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진중한 대화를 담은 콘텐츠를 발견하면 영상 전체를 챙겨보는 편이다. 성능 좋은 인공지능이 적절하게 정제된 단어들을 뽑아내는 것 같다고 할까, 뱉어내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들이다.
얼마 전, 존박의 유튜브 '존이냐박이냐'에 이적이 나와 이야기한 내용 중 일부를 보고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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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은 비비의 <밤양갱>을 들으면서 가사에 'ㄴ', 'ㄹ'정도만 남겨서 '떠나는 길에 네가 내게 말했지'라는 물결처럼 지나는 벌스를 만들었다는 점에 감탄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노래가 히트한 한참 뒤에 이 이야기를 장기하에게 해줬더니, 정말 듣고싶었던 이야기였는데 이적에게 처음 들었다며 고마워 했다는 것이다.
이런 디테일까지 청중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밤양갱>이라는 노래는 크게 히트했고, 노래가 좋은 이유는 모르지만 그저 노래가 좋다고 느끼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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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기술과 최적화를 이용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는 구체적인 내용은 사용자 입장에서 알 바 아니지만,
"눈치챌까?" 싶어서, 혹은 이런 저런 핑계로 생략한 사소한 디테일들은 단 몇 픽셀, 몇 초의 화면 차이로 "구리다"고 느낀다.
구리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려면, 역설적으로 사용자가 알지 못할 정도로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 사용자는 그 총체적인 결과물을 보며 "설명은 못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완성도가 높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좋은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처럼 말이다.
사진 출처: 가수 이적이 도파민 중독을 피하는 방법 - Youtube 존이냐 박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