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9시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2024학년도 1학기 신·편입생 모집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간밤에 잠을 못 자서 밤을 홀딱 지새우고 아침 9시가 되자마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조회를 하고 있는데 마침 합격 문자가 왔다!
2023년 한 해 정말 하나도 신경 쓰지 못한 이 블로그에 오랜만에 와서 쓰는 글이 방송대 3학년 편입을 알리는 글이 될 줄이야. 물론 2024년의 첫 글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내용으로 작성하니 기분은 최고다. 얏호🤗
1n학번, 그것도 정말 극초반 학번인 내가 까마득한 24학번을 달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일어날 수 있으니 각오해라.
아침에 합격 여부를 확인한 직후 바로 기절잠을 해버려서 등록금 납부도 아직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학생으로 등록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편입을 하게 된 계기를 간단히 이야기해 보자면, 컴공 혹은 컴싸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늘 CS에 목 말라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나름대로 공부하면서 어찌 저찌 개발자가 되어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마음 한 편에서는 늘 기초적인 전공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교사,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처럼 전공과 직업의 불일치가 많은 나라에서 웬만한 직업과 직무에 전공이 크게 영향을 끼치긴 하겠냐만은 잘 닦아 놓은 기초지식은 탄탄한 건물을 쌓기 위한 기초공사와도 같아서 은연중에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것도 거의 개발의 길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던 2020년 즈음부터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등록 신청 시즌만 되면 망설이다가 시기를 놓치거나 야근에 주말 출근을 불사할 정도로 회사 일이 바빠서 등록 신청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된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등 매우 극악한 타이밍으로 인해 근 3년을 어영부영 흘려보냈다. 그러는 사이에 간극을 좀 메꾸어보려고 수박 겉핥기식으로라도 조금씩 공부를 해오고는 있었는데, 2023년을 보내주기 직전에 아직도 가끔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로 어이없는 일을 당하면서 오히려 의욕이 넘쳐 흘러버렸다.
그때 마침 우연히 네이버 홈에서 방송대 2024학년도 신·편입생 모집 광고 배너를 보고 말았고...
그렇게 등록을 덜컥 해버렸고...
그리고 오늘 합격 소식이 날아왔을 뿐이고...
홧김에 지르고 후회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절대 그렇지 않읍니다. 정말 오랜만에 공부할 생각에 좀 많이 설렌다. 오죽하면 등록금 납부도 하기 전에 벌써 온갖 후기를 다 들추고 오카방에 들어가서 정보를 수집한 끝에 첫 학기인 3학년 1학기 수강과목도 모조리 변경 신청해두었다.
그런데 다른 것 다 차치하고 일단 등록금이 너무 싸다. 전에 사이버대학교와 해외대학교 온라인 학위 과정까지도 알아보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사이버대는 100% 온라인 강의라는 것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큰 메리트가 없어 보였고 해외대는 차라리 진짜 유학을 가서 해당 국가에 자리를 잡는 것까지 생각하는 게 나을 듯했다. 무엇보다도 사이버대와 해외대는 어쨌든 국립대인 방송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록금에는 비할 수가 없었다. 교육의 질도 좋고 등록금도 싸고 아주 그냥 혜자다.
등록금 납부도 하기 전에 일단 먼저 방송대 홈페이지에 아이디를 등록하고 나니 자동으로 신청되어 있는 수강과목들을 볼 수가 있었다. 3학년으로 편입을 했으니 그에 맞게 3학년 1학기 전공과목 5개와 입학하면 무조건 들어야 한다는 원격대학교육의이해가 아주 예쁘게 수강신청과목 칸에 꽉 차있었다. 기본으로 채워져 있는 전공과목 5개를 찬찬히 살펴보니 아무리 내가 의욕이 넘치는 상태이고 실무를 이미 경험한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다 받아먹을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그대로 다 듣기에는 힘들 것 같았다. 살려주세요.
얼른 선배릠들의 수강 후기를 폭풍검색해보았더니 공통적으로 괜찮았다고 하는 강의들이 눈에 보였다. 나름 첫 학기인데 빡세게 갈 수는 없을 듯하고, 졸업요건을 채우기 위해서 너무 교양만 들을 수도 없었다. 어차피 교양 과목이 몇 개 없어서 선택지도 많이 없는 데다가 간혹 교양 과목인 주제에 감히 전공 과목을 넘어서는 과제가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는 무시무시한 소리도 들려서 교양은 과감히 포기하기로 결정!
그렇게 정한 수강 신청 과목 전공 5개 매우 아름답쥬?
파이썬과 C는 1학년 전공, 이산수학은 2학년 전공, 데이터베이스시스템과 운영체제는 3학년 전공이라 나름 적절히 분배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제대로 된 교양 과목 하나 없이 그냥 전공만으로 5개를 채운 건 나름 일주일 중 5일 동안 하루씩 돌아가면서 꾸준히 수업을 잘 듣기만 하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그리고 전공을 후딱 먼저 다 들어서 뒤로 갈수록 좀 설렁설렁(?) 여유롭게 하고 싶기도 했다. 내 목표는 성적보다도 원하는 과목을 잘 골라 듣고 4학기 만에 칼졸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혹시나 이건 아니다 싶은 과목이 있다면 우연히 이 글을 보는 선배릠이 있다면 저를 구원해주세요.
앞에 언급해버린대로 내 목표는 좋은 성적에 연연하는 것보다는 CS 지식을 잘 쌓을 수 있는 과목들을 꾸준하게 잘 듣고 4학기 만에 칼졸업하는 것이다. 절대 밑밥 까는 게 아니다. 좋은 성적은 이미 이전 대학 생활 때 받아보기도 했고, 애초에 편입을 결심한 계기도 CS 지식에 대한 갈망이었다.
여기서 핵심은 꾸준히이다. 혼자 알아서 공부하는 건 재능교육 학습지 풀던 시절에 다 훈련했어야 하는 일임에도 인간은 늘 스스로를 단련하지 않으면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 아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우리 아빠가 지금도 매일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하시는 게 존경스럽다. 그렇게 매일 공부해서 딴 자격증이 몇 개나 되는지도 모를 정도다. 예전부터 10년 넘게 보는 모습인데 그걸 본받아서 나도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한 시간씩 공부를 꼭 해낼 생각이다.
앞으로 딱 2년만 열심히 해보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