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는 사기다.

negu63·2022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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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질문

이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다면 글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답을 할 수 없다면 읽어 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1. NFT의 원본 파일 데이터는 어디에 저장되는가?
2. NFT는 탈중앙화되어있는가?
3. NFT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4. NFT 원본과 사본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을 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얼마가 들까?

우연한 계기로 블록체인에 대해 공부하게 된 이후부터 나는 탈중앙화에 완전히 매료되어 더는 늦을 수 없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탐구했다.

그러던 중 메신저를 탈중앙화한다는 프로젝트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실현만 된다면 높은 수준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면밀히 조사했다.

하지만 조사를 하면 할수록 현재로써는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비용이 너무나도 비싸기 때문에 엄청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생성해내는 채팅 앱과 SNS 앱 등을 블록체인을 이용해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드는 비용에 관한 글에 달린 답변을 보면 256비트의 단어를 체인에 저장하는데 2만 가스가 든다고 한다.

글을 작성하는 현재(2022-03-13 1:30) 기준으로 가스비는 대략 28GWEI이며 1GWEI는 0.000000001ETH이다.

또 이와는 별도로 트랜잭션을 위한 15만 가스에 대한 비용으로 150000 * 28GWEI를 지불해야 한다.

256비트의 데이터를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저장하는데 드는 총비용은 대략 17만 가스 정도인데 이더리움의 현재 가격은 약 2595달러이므로 이는 (28 * 10910^{-9}) * 170000 * 2595 = 12.3522달러이다.

256비트를 저장하는데 12달러가 든다고 하면 비싼지 싼지 별로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파이어베이스 스토리지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비용은 1GB당 0.026달러이다.

트랜잭션을 위해 필요한 15만 가스는 용량에 상관없이 고정적이긴 하지만 256비트는 0.000000032GB이므로 정말 어마어마하게 비싼 것이다.

피어난 의문

이 엄청난 데이터 저장 비용에 대해 알고 난 후 현재로써는 메인 체인을 이용해서 탈중앙화 메신저를 구현할 수 없겠다는 아쉬움과 함께 의문이 생겼다.

NFT들은 2D 이미지와 3D 모델링 파일, 동영상과 같은 용량이 큰 파일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 비싼 비용을 감당하면서 민팅을 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물론 내가 이해 못 한다 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오픈씨를 돌아봤을 때 별로인 작품들이 많았고 이런 작품들에는 그런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이상했던 점은 해당 크기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 현상에 대해 알기 위해 단순히 매혹적인 신기술 정도로 생각했던 NFT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가슴 아픈 진실

게임 운영사의 부당한 대우를 십수년간 몸소 겪어온 게이머로서 탈중앙화를 통해 개인의 데이터 주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일컬어지는 NFT를 정말 좋아했고 응원했었다.

그래서 내 예상이 틀렸길 바랬다.

하지만 NFT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달랐다.

1. NFT는 도대체 어디에 저장되는가?

NFT의 원본 데이터는 오픈 체인이 아닌 누군가가 소유권을 가진 서버에 저장된다.

NFT를 생성할 때 실제 파일의 원본 데이터를 체인에 저장하는 게 아니라 파일의 메타 데이터와 파일이 업로드된 곳의 URL을 JSON 형식으로 만들어서 해당 JSON 데이터를 체인에 저장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원본 데이터 파일의 크기에 상관없이 URL만 저장하면 돼서 저장해야 하는 용량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NFT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2. NFT는 탈중앙화되어있는가?

NFT는 탈중앙화되어있지 못하다.

솔직히 NFT 생성이 가능한 알트코인들 자체가 탈중앙화되어있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이는 기회가 되면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우리는 1번 질문의 답을 통해 NFT가 생성될 때 체인에 파일의 원본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파일의 URL과 메타 데이터를 저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NFT를 생성한 원작자가 어딘가에 원본 파일을 업로드하고 이 URL을 등록한 것인데 이 때문에 현재 구조에서는 탈중앙화가 불가능하다.

