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회고를 쓴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라기엔 이미 2024년이 되어버렸나요) 2023년 회고를 쓰게 되었습니다. 시간이란게 참 빠르게 지나가네요. 지난 회고에 작성한 것 처럼 저는 토스뱅크에 합격하게 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1년차 개발자의 삶을 시작했던 제가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무려 9개월동안이나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지 않았던 저입니다만.. 그래도 간략하게라도 2023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게 좋을 것 같아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
제가 첫 출근을 한 것은 2023년 1월 16일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첫 출근에 설레서 출근해야 하는 시간보다 30분 넘게 일찍 도착해서 건물 1층에 어리둥절하고 앉아있던 제가 생각납니다. 치열한 환경 속에서 일하며 가치를 만들고 제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싶었던 욕심이 컸기에, 저는 다른 어느 회사보다도 토스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첫 출근 날이 더더욱 설레지 않았나 싶어요.
토스에는 메이트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메이트는 신규 입사자의 온보딩을 도와주는 일종의 짝꿍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같은 스쿼드 - 일반적으로 토스는 사일로라는 조직 단위를 씁니다만, 토스뱅크에서는 스쿼드가 사일로를 대체합니다. - 의 서버 개발자분께서 메이트를 해주셨는데요. 토스뱅크 최고의 스윗가이 답게 제가 회사에 잘 적응하실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고, 조그마한 PR이나 배포 하나하나에도 잘한다 잘한다 하고 기운을 북돋아주셨습니다. 같이 업무를 하면서 기술적으로나 커뮤니케이션적으로나 배울 점이 정말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스뱅크 면접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붙은 이후로도 수 없이 들려온 이야기가 토스에서는 신입에게 신입의 역량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곧바로 1인분을 하는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대신 남들도 저를 신입이라는 시선으로 안보는 만큼 다른 회사 신입 개발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솔직히 그게 저를 불타오르게한 원동력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신입이라고 오구오구 케어받는 대신 프로덕트에 기여를 하는게 제한되어 있는 것 보다는, 제 능력을 갈아넣어 프로덕트를 성장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는 쪽을 더 원했기 때문에요.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응애 개발자가 SLASH 영상에서 보던 능력자분들과 기술 토론을 한다? 솔직히 이거 못참죠 ㅋㅋ
입사 초반의 저는 제가 우아한테크코스 1년 동안 배운 것들을 최대한 어필하고 이용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우테코하면 가장 유명한 테스트. 사실 실무에서는 빠르게 개발을 하다 보면 테스트 코드를 촘촘히 작성하지 않거나 아예 작성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요(대신 QA를 통해 이 부분을 많이 메우는 것 같더라고요), 심지어 저희 스쿼드는 제가 입사하기 전엔 서버 개발자가 한 분이셔서 더욱 테스트를 꼼꼼히 짜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우테코에서 배운 습관대로 할 겸, 도메인 파악도 할 겸 입사하자마자 테스트 커버리지를 높이는데 집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우테코 막판에 제가 의존성과 확장 가능한 코드에 꽂혀 있었는데요. 마침 저희 스쿼드는 여러 외부 제휴사와 비슷한 프로덕트를 가지고 연동할 일이 많은 스쿼드입니다. 제가 입사했을 당시에는 제휴사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여러 제휴사(현재는 무려 5개)와 추가로 연동할 예정이 잡혀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확장하기에 좋은 구조를 만들어 놓으면 좋은 상황이었죠. 덕분에 제가 당시에 꽂혀 있던 부분을 원없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확장 가능한 코드라는건 지금도 굉장히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포인트긴 합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확장할 것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걸 다 고려하고 짜자니 당장에 데드라인은 계속해서 저를 향해 달려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실무를 경험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입니다. 좋은 구조 좋은 코드 탄탄한 테스트 물론 중요한데요, 이 모든 것은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입니다. 아, 여기서 제가 말하는 프로덕트란 단순히 대고객으로 나가는 상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팀이 만들어야 하는 유무형의 결과물,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구조로 좋은 코드를 작성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결과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특히나, 우린 기업으로부터 보수를 받고 결과물을 내야 하는 근로자입니다. 좋은 구조, 좋은 코드, 탄탄한 테스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당연히 치명적인 버그는 없어야 합니다!)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죠.
물론 우테코에서 그렇게 배우긴 했습니다. 일단 돌아가는 코드를 만들고 리팩터링을 하라고요. 하지만, 아직 실무를 경험해보지 못한 당시의 저는 어쩔 수 없이 애초부터 좋은 코드
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아, 물론 애초부터 좋은 코드를 짜는 것도 중요한 것 같기는 합니다. 혼자서 개발 공부를 할 때보다 훨~씬 복잡한 요구사항들이 주어지고, 심지어 예상하지 못한 요구사항이 계속 추가되기 때문에, 애초에 잘 짜놓은 코드가 있으면 그런 요구사항들을 개발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합니다. 얼마 전에 상품 하나를 개발하면서 많이 느끼기도 했습니다.
결국, 데드라인을 맞추면서 그 안에서 최대한의 퀄리티를 뽑아내는게 중요한 것 같고, 이 균형은 계속 업무를 해나가면서 체득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계속 여러 상품을 출시해보면서 기한과 퀄리티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무게추를 두어야 할 지 경험을 쌓고 있고, 문제를 차분하게 분석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업무하는 법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이제 막 실무에 발을 디딘 1년차의 우당탕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우당탕탕이 2년차 3년차에도 계속되지만 않으면 될 것 같습니다.
