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무기 만들기] 회고

옵주비·2022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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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를 시작하며...

오지 않을것만 같던 8월 6일.
결국 시간은 흘렀고, 그렇게 우리의 프로젝트는 성황리에 마쳤다.
홈런을 치고 시작했고, 잠깐 주춤했지만, 마무리는 다시 홈런이었다.
그야말로 기승전결까지 완벽한 프로젝트였다. 5주동안 함께한 NeMo 팀원들! 고생 많았습니다 :)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았지만, 나만의 무기 만들기(이하 '나만무') 과정을 돌아보고자 한다.

발제와 함께 시작된 고민

정신없던 PintOS 과정이 진행되던 마지막 주차에 팀장 지원이 시작되었다. 솔직히 팀장 모집 공고를 보는 순간부터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걸 해, 말아? 천천히 고민해볼 시간이 필요했는데 아쉽게도 대전에서는 불가능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했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PintOS 마지막 프로젝트 발제와 함께 나만무 발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 분배가 PintOS에는 5분, 나만무는 1시간이었다. 게다가 나만무는 장병규 의장님이 직접 발제를 진행하셨다. 그날 발제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만무의 중요성을 실감했을 것이다. 하긴 이번엔 무려 5주간 함께해야 하는데, 심지어 정글 과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프로젝트다보니....

그러다보니 PintOS 마지막 프로젝트를 끝까지 열심히 해보고 싶은 사람들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미 나만무를 주목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누가 팀장을 하네, 누구와 누구가 같이 하려고 하네, 등등 탐색전과 보이지 않는 눈치 싸움이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딱 보니 주말 내내 이러겠구나, 싶어서 과감하게 금요일 오후에 수서행 SRT 취소표를 얻어 '나만의 공간'에 도착했다. 그리고 주말 내내 고민했다.

그래서 팀장? 팀원?

팀장 지원 기한은 일요일 오후 6시까지였다. 혹시 팀장할 생각 없냐고 나한테 물어본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아예 없진 않은데 웬만해선 안할 것 같다' 라고 답을 했었다. 이제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반반이었다. 팀장을 한다면야 누구보다도 잘할 자신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리더 역할을 많이 맡아왔고, 중앙동아리 회장을 1년 넘게 하면서 전공과 배경이 다양한 '거친' 스포츠맨들을 하나로 모아왔기 때문이다. 농구를 오랫동안 즐겨오며 코트 위의 야전사령관이라고 부르는 '포인트가드'를 맡아왔기에, 매 순간순간 리더십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자라온 나에게 팀장이나 리더는 부담스럽거나 어색한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이번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학부 시절에 팀장이야 실컷 해봤지만, 팀원으로 조모임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한게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좋은 팀에 팀원으로서 잘 녹아들어가는 것도 나에게 값진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작년에 사회인 농구 동호회에 새로 들어갔을 때에도 '팀원'으로서 적응하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견문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팀장을 맡음으로서 얻게 된다고 하는 메리트가 크게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제 전에 읽은 FAQ에서는 '팀장을 하면 고생도 많이 하지만 취업은 잘 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단순히 취업을 위해서라면 팀장을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장점이나 단점은 뭐가 있을까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알아보았는데, 팀장은 일정 조율이나 발표 준비 등으로 시간을 많이 뺏긴다는 정보가 있었다. '개발' 실력을 뽐내야 하는 프로젝트인데 다른 일에 시간을 많이 뺏기는건 오히려 마이너스 같았다. 물론 지난 5주간 꾸준히 언급했듯이 발표가 정말 하고 싶긴 했지만, 팀장 지원을 받던 당시에는 개발을 줄이면서까지 하고 싶진 않았던거 같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같이 하고 싶었던 친구 중 하나가 팀장을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막연하게 같이 팀원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2명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미 팀장에 자원했었다. 이전에 다른 부트캠프에 다녀온 친구인데, 아직 어리지만 실력도 있고 경험이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 친구와 같이 팀을 하려면 아무래도 팀장 지원은 하지 않아야했다.

그렇게, 나는 나만무 팀 결성 프로세스에 '팀원' 신분으로 임하게 되었다.

팀 매칭의 순간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 팀 결성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동안, 팀장들에게 내가 먼저 연락은 일절 하지 않았다. Stable Marriage 알고리즘에 따라 팀 매칭이 이루어진다곤 하는데, 어쨌든 그 어느 팀에도 들어가지 못할 가능성은 0% 였다. 그런 와중에 내가 같이 하고 싶었던 친구가 첫 날에 먼저 연락을 줘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그러다보니 더더욱 먼저 연락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론 결성 프로세스동안 총 3명의 팀장에게 연락을 받았고, 그 중 나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준 그 친구와 함께하게 되었다.

