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나의 자존감을 타인의 인정으로 채우고자 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것이 결코 나를 온전히 채워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25살에 군대를 전역한 후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복수전공을 시작했다. 복수전공을 하는 2년 동안 학교 성적에 목숨을 걸었다.
학점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좋은 수단이다. 과제와 시험에 대한 점수가 모두 공개된다. 몇 등을 했는지도 알 수 있다. 나의 위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인정 받기 위해 학점과 등수에 집착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인정으로 나의 자존감을 채웠다. 그에 따라 인정받지 못하는 순간에는 나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따라서 조급했다. 매일매일 시간에 쫓기며 살았고 내가 공부하는 시간을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침해한다면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그렇게 타인의 인정에 집착할수록 나와 내 주변 관계를 망가뜨렸다.
나와 내 건강에 소홀했고,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관계에 소홀했고,
나와 함께하던 공동체에 소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행복하지 못했다. 인정받는 순간만 달콤했지, 그 달콤함은 금방 사라졌다. 또한 이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 내가 참 많이 소진되었다.
심지어 좋은 학점이 결코 좋은 개발자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 했다. 하지만 학점과 등수를 위해 공부한 지식은 시험이 끝나고 머릿속에서 금방 사라졌다.
우테코에 들어온 뒤 유연성 강화 스터디를 통해 내가 언제 고통을 느끼는지 돌아보았다.
인정 욕구에 매몰되어 나와 주변을 살피지 못할 때 가장 고통스럽다고 느꼈다.
따라서 유연성 강화 목표를 나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근거를, 타인의 인정에서 찾지 않고 나의 내면에서 찾아보기
로 설정하였다.
나의 자존감은 다른 사람이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만이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너무 늦게 깨달은 탓이었을까. 소홀했던 시간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었다. 지난 일들로 인해 소중한 관계를 잃게 되었다.
그 이후로 한동안은 우테코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우테코 캠퍼스에서는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미션을 수행해 나갔지만, 집에만 가면 애써 무시해 오던 감정들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그 기간에 정말 감사했던 것은 유연성 강화 스터디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스터디를 통해 이 고통에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인정만 좇는 삶이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만약 스터디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고통에 매몰되기만 하다가 끝났을 것 같다.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나의 자존감을 채우는 것은 결국 주변 관계에도, 그리고 나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방법밖에 없다.
앞으로 우테코 과정을 계속 해나가면서 타인의 인정이 주는 달콤함을 경계하자. 인정 욕구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당 욕구로 자존감을 채우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이곳에서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근거를 하나씩 발견해 가길 원한다. 나의 내면을 차근차근 단단하게 만들어 가고싶다. 나조차도 사랑하지 못했던 모습을 존중해주는 안전한 우테코에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