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Wecode 28기를 끝마치며

minami·2022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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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de 28기

개발자 양성 부트캠프 위코드 28기 - 프론트엔드 집중 코스

  • 기간: 2021. 11. 29 - 2022. 02. 25
  • 인원: 30명
  • 팀 프로젝트
  • 한 달 무급 인턴

>Wecode 수료 후기

3개월 정도 되는 시간은 역시 인생에서 정말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시간의 총량보다 무엇으로 그 시간을 채웠는가가 더 중요한 법이다.

퇴사 후, 겨우 일주일도 되지 않는 기간을 두고 바로 시작한 부트캠프에서 10 to 7+인 직장생활과 비슷하게 생활하면서 공부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인간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약간의 갈증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신난 망아지처럼 동기들과 친해지려고 하고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오랜만에 복작복작하게 프로젝트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물론 이제 다시 취업이라는 현실을 온몸으로 맞고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모순되게도 거시적인 운명론을 어느 정도 믿는 것과 동시와 미시적인 운명론은 무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동안 살아오면서 했던 수많은 선택을 딱히 후회한 적이 없다. 설령 그랬다고 해도 금방 잊어버려서 지금은 더 이상 기억 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우후죽순 생겨났고, 또 생겨나고 있는 많은 개발자 양성 부트캠프에 대한 여러 안 좋은 후기와 시선들은 차치하고 내가 결정한 일을 해낸 것에 그저 뿌듯함만을 느낀다는 뜻이다.

니선부 악깡버: 니가 선택한 부트캠프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그만큼 위코드에서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 짧은 시간에도 몇 번의 내 얼굴이 어두워질 정도였던 위기와 고비가 있긴 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잘 이겨내기도 했다. 정말 같이 프로젝트를 한 팀원들 뿐만 아니라 같이 고민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동기들과 멘토님들이 아니었다면 스트레스로 홧병이 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무를 겨우 찍먹만 해보았던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길에 대한 단단한 확신도 생겼다. 사수 없이 일하다 보니 기존 코드와 구 선생에 의지하여 거의 느낌적인 느낌으로 React를 다루면서 개발했던 과거가 겨우 서너 달 전인데 그때 작성했던 코드가 좀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스스로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 아직 공부할 것이 산더미이고 가야 할 길이 멀긴 하나, 별로 두렵지는 않다. 그저 하루 빨리 다시 실무 현장으로 들어가고 싶을 뿐이다.

이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더 뚜렷해졌고, 역시 남는 것은 사람인가 보다.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길을 선택하다

많은 개발 분야 중에서도 프론트엔드를 고른 이유를 대라고 했을 때 나는 별로 대단하거나 거창한 이유를 말할 수가 없다. 그냥 나는 예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화면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 매우 즐겁다. 그러려면 당연히 디자인이 예뻐야 하는데, 그건 전문가인 디자이너가 어련히 잘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 또 그건 그냥 퍼블리싱이라고 할 사람이 있겠지. 프론트엔드에는 퍼블리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내가 예쁜 화면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어쩌면 default이다.

그럼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냐? 나는 사용자와 맞닿아 있는 화면에서부터 시작되어 화면으로 돌아오는 모든 상호작용 과정이 여전히 신기하고 재미있으며, 특히 시작점이자 끝점인 화면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장 흥미롭게 느낀다. 말 그대로 가장 앞단인 프론트엔드 측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관심이 많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이 화면 구성을 절반씩 이렇게 만들었으며 이미지를 업로드할 때 왜 프로그레스바를 선택했을지 다크 모드와 라이트 모드를 어떻게 적용했을지 왜 목록 화면이 무한스크롤 방식이고 어떻게 구현했을지 등 궁금한 것들이 많다. 서버나 DB 구성을 어떻게 했을지 같은 좀 더 뒷단보다는 당장 내 눈앞에 있는 것에 좀 더 흥미를 느낀다.

사실 내가 예쁜 화면을 좋아하는 것은 초등학교 컴퓨터 시간에 처음 나모 웹에디터를 이용해서 HTML 태그만으로 웹사이트 만드는 법을 알았을 때부터 유구하게 이어져왔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도 색깔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마음에 드는 색으로 글자를 꾸미는 걸 좋아했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그 후 몇 년 동안은 충실한 문과생으로 살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누보드나 제로보드 같은 게시판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개인이 게시판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시 친했던 베스트프렌드들과의 추억쌓기용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했었지만 나름대로 페이지별로 디자인을 열심히 했었는데 지금도 내 방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연습장 공책을 찾아보면 열심히 그려 놓은 디자인 시안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때 만들지 못했던 홈페이지는 결국 대학생, 성인이 된 후에 실현하긴 했다. 제로보드를 이용했었고, 이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유료 호스팅 업체에 주소를 등록하고 DB 서버 호스팅 요금제 중 가장 낮은 요금제를 썼었다. 다행히 HTML 태그와 CSS를 잊지 않고 있었고, 국내 포털사이트에도 정보는 많았으므로 서너 달에 한 번 정도는 홈페이지 디자인을 내 마음대로 바꾸어 꾸며가면서 3년 정도는 유지를 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그렇게 퍼블리싱의 세계를 찍먹했...나...?

어쨌든 그런 경험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내가 처음 프로그래밍 세계에 발을 내딛을 때에도 이런 밑밥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HTML과 CSS밖에 알지 못했던 웹의 근본을 파헤치고 나아가 컴퓨터공학의 기초 지식을 공부하면서 아하 모먼트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나았다. 앞서 거시적인 운명론을 어느 정도 믿는다고 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기인한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프론트엔드가 더 재미있고 좋다라고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물 흘러가듯 인생 흘러가듯 어느새 나는 여기에 와 있었다.