팀장-팀원이 각각 구글폼을 제출하기까지 확실히 함께하기로 한 멤버는 총 4명이었는데, 최종적으로 팀 구성 발표가 났을 때 야속한 알고리즘으로 인해 1명은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기존에 얘기를 했던 3명, 그리고 새로 합류한 2명까지 총 다섯 팀원이 결성되었다. 팀 결성의 순간 우리는 밖에 1층으로 나가 연못 앞의 정자에서 핸드폰 불빛을 켜놓고 담소를 나눴다. 지난 3달동안 봐왔지만 좀 더 딥한 자기소개와 인생 살아온 이야기를 하다보니, 금새 가까워질 수 있었다. 편의점 가서 맥주도 한 잔 하고.. 도원결의 좋았다.

누구보다도 좋았던 시작

팀 결성의 순간부터 다같이 정한 원칙이 있었는데, 바로 '지속가능성'이었다. 하루이틀 보고 가는게 아니라, 5주라는 프로젝트 기간을 긴 호흡을 가지고 임하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아침 10시까진 모두 출근해서 10시 10분에 아침 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공식적으론 쉬었다. 이렇게 시작과 끝맺음을 확실히 한 것이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최종발표가 끝난 지금 돌이켜봐도 정말 좋은 선택이었던게, 이렇게 5주를 정신없이 달렸어도 다음 날 아침 7시에 눈이 떠졌고 정상적인 하루를 보냈다. 나중에 정글 회고글에서 보다 자세히 적어보겠지만, 인간인 이상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하면서 건강도 지키려면 바이오리듬에 맞춰 '해가 떠있는'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NeMo 프로젝트를 하면서 대부분의 상황에서 5명이 함께 개발을 했다. 그러다보니 항상 옆에 팀원들이 있었고, 그만큼 자극받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다같이 11시까진 나오기로 첫날 약속해놓고 어느순간 혼자만의 페이스대로 달리다가 2~4시에 나오는 사람과 함께한 경험도 있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 동안에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팀답게 아이디어도 빠르고 다양하게 낼 수 있었고, 첫 번째 발표 준비도 수월했다. 나 말고도 발표 경험이 많은 팀원이 하나 더 있어서, 둘이서 리더의 발표 준비를 열심히 도왔다. 그리고 우리는 초안발표에서 '이게 발표의 스탠다드다. 다른 팀은 모두 이 팀의 발표를 기준으로 삼고 준비를 하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나만무 끝나갈 즈음에 코치님이 해주신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 팀은 처음부터 '홈런'을 치고 나갔다.

우리가 하기로 한 프로젝트는 '네 진짜 모습을 보여줘, 네모' 였다. 사교용 명함 앱인데, 주먹인사로 '툭' 치면 명함 교환이 되는 것을 주요한 기술적 챌린지로 삼았다. 실제로 이 부분을 운영진 분들도 높게 사신 것 같았다. 그래서 대세인 WebRTC 없이도 통과할 수 있었던거 같다.

플러터 3일 정복기, MVP 개발

우리 팀은 홈런을 쳤다고 안주하지 않고, 바로 계획을 짰다. 우리는 앱 개발을 위해 Flutter를 선택했다. 이유는 크게 2가지였는데, JS 기반의 리액트 네이티브보다 플러터가 디버깅이 수월하다는 이점, 그리고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크로스 플랫폼 동시빌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였다. 실제로 어제 최종발표 직후 포스터 세션에서도 우리가 왜 Flutter를 사용했는지, 쓰면서 어땠는지를 흥미로워하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플러터를 선택하고, 우린 '코딩애플'이란 사이트에서 Flutter 강의를 각자 독학하기로 했다. 다른 후기를 보면 학습에 열흘 내외가 소요된거 같은데, 우린 3일만에 뗐다. 이게 정글이지... C언어로 PintOS도 했는데, 사실 크게 어려울게 없었다. 나는 아무래도 JS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레이아웃이나 컨테이너 등의 개념이 생소했는데, 스파르타코딩 웹개발 종합반을 듣고 왔거나 FE 개발자를 하다 온 팀원들은 보다 수월했을거 같다. 이렇게 플러터 학습을 끝내고, 각자 하나씩 맡아서 빠르게 작업을 했더니 한 이틀만에 어느정도의 기본 틀은 잡을 수 있었다.

