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은 일종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다정해지고 싶을 때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언제부턴가 내가 다정함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내가 건넬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함은, 혼자 있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다정하게 무관심해지는 것 뿐이다.
다정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어색해서 결정적인 순간을 재미 없는 농담으로 메꾸고 싶어한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겠지라며 믿고 있지만 사실은 상처를 준 적도 있다.
나는 두려운 순간에 자꾸 농담을 하고 싶어지는 버릇이 있다.
농담과 실없는 웃음으로 무마하며 회피한다.
언젠가 보러간 불꽃놀이가 생각난다.
사람이 많은 곳과 시끄러운 곳을 제일 싫어하던 그리고 나와 비슷한 그가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나를 올려놓으려 애를 쓰던 순간. 숨이 차도록 나를 뛰게 만든 그 무심하고 투박한 다정함.
안 다정한 사람이 다정해 지려고 할 때의 이상한 절박함.
결국 나는 불꽃은 하나도 못봤지만.
헤어지기 전, 이것도 불꽃이라며 켜 준 라이터 불꽃.
미안하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서툴러서 역시 재미 없는 농담밖에 할 줄 모르는구나.
근데 나는 그 불꽃을 단 한 번이라도 손으로 쥐어보고 싶었다. 다정함 대신에 건넨 농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쩐지 불꽃을 손에 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때 힘껏 당긴 라이터의 불꽃이, 바람을 막기 위해 불꽃을 동그랗게 감싼 손이, 안 다정한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함이었다.
연약하고 서투른 다정함에 다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손에 불꽃을 쥐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