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어
벨로그에 그래도 글은 올려놓자 생각은 했다만…
역시 세상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거의 한 달은 넘은 것 같다.
비전공자로 해야할 수 많은 일들과 욕심부린다고 시작한 다른 활동(Humans of 42 라던가…. 스터디라던가..)들이 겹치고 겹치니 어느새 새벽 3시는 기본이고 6시 일어난 다는 내 멋진 계획은 쓰레기통에서 버섯을 피우는 느낌이다.. 허허.
하지만 그렇다고 좌절할만한 수준이냐?는 아니다.
시작하는 입장이고, 이제 Lv 0에서 1이나 2정도 올라왔는데, 그걸 만랩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옛날에 가졌던 그 못된 습관은 버려야 하리라 생각된다. 내 위치에 맞게, 내 상황에서 최적의 고민과 결단을 하는 것이, 나를 바꾸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잡소리가 길었다. 그렇다면 42Seoul에서 생활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좀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심을 잊지 말자. 꾸준함을 갖추자는 의미에서다.
원래라면 2021년 말에 했어야 겠지만… 이 부분은 셀프로 너그러이 이해해보려고 한다. (너무 봐주기만 하나?)
처음 본 과정의 과제로 C 언어 과제를 마주하고, 나에게 시작 이란 점에서 나름 각별했다. 처음으로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려 본다는 점에서 그만큼 각별한게 어디있을까. 내 인생이 새로운 전환점을 마주한다는 감각은 매우 기분 좋은, 설레는 일이었다.
허나 본과정에 들어서면서 과제들을 해나가면서 그 의미와 무게에 의구심이 들었다.
실용적인 면에서 C라는 언어는 취업에 효과적이라고 볼 수 없다. 정말 디테일하게 깊이있고 하드웨어적 상황과 최적화를 위한 디테일한 연구와 개발이 필요한 곳이라면 모를까. 현실적으로 기업에서 이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다는 점은 명백한 팩트로 보였다. 이렇게 생각한 근거에는 멘토와의 대화, 인터뷰를 통해 만나고 이야기 했던 사람들을 통해 알게된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블랙홀 기간을 늘리고, 경험적으로 필요하지만, 목표가 ‘취업’인 이상 애매하단 것이다.(물론, PBL같은 내부 기업에서 주는 과제 성취형 프로젝트들이라면 확실히 효과적이란 이야기가 나오더라. 다만, 이 역시 하려면 블랙홀이 길어야 한다. 즉 실력이 기본이란 거고 비전공이 이에 접근하기엔 정말 피를 통하는 학습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born2beroot get next line을 마무리 짓고 나니 드는 생각은, 확실히 이걸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합당한 학습의 시간이냐’ 라는 의구심이었다.
그래서 결론을 툭 잘라서 이야기 해보면, 전공자이거나 비전공자이지만 C를 이미 어느정도 안다면? 사실 여기에 목매일 필요는 없어 보였다. 블랙홀이 필요해
불가피 진행해야 한다면 별개지만 말이다.
단, 알고보니 C는 사실 2-3 서클까지 진행하면 끝이나고, 이후 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었다. 즉, 그때는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다. 거기다 42라는 시스템이 왜 이런 과제를 내었느냐? 에서 알게 된 것이, 결국 모든 과제들은 현업에서 하는 것들의 열화버전이며 어떠한 일이 필요한가와 해당 ‘분야를 맛본다’ 는 관점에선 매우 유용하다는 생각을 했다.
뭐부터 해야 하는가?
에 대한 막연함이 있고, 어느 분야로 가야할지 정해지지 못한 나같은 사람에게 해당 과제들은 대단히 좋은 그리고 ‘협업’을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확실히 큰 메리트다… 라고 나는 결론 내렸다.
얼른 printf 만들고 다음 과제 넘어가야지….
Ps. C 강의는 들어야 될 것 같더라(포인터와 할당은 나의 적…).