나도 TOOK 하고 싶었지만

중간발표가 있던 날, 다 괜찮은데 TOOK 개발을 얼른 해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우리 프로젝트에서 가장 메인은 아무래도 TOOK이었다. TOOK이 되느냐 안되느냐가 관건이라고 하셨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하지만 5명이 모두 TOOK을 할 순 없었다. 아직 제대로 안된 부분이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인데, TOOK이 기술적 챌린지의 메인은 맞지만 우리 시연의 메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7분 발표에 시연이 3~4분은 될텐데, TOOK으로 명함이 교환되는건 10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도 툭 교환기능 개발을 해보고 싶었지만, 양보했다. 3명의 팀원들이 툭을 개발하는 동안, 나는 다른 한 팀원과 함께 전반적인 코드 리팩토링과 다른 기능들을 작업했다.

이때 툭을 양보했기에 이 기능을 처음부터 내가 한 것은 아니라 아쉽지만, 결과적으론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양보해야 했고 오히려 그 나머지 작업들의 양이 상당해서 개발속도가 빠른 내가 하는게 맞다고 판단했으며, 지금 다시 고르라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다행히도 내가 디버깅을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도와주는 과정에서 툭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이 작업한 내용에 대한 프로세스는 다 파악할 수 있기도 했고 말이다.

명함 플랫폼인데, 명함이 없다고?

명함 디자인과 관련하여 의견충돌이 있었는데, 모두가 TOOK에 집중할 때 나는 꾸준히 명함 디자인이나 명함첩 레이아웃을 지금 시점에는 잡아야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기본적으로 사교용 '명함'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명함이 없으면, TOOK도 할 수 없다. 우리의 MVP는 '명함을 가지고' TOOK 교환이 되는 것이었지, 단순히 바이트가 두 기기 간에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었다. 후자의 경우엔 그냥 구글에서 제공한 API로 되는 것을 파악한 상황이기도 했고 말이다.

내가 명함첩을 작업하면서 임시로 잡아놓은 명함 디자인을 보고 다들 한 마디씩 보탰을 때, 디자인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기존의 스탠스들과는 달라서 조금 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그래서 이후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더 강하게 주장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아이디어가 너무 괜찮아서 진짜 잘되면 같이 창업하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한만큼 앱의 완성도 역시 프로젝트의 Goal이었다. 남들이 만드는 '발표용' 혹은 '시연용' 프로젝트가 아니라, 프로젝트가 끝나도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고 한 만큼, 더더욱 명함은 명함답게 잘 만들어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때 명함 디자인을 그래도 확정했기에 결과적으로 TOOK 시연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반적인 시연이 예쁜 명함과 함께 더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포스터 세션 때 우리 앱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메시지 구현을 통한 일거양득

TOOK을 양보하며 진행한 다른 기능 중에, 아무래도 가장 시간을 많이 쏟은 부분은 명함첩(연락처)과 메시지였다. 그 중 메시지는 레이아웃부터 기능까지 모두 직접 구현하다보니 쉽지 않았다. 인터넷에 있는 설명글은 말 그대로 뼈대만 있고 핵심 기능은 하나도 없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돈 내고 모든 기능을 쓰라는 식이었는데 거부감이 확 들었다. 패키지도 찾아봤지만 모두 일정기간 무료 후에는 다 유료전환이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의 목표는 최종발표일을 마지막으로 종료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앱이었다.

직접 다 구현할 실력이 되니까 굳이 사서 쓰지 말고 한번 만들어보자는 마인드로 시작했다. 채팅 서비스야 그냥 흔한 기능이지 않느냐는 말에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막상 해보니 '초보 개발자'에게는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그렇게 쉬운 기능이라고 생각한다면, 카카오가 구글과 마찰을 빚는 이때 얼른 채팅 앱을 만들어서 틈새시장을 노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쨌든 NeMo의 메시지 기능을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처럼 진짜 채팅 앱처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만들었다.

그 결과 카카오톡처럼 읽지 않은 메시지 갯수, 실시간으로 읽음 여부 확인, 실시간으로 채팅리스트 업데이트까지 되는 '진짜 메시지' 서비스를 구현해낼 수 있었다. 최초에 참고했던 글의 서비스 가격이 299달러였는데 그만큼의 돈도 아끼면서 실력 향상까지 이뤄냈으니 그야말로 2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메시지를 하는 과정에서 Flutter 뿐만 아니라 Node.js도 자연스럽게 많이 사용했는데, 아무래도 메시지 관련 API 및 DB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다른 Relation의 모델이나 컨트롤러도 수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마지막 2주 동안은 FE와 BE를 둘 다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실제로 이슈를 Flutter와 Express(Node.js) 양쪽에서 열고닫으며 즐겁게 일했다.