원작자가 구글이든 아마존이든 개인 서버든 어디든 간에 원본 파일을 업로드하고 그 링크를 이용해 NFT를 만들었다면 누군가에게 그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수정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이는 탈중앙화 되어있다고 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아마존 S3에 파일을 업로드해서 NFT를 생성했다고 해보자.

어느 날 미국 대통령이 NFT를 가만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NFT가 가장 많이 저장된 곳이 S3라는 것을 알아내고 아마존에 규제를 때려버린다면 당신의 NFT는 무사할까?

아니면 원작자가 더 이상 S3 요금을 내지 않는다면?

원작자가 AWS를 탈퇴한다면?

원작자가 업로드한 파일을 삭제한다면?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닌 개인 서버에 업로드했다고 가정해도 파일이 업로드된 서버를 닫아버린다면?

디지털 '자산'인 NFT는 어떻게 되는가?

원본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거래 기록과 메타 데이터뿐인 껍데기가 된다.

이 문제는 특히 특정 기업이나 단체가 주도하는 NFT 프로젝트에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본다.

그들은 언제든 당신의 NFT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NFT는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생성부터 잘못되고 있기 때문에 전혀 탈중앙화가 되어있지 않으며 이는 무시할만한 수준의 가벼운 문제가 아니며 중대한 결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일코인 등의 IPFS 블록체인에 원본 데이터를 업로드하는 시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역시 네트워크의 금전적 보상 체계가 약화되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서 파일을 가진 노드가 네트워크를 떠나면 파일의 손실을 막을 수 없으며 언제든 누군가(특히 원작자)에 의한 수정 및 삭제가 가능하다는 문제점 또한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3. NFT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모름(진짜 모름)

과연 NFT가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가치란 사회적 믿음이며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라 생각해서 가격에 대해서만 말하겠다.

이제 막 생성된 NFT는 얼마일까?

현실 세계의 물건들과 같이 1억에 팔든 10억에 팔든 만든 사람 마음이며 기준 같은 건 없다.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당장 삼양라면 매운맛을 찬장에서 꺼내 당근마켓에 20억에 올려 판매한다고 해도 안 사면 그만이고 누구나 이 라면의 가격이 20억까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NFT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 블록체인의 장점인 익명성과 만나면 환장의 콜라보를 이룬다.

누군가 남을 속일 의도를 갖고 가격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어떤 사람이 투자를 위해 NFT를 구매한다고 해보자.

꽤 매력적인 NFT를 발견하고 거래 기록을 살펴본다.

  1. A가 생성한 NFT를 B가 1ETH에 구매.
  2. B가 C에게 1.5ETH에 판매
  3. C가 D에게 2ETH에 판매
  4. 현재 가격 1.5ETH

어떤가? 생긴 것만큼이나 매력적인 할인 아닌가? 돈이 급한 D가 헐값에 판매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 NFT는 적어도 1ETH 이상의 가치는 가진다!

★★★ 전혀 아니다. ★★★

우리는 콜렉터 A, B, C, D가 모두 같은 사람이거나 한 통속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그 개인 또는 집단은 가스비만 지불한다면 저런 거래 기록을 마음껏 만들어 낼 수 있다.

시세 조작은 얼마든지 언제든지 가능하며 조작에 더 많은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이 비교적 긴 기간 협력하거나 코인 믹싱이나 조인을 통해 코인마저 세탁한다면 알아채기도 힘들다.

NFT 자체가 코인 세탁에 이용되기도 한다.

심지어 조작된 거래 기록으로 부풀려진 가격을 가진 NFT를 이용해 디파이 담보대출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는 결국 해당 NFT를 마지막으로 소유하게 된 사람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점에서 폰지 사기와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4. NFT 원본과 사본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다른 평행 우주 지구의 김엄똑 박사 이야기를 살펴보자.

