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트캠프 철새가 되어버린 26살 대졸 백수.SSAFY를 모르는 컴공은 아마 없을 것이다.
교육부터 취업지원, 식사 제공에 노트북 대여, 그리고 가장 중요한 100만원.
나는 금의환향할 탈출의 꿈을 그리며 역삼역에 몸을 맡겼다.
9 to 6의 파멸적인 정상인 생활은 거북이 목의 야행성 짐승에겐 버거웠다.
자비없는 강남행 출근열차는 안락한 홍대행 내선순환 열차에 익숙해진 몸을 사정없이 두드려팼다.
지금은 그래도 익숙해진 것 같지만 아직 여름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
그래도 매일 넉넉하게 챙겨주는 점심과 매달 더 넉넉하게 챙겨주는 지원금은 가슴을 훈훈하게 해준다.
그리고 학생들 혹시라도 목마를까봐 뿌려주는 기프티콘들도 쏠쏠한 동기부여가 된다.
무엇보다도 함께 취업을 준비하며 서로의 동기부여가 되어주는 동료들이 가장 큰 복지였다.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바쁜척은 다했지만, 사실 방탈출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찔끔찔끔 잘도 놀았다.
처음 자기소개할 때부터 범상치 않았던 인물들도 많았고, 역시나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싸피 1학기 절반은 알고리즘 풀이다.
반마다 학습 기조가 다르지만 우리반은 완전한 자율 학습이었다.
강사님이 매일 백준과 SWEA의 추천 문제를 업데이트하면 학생들은 해당 문제를 풀이하고 우리 반의 파일 서버에 업로드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백준 기준으로 실버 정도의 문제를 풀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 마지막 즈음에는 매일 골드급 문제를 다섯개씩 풀었다. 나는 싸피 입과 전에도 알고리즘은 꾸준히 풀어왔었고, 어느정도 준비를 하고 있던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따라왔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진도를 약간 버거워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풀이한 문제는 구글 스프레드 시트를 이용해 실행 시간과 사용 메모리를 공유해 누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풀이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 나름 쏠쏠한 동기부여가 됐다.
아무래도 매일 문제를 풀어왔다보니 백준 추천문제의 경우 대부분 한 번 풀어본 문제였다. 그래서 효율적인 풀이를 찾을 겸 문제를 다르게 풀어볼 겸 별 해괴망측한 풀이를 많이 사용해봤다. 주로 비트마스킹을 애용했는데, 나름 효과적이었다.
그와 별개로 알고리즘 스터디를 하기도 했는데,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쏠쏠하게 얻는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
SSAFY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 삼성 소프트웨어 역량 평가 응시 기회다.
우선 A형 응시 기회가 주어지며, 이는 동시에 1학기 수료 필수 조건이다.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아 알고리즘을 몰라도 1학기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나 딸 수 있다고들 한다.
만약 입과 시 코딩테스트 만점이라면 A형에 준하는 등급을 취득할 수 있다.
A형을 취득하거나 코딩테스트 만점자라면 B형 응시에 도전할 수 있다.
난이도는 적어도 플래티넘 이상급이지만, B형이 어려운 이유는 최적화에 있다.
어려운만큼 그 보상도 확실한데, SSAFY 내에서도 1:1 현금화할 수 있는 1,000,000 마일리지를 지급하며, 교육생 평가에도 어느정도 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큰 혜택은 2년간 삼성 계열사 코딩테스트 면제다. 사실상 SSAFY + B형 취득 조합이면 삼성 계열사는 서류 제출 후 최종면접 직행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
다만 요새는 B형이 삼성 계열사 입장권같은 느낌이라 반드시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다.
나도 운이 좋게도 B형 특강을 수강하면서 두번째 시도에서 B형을 취득했다.
첫 번째 시도에는 4시간동안 머리만 싸매다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원본 코드만 제출하고 왔었다.
두 번째 때에는 어이없을정도로 쉽게 풀린 문제가 당황스러워 오히려 불안감이 있었지만 무사히 합격했다.
1학기에는 작은 프로젝트 여러개와 최종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한다.
Java, 백엔드, 프론트엔드,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프레임워크(Spring, Vue.js) 등 교육 과정에서 배운 내용들을 토대로 요구사항을 구현하는 미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대부분 하루 안에 완성할 수 있는 부담없는 프로젝트였다.
최종 프로젝트는 여행, 부동산 두 분야 중 하나를 골라 프로젝트를 기획, 구현한다. 완전한 자유 프로젝트는 아니고 명세서가 주어지며, 필수 구현 사항도 있다.
오피셜한 구현 기간은 일주일 정도지만, 대부분의 반들이 유도리있게 한달 정도 일과 중 남는 시간을 프로젝트에 자유롭게 할애할 수 있도록 해줬다.
우리 팀은 여행 카테고리를 선택했고, 사진 저장용 클라우드를 구현했다. 사실 처음에는 수상이나 완성도보다는 학습을 중점으로 두고 TDD도 도전하고 학습 내용을 정리하면서 진행하자는 원대한 꿈이 있었지만, 시간의 압박과 욕심으로 방향이 약간 달라졌다.
그래도 결과물을 봤을 때 너무나 만족스러웠고, 구현 과정에서도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이 만족스러웠다.
사실 SSAFY에 지원한 주 목적은 이 취업지원 서비스였다.
국내 부트캠프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인 만큼 다양한 기업들의 공고가 올라오며, SSAFY 출신을 우대해주는 기업도 있었다. 드물지만 SSAFY 재학생 및 수료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모집 공고가 올라오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자소서, 면접 특강이나 삼성 계열사의 경우에는 자체 모의 면접을 실시하기도 한다.
또, 1학기 재학생들은 면접 전형 일자가 잡히면 컨설턴트와의 상담을 할 수 있었는데, 이게 굉장히 쏠쏠하다.
취업 분야 전문가로부터 1대1 상담을 받을 수 있는데 자기소개서 첨삭과 면접 전략, 과거에 있었던 기출 질문들 등 다양한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1학기 탈출을 노리지만, 실제로 취업에 성공하는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우리반도 26명 중 학기중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이다. 물론 학기중에 최종 발표까지 나오는 기업이 많지 않은 것도 한 몫 하니 방학 중 좋은 소식이 들려올만도 하다. 나 또한 최종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니.
하지만 방학 중 진행되는 잡 페어 기간과 2학기 프로젝트 기간을 잘 활용해서 취업 성공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