뜻밖의 위기, 재발표 요청

무난무난하게,너무나도 순조롭게 진행되던 우리 프로젝트에서도 위기는 있었다. 최종발표를 1주일 남기고 진행된 마지막 점검발표가 끝난 후에 3일 후 다시 발표하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저번에 TIL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PPT는 그대로인데 스크립트가 2분이 늘어나면 당연히 발표의 느낌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 원래 내가 PPT를 담당했고, 마지막 점검발표를 준비할 때 스크립트의 양이 늘어난 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PPT는 고칠게 없을거 같다고 말했었는데 미스커뮤니케이션이었다.

나만무를 시작할 때, 초안발표를 최종발표처럼 하라는 가이드가 있었다. 따라서 초안발표를 준비할 당시에 진짜 이번에 만든거로 8월 6일에 발표한다는 생각으로 PPT나 발표를 7분에 맞춰 준비했던지라, 이후에 뭐가 크게 늘어나거나 줄어들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어쨌든 PPT를 좀 더 동적으로 바꾸고 스크립트 양을 줄이라는 운영진 피드백을 받은 후, PPT나 스크립트를 다른 팀원이 맡겠다고 하여 넘겨주고 끝냈다. 내가 발표하는 것이면 하나하나 디테일을 다 짚어서 직접 수정할텐데, 내가 발표하는 사람도 아닌데 너무 세세하게 파고들어가 서로 감정상할 여지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정도'는 다르니까. 오히려 발표나 PPT는 3전공을 하면서 워낙 많이 해온 부분이라 개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만족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개발에 온전히 집중하고, 발표 준비는 새로 맡은 팀원들이 잘 준비해주어서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재발표 때는 당연히 좋은 피드백을 받았고, 이후엔 큰 문제가 없었다.

대망의 최종발표일

시간이 흘러 어느덧 최종발표일이 되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전날 서울에 올라와 머리도 하고, 포스터 세션을 대비해 프로젝트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다 잠들었던 탓에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집에서 발표 장소인 센터필드까지도 지하철로 10분 거리였기에, 여유로웠다. 팀원 한 명과 주변 맥도날드에서 가볍게 끼니를 해결한 후에 발표장으로 이동해 대전에서 오는 팀원들을 기다렸다.

(크래프톤에서 찍은 독사진 - 블라인드 전형을 위해 잠시 삭제)

여담이지만 ATTITUDE OF A CHAMPION, HUSTLE LIKE AN UNDERDOG 라는 문구가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발표는 좀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무난무난하게 잘 진행되었다. 다른 팀들도 다 잘해서 다행이었다. 이전 기수에서는 아예 서버가 터진 팀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우리 기수에서는 그래도 아예 시연을 못한 팀은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특히나 최종발표 후에 있을 포스터세션을 위한 준비를 많이 했다. 일단 메인이 발표가 아니라 포스터세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글 인원이 2배로 늘어나면서 발표 시간도 기존 10분에서 7분으로 단축되었고, 질의응답도 딱 3분만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따라서 7분 발표에 질문 2개로는 너무나도 부족하기에, 포스터세션에서 집중적으로 탐색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는 오산이었다. 생각보다 발표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다. 팀장을 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물론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며, 돌아갈수도 없기에 과거형 후회는 전혀 없다. 미래형 후회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아무래도 내가 지원할 협력사에서도 현직자 분들이 오실 것이기 때문에, 첫 인상을 형성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어찌보면 면접 보는 것처럼 준비를 열심히 하고 갔는데, 옷이나 머리를 보고 다들 내가 발표자냐고 놀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열심히 준비한건 외적인 부분보다도 우리가 해온 프로젝트에 대한 자료조사 및 부가적인 깊은 학습이었다. 대전에 있었으면 다같이 싱숭생숭한 마음에, 긴장되는 마음에 풀어졌을텐데 미리 올라왔기에 준비할 시간적 여유, 심리적 여유 모두 충분했다. 당일 아침 9시에 대전에서 출발해서 중간에 김밥을 먹고 12시에 겨우 도착하는 것보다는, 당일 아침 10시반에 잠실에서 출발해서 제대로 끼니를 챙겨먹고 11시 반에는 도착하는게 더 좋아보였다. 실제로 당일 아침에도 부담없이 8시쯤 일어나 전반적으로 쭉 생각을 정리하고 갔다.