그럼에도 좀 더 정제된 언어로 표현을 한다면, 화면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 좋다는 말은 단순히 심미적으로 좋은 화면을 구현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성능적으로도 잘 만들고 싶다는 말이다.

>Wecode에서 경험한 프론트엔드

어디에서 어떤 직무로 일을 하든 간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개발자 역시 여러 분야의 많은 사람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일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개발자는 혼자서 고독하게 자기 할 일만 하면 되니까 편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위코드에서도 늘 함께를 강조했다. 오죽하면 과거 선배 기수 중 누군가가 한 말인 #함께해서위코드를 핵심 가치로 쓸 정도이다.

바로 그 함께의 연장선으로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로 나뉘어 공부를 하던 동기들이 처음으로 API 연동을 할 때는 정말 큰일을 해낸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주기도 한다. 솔직히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각자 따로 개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그것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합치는 일이 뭐 그렇게까지 대단하다고 비행기를 태워 줄 일인가 싶은데, 그만큼 개발자들끼리 같이 일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에 강조를 한다. 첫 API 연동 이후에는 곧바로 2회차까지 이어지는 팀프로젝트에 돌입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이미 팀 프로젝트를 수 차례 해본 나에게 위코드에서의 첫 API 연동 자체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런 분위기가 싫지는 않았다. 위코드 직전 7개월 간의 개발자 찍먹 시절 백엔드를 담당했던 입사 동기와 함께 단둘이서 열심히 티키타카를 주고받으며 개발을 해나가는 그 오붓함 속에서도 늘 사수든 아니든 한 사람이라도 팀원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에 여럿이 복작복작한 것이 좋았다.

그래서 바닐라JS부터 React까지 아우르는 개인 프로젝트 시간이 끝나고 팀 프로젝트의 시간이 시작되었을 때 내 텐션은 하이스트(highest)를 찍었다. 머릿속이 꽃밭인 양 즐겁기만했던 것은 아니다. 동기들 중에 거의 유일하게 실무 경험이 있었던 데다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하던 React나 웹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게 재밌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세션이나 코드카타 시간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인해 이 우물 안 개구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였던(아마도...?) 탓에 다른 팀원들을 끌고 가야 하는 위치에 선 적도 있었다. 전혀 괴롭거나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팀은 다 함께 하기에 팀이니까 같이 가려고 그저 노력했다. 지나고 나면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일 속상했던 때는 내가 맡은 페이지의 컴포넌트 라이프사이클이 꼬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도저히 그놈의 라이프사이클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제는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1차로 충격을 받았고, 라이프사이클 순서를 확인하려고 콘솔로그를 일일이 찍어서 몇 번을 보면서도 왜 그렇게 동작하는지 한참이나 이해를 못하고 있는 내 모습에 2차로 충격을 받았었다. 잘 모르겠으면 다시 공부하면 된다. 그리고 한참을 이해하지 못했던 건 짧은 시간 안에 팀 프로젝트를 해내느라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뇌에 과부하가 왔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맑은 정신이라 이렇게 명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데, 당시엔 정말 아찔했다. 내가 사실은 이렇게 멍청하다고...? 하는 생각만 가득했으니까.

그럴 때마다 도움이 되었던 건 주변 사람들이다.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면 먼저 다가와서 같이 문제를 고민해주고 심지어 같이 답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해주기까지 한 동기들이다. 당 충전을 하라며 간식거리를 내주기도 하고, 식사 때에는 같이 맛있는 식당을 찾아 나서고, 카페인 수혈을 하라고 커피를 사주기도 했던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같은 목표를 갖고 나아가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 그걸 또 한 번 이곳에서 느꼈다.

>Wecode 이후

치열한 3개월이 끝나고 이제는 실전 뿐이다. 지금의 실력으로 취업할 수 있겠냐는 고민은 더 이상 할 것이 못 된다. 몇 년 전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갓 사회로 나왔을 때부터 늘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이다. 세상에 회사는 많다. 지나치게 간절히 한 회사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상에 회사는 많다. 거기 아니어도 갈 만한 곳이 훨씬 많다. 포기하는 느낌으로 마음을 내려놓기보다는 쿨해지는 느낌이어야 한다. 그저 알면서도 구차해지는 내가 있을 뿐...

그러나 취업한다고 해서 끝이 나는 것도 아니다. 다른 모든 직무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열린 자세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많이 양보해서, 최소한 뒤로 가지 않도록 따라잡으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또한,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기술 면접 준비를 하다 보니 CS 지식을 조금씩 공부를 하고 있는데 종종 대학을 다시 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CS 지식은 정말 꾸준히 계속 공부해야 하나 보다. 돈만 있으면 평생 학생이었으면 좋겠다던 소원을 이렇게 이루게 되는 것일까...^_T

앞으로 어떤 회사에 가서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개발자로서 내가 기여한 제품을 자랑스럽게 모두에게 당당히 내보이고 싶다. 이거 내가 만든 건데 어때? 잘 만들었어? 할 수 있을 만큼 잘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실력을 잘 키워야겠지. 그리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주변 사람들이 다들 나와 일하는 것을 좋아했으면 한다. 이것도 역시 내가 실력이 좋거나 성격이 좋거나 혹은 둘 다 좋거나 해야겠지. 좋은 개발자가 되는 건 멀고도 험하구나.

그래도 열심히 하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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