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존재와 창조에 대한 사유

파비야·2023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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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사유에 이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말로 1초 전과 후의 파도를 완벽히 구분가능하게 표현할 수 없는것은
근본적으로 언어가 세계의 정보를 완벽히 포함할 수 없기 때문인데
그런 게 가능한, 예컨대 외계인이 있고 그들의 의사소통 형식은 완전히 원본의 정보를 담아낼 수 있다면
그들의 대화는 매순간이 천지창조인게 아닐까?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질량은 존재하는 것이다.

질량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파동과 장은 존재하는 것인데.

왜 파동이 존재하는 것인가?

파동이 없을 때와 있을 때가 다르니까.

그럼 존재에도 이 논리를 확장하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다르다면 존재하는 것이다.

다르다는 소리가 무엇인가?

그것을 인지했을 때와 인지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반응이 어떻게든 틀리다는 것이다.

인지라는 것은 곧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고,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인지할 수 있다면 존재하는 것이다.

아무런 방법으로도 인지, 즉 상호작용할 수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존재하는 것은 영속하는가?

그건 아니다. 외부 자극에 의해, 혹은 자괴하여 사멸할 수 있다. 어쩌면 그 잔해는 영속할지도 모르지만.

존재라는 용어를 정확히 명시/구분해야한다.

존재는 시간상의 그 순간에, 인지가능한 것이다. 즉, 시간적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독립체(가칭)는 시간이 지나도 그 스스로 존재를 유지가능한 것이다. 즉, 외적/내적 요인이 없을 때 시간적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독립체다.

창조는 존재를 만드는 게 아니라, 독립체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완전한 말은 존재라고 할 수 있지만, 독립체라고 할 수 없다. 불완전한 말 또한 존재이며, 독립체는 아니다.

그러니 가장 완전한 대화도 창조라고 할 수는 없다. 말하지 않을 때 그것이 사라지는 이상.

그럼 존재하되 상호작용 불가능한 것이 있을 수 있나?

그건 존재라는 단어의 정의에 위반된다. 그런게 만약 실존한다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숨어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정보는 존재인가?

정보는 애초에 존재라는 기준, 잣대를 들이밀 수 없는 것인가?

말은 정보(의미)를 매질(형식)에 담은 것이다.

혹은 정보(의미)를 언어(형식)라는 형식으로 정렬/표현해 인지 가능한 형태, 매개체(목소리)를 통해 세상에 존재시키는 것이다.

세계에 대한 정보 소실 없이 가장 완전한 언어를 사용하는 외계인들이 독립체를 매개체로 사용한다면, 그것은 천지창조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독립체를 매게체로 사용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창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종이에 기록을 남기는 것, 테이프에 음악을 녹음하는 것, 카메라에 사진을 찍는 것도 창조인가?

아니다. 이것은 창조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를 너무 포괄적으로 두고 사유를 진행했기에 생기는 어색함이다.

어쩌면 창조는 단지 존재하지 않던 것을 존재시키는 행위를 일걸을 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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