엄청나게 똑똑한 박사 김엄똑은 세기의 발명품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것은 바로 복사기인데 평범한 복사기가 아니라 어떤 물체든지 원자 단위까지 똑같이 복사해낼 수 있는 복사기이다.
다 빈치의 작품을 너무도 사랑한 김엄똑 박사는 당장 복사기를 들고 루브르 박물관으로 뛰어가 모나리자를 복사해버린다.
그런데 너무 기쁜 나머지 복사된 그림을 구경하느라 복사를 중단하지 않았고
김엄똑 박사는 결국 모나리자를 1만장이나 인쇄해버렸다.
1만장의 모나리자 모두 100% 완벽하게 똑같아서 현미경으로 보든 X선 촬영을 하든 전문가가 분석하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 1만장의 모나리자 중 다 빈치가 그린 것은 무엇이며,
원자 단위까지 같은 모나리자가 1만장이 된 시점에서 그게 의미가 있는가?

안심해도 좋다.

김엄똑 박사도 완벽한 복사기도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 세상에는 말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저 복사기도 필요 없이 컨트롤 + C, V만 누르면 모나리자를 복사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NFT 존재 의미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굉장히 비싸고 인기가 있는 NFT가 있다고 해보자.

누군가 그 NFT를 갖고 싶지만 살 돈이 없다.

그럼 그냥 마켓에 가서 해당 NFT를 우클릭하고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누르면 된다.

1픽셀, 1비트조차 다른 게 없기 때문에 완전하게 동일하다.

체인에 메타 데이터가 있고 거래 기록이 있는데 그게 왜 동일하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결국 메타 데이터도 파일에 관한 것이고 거래 기록도 파일을 NFT로 찍어낸 것을 거래한 것이 아닌가? 파일을 가지는 것보다 메타 데이터와 거래 기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가?

이는 마치 물건이 아닌 물건의 영수증이나 보증서가 더 중요하며 물건이야 어찌됐든 제쳐두고 그것만을 거래하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심지어 이 파일을 저장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파일로 NFT를 또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며 실제로 이에 속아 거액을 사기당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우리는 3번 질문을 통해 거래 기록 또한 조작이 가능함을 알 수 있었다.

닷컴 버블의 귀환

NFT에 대해 조사하면서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봤는데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마치 닷컴에서 NFT로 단어만 바뀌어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NFT란 단어만 붙으면 주식이든 예술품이든 게임이든 뭐든 간에 날개라도 달린 듯 가격이 오른다.

최근에는 유명인들과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들은 대부분 NFT를 팔면서 로드맵을 제시하는데 거기에 늘 적혀 있는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보고 있자면 머리가 아파진다.

부디 이 거품이 꺼질 때 많은 사람이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마치며

여전히 NFT가 유망한 디지털 자산이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아마 당신의 생각이 옳을 것이다.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나도 내가 틀렸길 바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결점이 많지만 여전히 NFT는 이전에 없던 정말 좋은 시도이고 영리한 움직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NFT 사업들이 로드맵대로 순항하고 메타버스를 실현해내고 진정한 탈중앙화를 이루어내 영리하게 개인의 데이터 주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자유롭고 안전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훗날 이루어진다고 해도 현재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는 NFT 시장은 과장된 광고로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 대중적 수용을 이루고 로드맵을 펼치기도 전에 버블이 터져 기술 자체가 사장될까 걱정이 된다.

NFT를 이용한 사업을 하는 이들이 진정성을 갖고 제대로 된 가치를 실현해주기를 바란다.

4가지 질문들과 그에 대한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직접 답을 찾거나 새로운 질문들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내 답의 오류나 다른 기가 막힌 질문을 찾게 된다면 알려주면 고마울 것 같다.

새로운 기술들이 엄청난 속도로 등장하는 때에 이 양날의 검에 피해를 입지 않고 지혜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제도에 의존하거나 사회적 흐름에 몸을 맡기기보다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게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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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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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3일

예전 글이지만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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