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Y Combinator 인터뷰에서 OpenClaw 제작자 Peter Steinberger가 던진 말이 강하게 남았다.
“앱의 80%는 사라질 것이다.”
과장처럼 들리지만, 인터뷰 전체를 보면 단순한 자극적 전망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핵심은 명확하다.
지금의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앱을 찾아 들어가서 기능을 실행하는 구조다.
하지만 앞으로는 개인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여러 시스템을 직접 조작해 일을 처리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OpenClaw가 왜 주목받았는지, 왜 로컬 에이전트가 강력한지, 그리고 왜 많은 앱이 사라질 수 있다고 보는지 정리해본다.
Peter는 OpenClaw가 기존 AI 어시스턴트와 다른 가장 큰 이유를 아주 단순하게 설명한다.
“실제로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실행된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클라우드 기반 AI는 보통 제한된 API와 연결된 범위 내에서만 동작한다.
반면 로컬에서 실행되는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디지털 작업에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즉, 단순히 “대답하는 챗봇”이 아니라
키보드와 마우스를 대신 쓰고, 파일과 앱을 넘나들며 실제 일을 수행하는 실행 주체가 된다.
Peter가 강조한 포인트도 여기 있다.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은, 곧 에이전트도 할 수 있다.
이게 OpenClaw가 기존 챗봇보다 훨씬 강하게 체감되는 이유다.
초기 개인용 에이전트의 아이디어는 사실 거창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내가 타이핑하면 컴퓨터가 일을 대신 해주길 원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전환점은, 이걸 터미널 명령 시스템이 아니라 친구와 대화하는 경험으로 다시 만든 데 있다.
즉 사용자는 다음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말하면 된다.
이 관점은 중요하다.
결국 사람은 앱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일을 끝내고 싶다.
앱은 그동안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였지만,
에이전트는 그 인터페이스 자체를 흡수해버릴 수 있다.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이 부분이다.
Peter는 WhatsApp과 코드 실행 환경을 대충 연결한 매우 초기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이후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에이전트가 스스로 다음 과정을 처리했다.
핵심은 이 과정이 미리 설계된 고정 플로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모델이 상황을 보고 가장 빠른 해결책을 골라낸 것이다.
Peter가 여기서 느낀 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다.
코딩 모델이 잘하는 것은 결국 “창의적 문제 해결”이고, 이 능력은 현실 작업에도 그대로 확장된다.
이 문장은 현재 에이전트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게 꽤 중요하다.
많은 팀이 아직도 “정해진 툴 체인”과 “예상 가능한 흐름” 위에서 에이전트를 설계하려고 한다.
하지만 강력한 에이전트는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예외 상황을 해결하는 능력에서 차이가 난다.
Peter의 주장은 단순하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조작하는 앱 대부분은, 결국 에이전트로 대체될 수 있다.
예시도 직관적이다.
굳이 사용자가 앱을 열어 음식 기록을 남기고 운동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까?
에이전트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면 별도 앱 없이도
섭취 기록, 운동 조정, 리마인드까지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거 내일 기억나게 해줘.”
이 한 문장으로 끝나는 일을
왜 사용자는 특정 앱에 들어가서 입력 폼을 채우고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태그를 붙여야 할까?
대부분의 생산성 앱은 결국
사용자의 의도를 구조화된 데이터로 옮기는 UI다.
그런데 에이전트가 자연어를 직접 이해하고, 필요한 형태로 저장하고, 다시 적절한 시점에 꺼내줄 수 있다면
앱의 독립적 존재 이유는 약해진다.
Peter의 표현을 빌리면,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앱은 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에이전트가 대체할 수 있다.”
즉:
이런 영역은 특히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인터뷰에서 이 질문도 나온다.
앱이 사라지고 모델도 서로 평준화된다면,
도대체 어디에 가치가 남을까?
Peter가 말한 핵심은 두 가지다.
중요한 것은 모델 그 자체보다
사용자의 기억, 맥락, 데이터 접근권이다.
모델은 교체 가능하다.
하지만 사용자의 맥락은 쉽게 옮길 수 없다.
이 정보가 쌓이면, 에이전트는 단순 도구가 아니라 개인화된 운영체제처럼 변한다.