포스터세션 때에 뭔가 TOOK 관련한 질문이 많이 들어올거 같아서, 거기에 쓰인 Nearby 패키지 및 구글 공식 문서나 가속도계 패키지 등을 찾아서 낱낱이 파악하고 갔으며 실제로도 포스터세션에서 받은 질문들은 대부분 예상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팀원이 5명이다보니 모든 대답을 내가 하진 않았지만,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다 머릿 속에서는 이미 답변을 하고 있었다.

엇... 싶었던 질문은 딱 하나 있었는데, Nearby 통신 속도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순간 어떤 협력사에서 면접 때 1클럭동안 빛이 가는 거리가 어느정도 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는 썰이 갑자기 떠올랐는데... 어쨌든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찾아보니 Nearby 통신 속도는 초당 23MB 정도로 준수한 편인데, 같은 와이파이에 접속 중인 기기 간에는 성능이 10분의 1로 저하되는 결함이 있다고 한다. 경쟁사 애플의 AirDrop이 30MBps 정도라니, 아무래도 약간 아쉽긴 하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꼭 Send와 Receive를 나눠야만 하는지, 그리고 하나의 액션으로 대체할 수는 없을지 고민해보았는지 등의 질문이었다. Flutter를 왜 썼으며 쓰면서 어땠는지를 물어보시는 분들도 꽤 많으셨는데 역시나 개발에 있어 모든 것에는 Why? 가 중요한가 보다. 인생에 있어 모든 선택에 항상 물음표를 다는 나와 잘 맞는거 같아서 좋다.

아, QR이나 아이폰 빌드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어서 뿌듯했다. 사실 우리팀에서 사용한 Nearby 패키지가 안드로이드 용이라.... iOS를 거의 놓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아이폰 사용자들은 우리 앱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명함 교환이 되지 않으면 우리 앱은 사용자에게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명함을 교환해야 채팅도 하고 지도도 띄우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런 면에서 볼 때 iOS를 위해 QR이든 뭐든 대체재를 더 일찍 개발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Flutter를 쓴 것도 크로스플랫폼 빌드를 하자는 것이었는데 발표 당일까지 iOS가 안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들 각자 맡은 일로도 바빠보여서, 그냥 이슈를 제기한 내가 막판에 잠을 줄여가며 개발한 것이 바로 QR교환 기능이다. 실제로 이전에는 9시 기상 새벽 1시 취침이었는데 QR을 개발하면서는 7시 기상을 했다. 그래도 막상 iOS 빌드를 해서 QR로 TOOK을 해보니, 진짜 너무 뿌듯했다. 포스터세션 때도 역시나 관련 질문이 들어올거라 예상했기에 잘 대답할 수 있었다. QR을 구현함으로써 아이폰 사용자, 그리고 Nearby를 사용할 수 없는 오래된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까지 타켓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포스터세션 때 우리 자리가 구석이라 약간 불리한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10개 팀 중에 8개 팀이 실시간 음성통화나 영상통화, 즉 WebRTC를 사용하다보니 좀 겹치는 감이 있었는데 우리 팀은 앱을, 그것도 Flutter로 만들어서인지 다들 특색있다고 느끼신 거 같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협력사 중 하나에서 나오신 분들이 포스터세션 때 우리 팀은 들리지 않고 가셨다는 것이다. 거기가 채팅 관련 서비스를 하는 회사이고 채팅 기능을 우리가 제일 잘 구현했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닌가보다. 개인적으로 3전공을 다 활용하기에 fit은 가장 좋지 않을까 싶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반면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포스터세션 때 질의응답을 통해 인상이 좋아진 회사도 있다. 꼭 이번에 지원하지는 않더라도 나중에 이직할 기회가 있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 같다.

나만무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나만무가 끝났지만, 내 머릿 속에서는 아직 떠나보내지 못했다. 여전히 고치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끊임없이 떠올라서 사실 괴로울 정도이다. 그만큼 이번 프로젝트는 진짜 디테일을 중시하는 내가 실제로 사용한다는 가정 하에 앱을 만들어서 그런지, 진짜 사업한다는 생각으로 애정을 쏟고 열심히 해서 계속 생각날 것 같다. iOS에서도 가능한 Nearby가 있는지 공부할 겸 시간내서 틈틈이 좀 더 작업해보려고 한다. 다만 정글이 끝까지 정글하는 중이라... 일단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잘 작성한 후에 해야겠다.

남은 4일 다같이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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