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많은 면접에서 취미가 무엇인지 질문을 받은 기억이 있다.
떠올려보면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이 없다. 처음엔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질문이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하긴 기술 면접 준비하기도 바쁜데 언제 취미까지 생각하고 있을까?
하지만 질문이 나오는 맥락을 떠올려보면 그런 의미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개발자에게 취미라는 항목이 내 생각보다 더 의미있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고 이 부분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본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꽤 많은 상황에서 없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내가 진짜 취미가 없을까?
내 기준에서 취미를 정의해보자면 1) 할 일이 없을 때 2)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것이 취미라고 생각해본다. 내가 그런게 뭐가 있을까?
두 가지가 생각나는데 첫 번째는 게임이고 두 번째는 강아지 산책이다. 두 가지의 공통점은 완전한 off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게임을 하면서 산책을 생각할 수 없고 산책을 하면서 이력서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부쩍 운동을 하는 개발자가 많아진 느낌이다. 클라이밍, 테니스, 등산, 골프, 헬스 등 항목도 다양해진듯 하다.
또 코딩을 취미로 뽑는 사람들도 많아보인다. 개인적으로 학습/업무와 취미는 구분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진심으로 코딩 자체를 즐기는 분들도 많은듯 하다.
바람직한 취미를 위한 조건을 정리해보자.
과도한 집착은 필요한 순간의 몰입을 망친다. 업무와 퍼포먼스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슬랙 알림을 꺼놓을 수는 없으니 off-time을 취미 생활로 확보해서 번아웃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낮잠을 취미라고 치면 이 활동의 결과물은 체력 회복이 될 것이다. 대신 두통과 현자타임이 동반될 수 있다.
게임이 취미라고 치면 이 활동의 결과물은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가 될 것이다. 대신 현자타임과 거북목이 동반될 수 있다.
웨이트가 취미라면 스트레스 해소와 빵빵한 근육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여기서도 잃는 것은 생기겠지.
어떠한 형태의 취미 생활이든 얻는 것과 잃는게 생긴다. 되게 별거 아닌 것을 얻어갈 수도 있고 심각한 반작용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취미 생활은 저녁이 있는 삶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 기왕 하는거 리스키한 취미보다는 보람있는 결실을 얻을 수 있는걸 선택하는게 좋지 않을까?
마침 이 글을 작성하기 전 바이버그 최신화에서 개발자의 취미에 대해 얘기했다. 생각해보면 난 아는 척 하는 것도 좋아하고 아는 척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이런 동기에서 시작된게 byebug - 우리들의 개발 이야기였다. 지난 2년간 휴식기가 있었지만 분명히 내 취미 생활이었다. 이만큼 리턴이 확실한 취미도 또 없을 것 같다. 자발적으로, 열성적으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라니!
앞으로 취미를 물어보면 팟캐스트 녹화라고 대답해야겠다. 그리고 하나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기깔나는걸 하나 더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