그는 OpenClaw의 강점을 사용자 데이터가 로컬 머신의 markdown 파일로 남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이건 단지 “오픈소스라 좋다” 수준이 아니다.
핵심은 사용자가 자신의 기억과 데이터를 직접 소유할 수 있느냐다.
지금 대부분의 서비스는 각자 자기 silo 안에 사용자를 가둔다.
반면 로컬 퍼스트 에이전트는
사용자 계정이 아니라 사용자 환경 자체를 기반으로 동작한다.
이건 장기적으로 훨씬 큰 차이를 만든다.
인터뷰에서 꽤 현실적인 대목도 나온다.
사람들은 AI 에이전트를 단순한 생산성 도구로만 쓰지 않는다.
금방 개인적인 고민, 민감한 대화, 사적인 기록까지 맡기게 된다.
즉 에이전트의 메모리는
브라우저 검색기록보다 훨씬 민감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명확하다.
이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고, 어디에 저장하며, 누가 접근 가능한가?
로컬 퍼스트 구조는 이 문제에 대해 꽤 강한 기본값을 제공한다.
물론 “로컬이라서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보안 설정, 권한 분리, 실행 통제, 감사 로그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최소한 데이터 주권의 출발점은 훨씬 명확하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가 미래를 하나의 초지능보다 다수의 전문화된 에이전트 군집으로 본다는 점이다.
비유는 인간 사회다.
인간 한 명은 제한적이지만,
사회는 분업과 전문화로 큰 시스템을 만든다.
AI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이 구조에서는 “하나의 만능 신”보다
맥락별 전문화와 협업 구조가 더 현실적이다.
이 관점은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설계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앞으로 중요한 건 단순히 모델 성능이 아니라
에이전트 간 역할 분리, 데이터 경계, 협상 방식, 책임 범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Peter는 도구 철학도 꽤 명확하다.
그는 에이전트를 위해 별도의 거대한 추상화 계층을 만드는 대신,
기존에 인간이 잘 써오던 도구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대표적으로 그는 CLI 중심 접근을 강하게 밀고,
전통적인 MCP 방식에 회의적이다.
논리는 단순하다.
이건 제품 설계에서도 시사점이 크다.
AI 시대라고 해서 무조건 새로운 프로토콜과 거대한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를 얹는 게 답은 아니다.
오히려 강한 시스템은 종종
기존 도구를 가장 자연스럽게 재사용하는 쪽에서 나온다.
이 인터뷰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미래의 소프트웨어는 “앱을 여는 경험”에서 “의도를 말하는 경험”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다음이다.
에이전트가 실제 사용자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파일, 캘린더, 이메일, 메시지, 디바이스 등 현실 데이터에 닿아야 한다.
단발성 챗봇이 아니라, 장기 맥락을 가진 개인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대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업을 끝내야 한다.
결국 사용자는 앱이 아니라 결과를 원한다.
여기서는 조금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이 전망은 방향성 측면에서는 설득력이 있지만,
그 숫자 자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실제로는 다음처럼 갈 가능성이 높다.
즉 “모든 앱이 사라진다”기보다
앱의 역할이 UI 중심 실행기에서, 에이전트가 뒤에서 호출하는 기능 모듈로 재편된다는 쪽이 더 정확하다.
이 인터뷰를 보고 나서 남는 질문은 하나다.
앞으로 우리는 앱을 만들 사람인가,
아니면 에이전트가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사람인가?
이건 단순한 기술 트렌드 문제가 아니다.
제품 설계, 데이터 구조, 권한 모델, UX 철학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든다.
특히 빌더 입장에서는 이제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OpenClaw가 중요한 이유는 단지 오픈소스라서가 아니다.
그건 하나의 신호다.
AI는 더 이상 채팅창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고,
사용자의 실제 컴퓨팅 환경으로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경쟁은 모델 자체보다
다음으로 이동한다.
Peter의 말대로 정말 앱의 80%가 사라질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꽤 분명하다.
앞으로 많은 소프트웨어는 “직접 사용하는 앱”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대신 다뤄주는 기능 집합”으로 재정의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