
🌧️ 비(해석) - 실질적으로는 소통 부재와 진행 상황 공유 부족이 문제였음, 데일리 미팅, 작업 공유, 진행 상황 피드백이 구조화되어 있지 않음
☂️ 우산(해결책) - 문제는 태도가 아니라, 도구의 부재였다! 는 인식 아래 실질적인 도구/프로세스 직접 도입
→ 이 갈등의 본질은 ‘게으름’이 아니라 ‘보이지 않음’이었다.
소통 도구의 부재라는 본질을 꿰뚫고 실용적인 협업 툴을 도입함으로써 팀의 신뢰를 회복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전환점을 만들었다.
진정한 해결을 원한다면 하늘과 비를 충분히 분석해보자.
작년에 유아교사 대상의 AI 교육계획안 툴을 기획한다고 했을 때, 실제 사용자 인터뷰 설계를 위해 5W1H 프레임워크를 적용했다. 당시에는 이 역시도 맥킨지의 기법인지도 모르고 사용했지만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구축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얻었다.
이렇게 구성한 후 예비 사용자가 될 유아교사에게 할 수 있는 5W 1H 기법 기반 질문 및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누가 이 계획안을 실제로 사용할 것인가?
– 어떤 연차/환경의 유아교사인가?
– 보조교사 vs 담임교사의 니즈 차이는?
➡️ 사용자 프로파일링 → 실질적인 페르소나 정의
AI가 생성한 교육계획안의 핵심 기능/장점은 무엇인가?
– 수업 주제 추천? 활동 구성? 평가 계획 제안?
– 교사의 기존 업무 중 어떤 부분을 대체/보완하는가?
이 계획안은 언제 실제로 활용되는가?
– 주간 교육계획 수립 시점?
– 월간/연간 커리큘럼 리뷰 때?
이 계획안은 어디에서 활용되는가?
– 어린이집 내 회의?
– 수업 전 준비?
– 원장 보고 시?
유아교사는 왜 AI 기반 계획안이 기존 한글 파일 방식보다 낫다고 느껴야 하는가?
– 시간 절약?
– 질적 향상?
– 피로도 감소?
➡️ 실질적 효용 인식 포인트 도출 → 만족도 측정 기준 확립
실제로 어떻게 AI 계획안을 사용할 수 있나?
– 어떤 UI/UX로?
– 교사가 수정 가능한가?
– 실제 수업 후 평가까지 연동 가능한가?
➡️ 사용 흐름 정의 → 기능 개선/테스트 시나리오 기반 마련
이렇게 구성하니 사용자 니즈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실제로 교사들이 쓰기 편한 제품 설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하면 해결책이 보인다. 이슈를 찾는다면 문제 해결도 가능하고, 진짜 질문이 현상의 본질을 찾는다. 따라서 명확한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차이점을 구별한다면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답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살이 쪘다'하는 문제 상황을 보자. 🥹
야근 후 야식 섭취가 습관화됨
→ 하루 총 섭취 칼로리 과잉
→ 체중 증가(살이 찜)
이처럼 야식 습관은 체중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인과 관계로 볼 수 있다. 야식은 일반적으로 공복 호르몬(그렐린)과 식욕 조절 호르몬(렙틴)의 균형을 깨뜨리고 밤에 섭취한 칼로리는 에너지로 소비되기보다는 저장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체지방이 증가한다는 명확한 생리학적 매커니즘이 존재한다.
항목 | 설명 | 왜 ‘상관관계’인가? |
---|---|---|
🛋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짐 | 활동량 감소는 살이 찔 가능성을 높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음 | 식습관이나 운동 등 다른 요인이 더 직접적일 수 있음 |
😴 수면 시간이 불규칙함 | 호르몬 변화로 인해 식욕 조절이 어려울 수 있음 | 하지만 이것만으로 살이 찌는 건 아님 |
🍺 스트레스로 인해 술을 자주 마심 | 간접적으로 식욕 증가나 활동 저하와 연결될 수 있음 | 술 자체보다는 동반된 안주나 습관이 더 큰 요인일 수 있음 |
👗 헐렁한 옷만 입게 됨 | 체형 변화를 인지 못해 관리가 느슨해질 수 있음 | 결과를 방치한 요소지, 원인은 아님 |
이러한 요소들은 직접적으로 체중 증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스트레스로 인해 살이 빠지는 사람도 있고.. 근육이 빠져서 체중 감소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
즉,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과학적 메커니즘이 불확실하거나 다변량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상관관계에 머물게 된다.
여러 문제 상황에서 문제와 요인을 분석해보며 "이건 인과냐, 상관이냐?"를 구분해보면 훨씬 건설적인 정리가 되고,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를 챙길 수 있다.
다음은 계획 단계에서 우선순위 설정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로직 트리이다.
최근에 Sprint Conference를 리딩하며 일정, 연사 관리, 안내 메시지, 참가자 대응 등 복합적이고 병렬적인 업무가 얽혀 우선순위 정립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로직 트리이다.
긴급함 ↓ (나중에 해도 됨) | 긴급함 ↑ (지금 당장 해야 함) | |
---|---|---|
중요도 ↑ (안 하면 큰일 남) | 🟨 중요하지만 덜 급한 일 | 🟥 중요하고 급한 일 |
중요도 ↓ (안 해도 큰일 아님) | 🟩 덜 중요하고 덜 급한 일 | 🟦 덜 중요하지만 급한 일 |
→ 지금 바로 해야 함
→ 일정 잡고 착실히 준비
→ 빠르게 처리하고 넘기기
→ 시간 남을 때 하면 됨
이러한 우선순위 정립 툴 덕분에 누락없이 끝까지 마무리를 잘 했던 것 같다.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능력은 어느 직군에서나 통하는 본질적인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기획자, 디자이너, 운영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특히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막막함을 느낀다면, 프레임워크는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다.
이 글을 쓴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다. 나처럼 문제 앞에서 우왕좌왕했던 누군가에게 이 사고법이 작은 힌트가 되길 바라며.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소통에서도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다음 글에서는 문제 정의를 넘어서, 어떻게 전략적 프레임워크들을 활용해 ‘목표 달성’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나눠보려 한다. 지금 우리가 가진 문제의 실마리를 함께 푸는 여정이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