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또] 삶의 지도

정민구·2024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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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 10기를 지원하며 삶의 지도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건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에 대해 작성해보고자 한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기록해보는게 처음이라서 굉장히 설레기도 하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단 생각이다.

유일하게 재미있었던 수업

실제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뚱뚱한 CRT모니터를 사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유치원 때부터 수학을 정말 싫어했다. 어릴 때 미술, 피아노, 한자, 한국사 등등 다양한 사교육을 받았지만, 그 중에 내가 재밌다고 느꼈던 수업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은 그저 의욕 없이 보낸 것 같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때, 방과 후 컴퓨터 수업을 듣게 되었다. 쉬는 시간마다 컴퓨터로 게임을 할 수 있어서 그랬는지, 그 수업만큼은 가고 싶었다. 실제로도 열심히 들었고, 하루하루 타자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재밌었으며,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 같은 ITQ 자격증을 따는 것도 흥미로웠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컴퓨터 선생님이 CD에 게임을 구워주셨던 일이다. 그 게임들을 정말 재미있게 즐겼고, 그 시기에 유행했던 플래시 게임들도 열심히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가며 플래시 게임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플래시게임을 만들다

옛날에는 프로그램 설치를 위해 모든 브라우저를 종료해야 했던 것도 추억이다.

플래시를 접하기 전까지는 파워포인트의 애니메이션 기능을 이용해 간단한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플래시는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그 나이에 코딩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서 사용자와 상호작용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지만, 동시에 정말 재미있었다. 플래시를 하나씩 배워가며 버튼을 클릭하면 이벤트가 발생하고,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을 구현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스크래치나 엔트리처럼 시각적으로 알고리즘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지만, 당시에는 플래시에서 직접 코드를 입력해야 했다. 그 과정이 어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깊이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내가 만든 플래시 게임을 플래시 게임이 모인 사이트에 올려서 다른 사람들이 플레이해주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 특히, 재미있다는 댓글을 볼 때마다 이 분야에 더 깊이 빠져들었고,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코딩은 어렵다

당시에 수학의 정석 느낌이 나는 C언어 책을 봤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여러 프로그래밍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개발자들이 정말 강하게 성장했다고 느꼈다. 코딩의 시작은 무조건 C 언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남들의 조언을 따라 C 언어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은 컴퓨터공학과 4학년으로서 C 언어나 메모리 개념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어렸던 나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코딩을 하기 위한 언어와 하드웨어인 메모리가 무슨 상관인가!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어렵다를 넘어서 좌절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다

당시 iPhone 3GS가 보여줬던 사용자 경험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친구들은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애니콜 햅틱만 해도 굉장히 신기했었다. 핸드폰이 터치가 된다니..!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iPhone 3GS를 들고 학교에 왔다. 친구가 잠시 빌려줘서 사용해봤는데,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전까지 터치라고 해봐야 닌텐도 DS 같은 감압식 터치였는데, 정전식 터치는 사용자 경험이 전혀 달랐다.
그때 다음 핸드폰은 꼭 아이폰을 사야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iPhone 3GS가 출시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이폰을 써본 적은 없다.

나도 그 무렵 스마트폰을 갖게 되었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모바일 환경이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때부터 나의 꿈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에서 한층 더 세부적으로, 모바일 앱 개발자로 발전하게 된 것 같다.

앱 개발로 돈을 번다고?

이때의 무료 게임들은 광고도 없으면서 게임성도 좋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학교에는 꼭 특정 분야에 특출나게 뛰어난 친구가 한 명씩 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안드로이드의 불편한 UX를 개선해주는 유틸리티 앱을 개발해 1000원에 배포했는데, 그게 대박이 난 걸로 알고 있다.
당시에는 앱 개발이 정말 블루오션이었던 것 같다. 유료 앱 랭킹을 보면, 기업이 아닌 개인이 올린 앱도 꽤 많았던 기억이 난다.

나도 UX에 관심이 많았고, 만들고 싶은 앱도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기술이 부족했고, 그래서 빨리 개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개발 공부는 대학가서 해야지

중학생 때부터 개발에 흥미가 있었고, 다른 공부보다도 개발을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독학으로는 쉽지 않았고, 그래서 디지털 미디어 고등학교나 마이스터고 진학을 희망했다. 하지만 집안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뭐,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가 그렇듯이 나도 입시 공부만 반복했다. 개발 공부는 대학에 가서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수능 응시 횟수가 n>2인 건 매우 아쉬운 일이다...

원래도 수학을 싫어했고,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푸는 국어, 수학, 영어, 탐구 과목은 큰 흥미를 끌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런 환경에서도 컴퓨터 동아리를 직접 만들어서 회장을 맡았던 경험은 나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드디어 개발 공부를 시작하다

정말 어렵게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초등학생 때 나를 괴롭히던 C 언어부터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체계적인 학교 수업과 프로그래밍 멘토링까지 받으면서 드디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때는 정말 개발이 너무 재미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코딩을 하고, 집에 가서도 코딩을 하며, 간단한 기능이라도 직접 코딩으로 해결해보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코딩에 대한 한을 푸는 것처럼 매일매일이 코딩의 연속이었다.

슬럼프가 찾아오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절망의 계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우매함의 봉우리조차 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앞에서도 여러번 강조했던 것 같은데, 난 정말로 수학을 싫어한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그래도 출석은 다 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알고리즘이었다. 알고리즘 문제를 코딩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논리적으로 문제를 먼저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서 막혀버렸다. 코딩을 떠나서 논리적으로 문제를 풀지 못하니, 코딩이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막막했다. 코딩 테스트를 보지 않는 회사는 없었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취업하려면 피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개발자라는 길이 나에게 맞는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의문은 나의 의지마저 빼앗아갔다. 그렇게 따로 공부하던 안드로이드도 그만두고, 별다른 생각 없이 대학교 2학년을 보내버린 것 같다.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공무원이나 공기업 정보를 찾아보며 개발자라는 길이 나에게 맞는지 방황하던 때였다. 마침 코로나로 인해 개발자의 몸값이 치솟았고, 여전히 개발 자체에는 흥미가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프론트엔드 분야를 공부하던 친구의 추천으로 나도 프론트엔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어릴 적 경험 때문에 웹의 사용자 경험이 모바일을 절대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모바일 개발을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프론트엔드를 공부하면서 그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네이티브라고 생각했던 기능들이 웹으로 구현된 것이 많았던 것이다.

게다가 프론트엔드 개발은 알고리즘과 큰 관련이 없어서, 나에게 딱 맞았다. 그렇게 다시 개발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프론트엔드를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1년 뒤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많이 되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왜 개발자가 되고 싶었는지, 그 초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중간중간 방황도 했지만, 돌아보니 나는 개발자의 길을 걷는 게 맞는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공통적으로 내가 재미있어했던 것은 개발이였다. 현재는 프론트엔드라는 분야에서 나름대로 방향을 정했고,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면서 큰 어려움도 겪지 않고 있다. 물론 이걸로 몇 살까지 먹고살 수 있을지 걱정하면 끝이 없겠지만...

그렇다. 나는 아마도 1년 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어릴 적 재밌었던 경험이 이렇게 내 밥벌이가 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회고를 작성해야겠다.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개발에 대한 열정을 되찾은 느낌이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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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3일

저도 어렸을때 c 독학하다가 포기하고 대학교가서 하자 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ㅋㅋㅋㅋㅋ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