반성할 것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업무 외에도 개발 공부를 엄청 많이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사실 일하는 시간 외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시간에 하고 싶은건 많은 접니다. 이런 와중에 개발 공부가 손에 잡힐리가 있나요?
네. 핑계입니다. 여가 시간 일부를 미래에 투자하는 것은 제가 그동안 잘 해왔던거면서 즐거워하던거였는데, 두둑해지는 지갑과 취준으로부터의 해방감이 그 즐거움을 잊게 만든 것 같습니다. 기술 블로그도 작년에는 그렇게 열심히 썼는데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는 처음에 몇 건 쓰다가 아예 손을 놔버렸습니다. 그렇게 블로그 작성을 통해 공부한다고 해놓고는 어휴. 물론 업무를 통해서 개발 실력을 쌓아나가고 있기는 하지만요. 다만 전 분명 그 이상으로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지난 1년처럼 한다면 그 바람을 이루기는 요원해보입니다. 다행인건 요즘 들어서는 개발 공부가 다시금 재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기술 블로그도 다시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흠... 지킬 수 있겠죠?
그리고 음.. 개발자로서의 반성 외적으로는, 소비가 좀 무절제했던 것 같습니다.
돈을 안모은건 아닌데... 쓰지 않아도 되었을 소비가 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중고로 자동차를 하나 샀는데, 요건 후회 안합니다. 자차는 최고입니다. 여러분도 사세요. 사실 주변 동료분들은 제 나이가 아직 어리니 괜찮다면서, 처음 몇 년은 그냥 맘껏 쓰고 한 2년 늦게 취업한 셈 치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전 부자가 되고 싶어서 안되겠습니다. 소비와 저축, 투자를 좀 더 계획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 2024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몸이 좀 불었습니다. 회사가 간식을 너무 잘 줍니다... 우스갯소리로 이게 다 개발주머니라고 하고 다니기는 하는데, 음, 이대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건강에도 영 좋을게 없고, 체력적으로도 좋지 못합니다.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찍고 있었는데, 새해에는 반드시 다이어트를 성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연말부터 운동을 다니고 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제발.
그래도 한 해를 즐겁게 보낸 것은 같습니다. 사회인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마침 회사에 사회인야구단이 있는 덕분에요. 중학교 이후로 무려 십 년 동안이나 야구경기를 고대해왔는데, 직장 생활 시작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덕분에 매 주 주말을 땀흘리며 매 주말 땀흘렸는데 위에서 몸이 불었다고 하는거면 대체... 보냈습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더라고요. 뭐랄까, 주말의 야구 경기 한 경기를 위해 월화수목금을 참고 견디는 느낌으로 살았습니다. 행복하더라고요.
밴드도 하나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여름에 전사 워크샵을 갔었는데, 그걸 위해 사내에서 인원이 좀 모여서 몇 번 같이 연습하고 밴드 공연을 했었는데요, 거기서 좋은 인연이 되어 직장인 밴드를 하나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실 대학교 때 밴드부를 하긴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공연을 못했거든요. 한을 풀었습니다. 12월에 조그만한 펍에서 공연도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할 예정이니 공연 놀러오세요.
요게 잘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얼라인먼트 데이에 MC를 보기도 했습니다.
토스는 한 학기(6개월)마다 얼라인먼트 위크라고 전사적으로 학기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있는데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피컬팀의 꼬임에 넘어가 뱅크 얼라인먼트 데이에 MC를 봤습니다. 엄청 큰 홀에서 진짜 수많은 사람들 앞 + 줌으로 생중계 되고 있는 자리에 섰었는데, 생각보다 떨리지는 않았습니다. MC 한 덕분에 회사에 이름 하나는 확실히 알렸습니다. 이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하핳... 지금 생각해보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좀 남기도 합니다. 음... 퇴사 전에 한 번 쯤은 더 해보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뭐 몇 개 더 좋은 일들이 있었는데 여기에 쓸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으니 생략하겠습니다 ㅋ.
저는 100점 만점에 80점 주고 싶습니다.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었지만, 어쨌든 나름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단 나름 재밌는 한 해였습니다. 재밌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요. 그리고 워낙 분위기 좋은 팀에 들어가서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보다는 재미와 기쁨을 - 특히나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 느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솔직히 요즘 주변으로부터 자극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원래도 주변 동료들이 정말 대단한 개발자라는 생각이 강했었는데요, 요즘 향락에서 빠져나와 다시 개발 공부를 부여잡아보니 그런 생각이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좋은 환경입니다. 배울 점이 많은 동료들이 있고, 그들과 연차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주니어든 시니어든 구분없이 자기의 개발 지식과 개발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지난 2023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좋은 환경에 있는 만큼, 최대한 얻을 것을 얻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2024년은 반드시 개발자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시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향락을 아예 안즐기겠다고 말은 못하겠습니다만... 줄일걸 좀 줄이든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든지 해서 더 많은 업무, 더 많은 결과물, 더 많은 개발 지식을 산출해내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2024년 회고를 쓰는 제가 다시 이 글을 읽어볼 때, '아... 작년에 이렇게 반성해놓고 올해도 또 마찬가지네...'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는 저를 한 번 믿어보겠습니다. 2024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