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folio] 서문

박이레·2023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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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그림은 다소 괴기합니다. 그러나 프로그래머에겐 일상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만들고 나니 날개가 아닌 머리를 회전하며 날아다닙니다. 이걸 본 개발자들의 반응은 대개 이렇습니다. "그래서 날긴 날아? 그럼 됐어"

저는 2년차 웹 프로그래머입니다. 그동안 선후배 혹은 동료 프로그래머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면 돼", "나도 잘 몰라", "돌아가기만 하면 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바삐 돌아가는 프로그래밍 개발 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모양이든지 말입니다.

『아기 돼지 삼 형제』의 돼지 삼 형제는 엄마 돼지로부터 독립해 각자 집을 짓습니다. 첫째는 지푸라기로 둘째는 나무로 막내인 셋째는 벽돌로 집을 짓습니다. 셋째 돼지가 구슬땀 흘리며 벽돌을 옮길 때 첫째와 둘째 돼지는 셋째를 비난했습니다. 집을 짓기만 하면 되지 왜 사서 고생을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산에서 늑대가 내려오고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동작하기만 하면 되는 소프트웨어는 지푸라기 집이나 나무 집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 빠르게 만들 수는 있지만 오래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돌아가긴 하겠지만 늑대가 오는 순간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portfolio] 시리즈는 지푸라기 집, 나무 집을 만드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머리를 회전해서 나는 새를 만드는 사람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구슬땀을 흘리더라도 벽돌 집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portfolio] 시리즈에서 개발자는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백엔드 프로그래머이며 프론트엔드 프로그래머이자 웹 퍼블리셔이고 웹 디자이너이자 데브옵스입니다. 구체적으로 백엔드는 SpringBoot, myBatis, Spring Security를, 프론트엔드는 jsp와 jQuery를 이용하게 됩니다.

거창하게 적었지만 저는 고작 2년차 웹 프로그래머입니다. 컴퓨터공학 전공도 하지 않은 제가 웹 애플리케이션의 생명주기를 담은 시리즈를 엮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은 30년 전 학력고사를 치른 베테랑 선생님이 아닌 바로 전년도 수능을 치른 초짜 선생님입니다. 원래 작은 고추가 매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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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사는 Archit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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