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디자이너 말빨이 잘 안먹히는 이유

Mopsy·2019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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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란 기본적으로 주류를 답습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면서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분야다. 물론 다른 분야도 비슷한 성장 과정을 겪지만, 디자인은 이전에 있었던 레거시를 계승하면서 발전하는 경우보다는, 거의 완벽하게 제거하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전복적 사고를 통해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와는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시도들이 규제에 의해 무산되는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한국사회에서는 빈곤한 상상력으로 인해 새로운 시도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당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디자이너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란 어려운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이 빈곤한 상상력은 어디에 기인하는 걸까?

우리나라는 여러면에서 고립되기 쉬운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언어적 특수성에 의한 언어적 고립, 식민지시대와 전쟁으로 인한 역사적 고립, 지정학적 위치에 의한 고립 등등.. 게다가 인구 규모마저도 작다. 이러한 고립된 환경 속에서 발전해온 국가에 다양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거야말로 놀라운 일일 것이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다양성이 억눌려있다. 사회에 다양한 형상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에 있어서 주류와 비주류의 편차가 심해 비주류로 살아남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렇다보니 효율과 가성비를 무엇보다 중시하고, 중장기적 전략보다는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게 하며, 실패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을 갖는 문화가 뿌리깊게 형성되어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예술이나 문학과 같이 다양성의 기반이 중요하지만, 개인의 역량이 크게 작용하는 분야에서는 비주류라 하더라도 개인의 특출난 역량과 개성으로 성장해나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 분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다른 산업과의 협업 속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결과물을 도출해내야 하는 분야다. 그러므로 디자이너 개인들이 뛰어난 역량을 가져야함은 물론이고, 그에 더해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성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인식이 열려있어야만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끌어나갈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아직까지 한국 주류사회는 여전히 산업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어 실무 레벨에서 훌륭한 디자인 솔루션을 제안해도 최종결정권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무수히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디자인 분야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유독 그런 경향이 짙다)

2010년 즈음부터는 글로벌한 서비스/산업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에도 글로벌 서비스들이 하나둘씩 정착하기 시작했고,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몇몇 국내 서비스/산업들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 틈새로 빠르고 영리하게 움직여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났고, 다행히(?) 디자이너 출신 대표들이 이끄는 스타트업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비율을 놓고 보면 여전히 그 비율은 미미한 편이고, 대부분의 조직에서 디자이너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디자이너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컨텐츠 분야에 강점이 있는 디자이너들은 컨텐츠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추세여서 흘러넘치는 일만 잘 받아먹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반면, IT업계나 스타트업 씬에서 활동하는 UX관련 디자이너라면, 결국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사업으로써 증명하지않고서는, 디자이너에 대한 인식을 현재 수준에서 끌어올리기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Design thinking, UX Research, ... 다 좋은데, 사실 여태까지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들을 보면 설계-과정-결과까지 제대로 성공한 사례가 많아 보이진 않는다. 그 이유야 위에 기술한 여러가지 요인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비즈니스적으로 깊숙히 관여해서 비즈니스임팩트를 만들 자신이 있다면, 직접 증명해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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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 & Design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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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0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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