42를 들어가고 보니 스터디를 하자고 하는 이들은 많았다. 의욕이 넘치기 때문이다. 같이 라피신을 뛰어넘어서 그런가 묘한 동질감을 느끼거나 전우애 비슷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그 의욕으로 '선의'를 모으고, 끌어모은 선의로 서로 서로 친한 이들끼리 함께 스터디를 진행하고자 했다. 나도 그런 곳에 참여 하면서 우려했던 일들이 몇몇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되면서, 꽤 고민이 되는 지점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마치 타인은 지옥이다 처럼, 종잡을 수 없는 공동체, 혹은 조직에 대한 부분들은 참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선 스터디를 완전히 책임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해야 한다는 멘토의 의견을 듣고, 여러군데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려는 모습은 보였다. 초대를 받고, 그러면서 이것저것 교류하는 것은 42서울의 매우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와중에 두 곳을 참여 하면서 한 곳에서는 운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견'이란 이름으로 '우려'를 표했고, 한 군데는 정말 눈팅만 했다. 할수 있는 약간의 활동 그 이상은 하지 않았고, 그리고 두 곳 모두 결과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만 모인다거나(전체 규모 대비 매우 소규모로), 아예 공중분해 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사회학의 피가 끓어서 그럴까 처음에는 이러한 현상 자체에 의구심이 가졌고 나중에는 나름대로 교훈이 되겠구나, 1년 뒤에 쌓은 실력으로 무언가 실질적으로 이끌거나 참여하는 내 모습이 되었을 때 필요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와해 된 이유는 좀 과하게 잘라내고 핵심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공동의 목표가 보이지 않았다.
2. '자유'란 이름으로 룰과 기준이 없자 혼란스러움만 가중될 뿐이었으며, 거기서 '책임' 지는 사람이 없다면 일정 시간이 지나고 모일 이유를 찾지 못하고 모이지 않게 되었다.
처음엔 서로 좋다는 감정적인 이유로 모이는 것이 보였다. 사람의 매력, 친함으로 사람들은 꽤나 모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10명 남짓이며 늘지는 않았다.(물론 늘고 안늘고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사람이란 건 결국 시간을 쏟는데는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스터디라는 이름이나,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갖고 무언가 같이 행동하게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정치적 행동들을 하게 된다. 원하는 것이 관철되었으면 하고, 상대방의 이런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이 방향은 안된다 라는 - 그런데 이런 행동의 핵심은 결국 '본인의 이익' 이 우선시 된다. (여기서 상대방과 같이 좋은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거나, 상대방이 기분좋게 되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들은 자기중심적이지 않냐!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조차도 자신이 그런 분위기나 상황에서 마음이 '편하다' 거나 '옳다'는 가치로 인한 행위이므로 심리학적으로 자기 중심적 행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익이 결과적으로 42서울에선 '취업'과 '기회'에 대한 열망이 핵심인 커뮤니티다. 그렇다면? 단순 친목이나 정말 얕은 목표 의식으로는 어떤 특정 구심점이 되어 지속적으로 사람을 모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내가 가장 어이가 없었던 것은, 주도자 분들의 태도 였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 라는 태도로, 나는 리더가 아니다- 를 주장하셨다. 이는 좋은 의도임을 알기에 분명 비난할 부분은 전혀 아니지만, 조직을 끌고 가는 것은 언제나 결국 사람이란 사실을 잊은 듯 보이는 발언이기도 했다. 하물며, 본인이 꺼낸 이야기에 남들이 그를 동조했다는 것은 이미 그 길을 제시한 순간부터 끌고가야 할 책임과 상황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상황에선 아직 '공감'한 것이지 '주도' 하겠다는 말을 아무도 안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외부에서 압박으로 해당 모임이나 해야할 일들이 방해를 받게 되고, 공감한 사람들 사이에 우선순위가 바뀌는 상황이 펼쳐지면 결코 커뮤니티는 그 의도와 목적으로 가지 못한다.
책임은 리더십이다. 책임이 빠진 조직은 책임이 없으므로 자유가 아니라 방종에 가깝다는 것을 새삼 더 눈으로 보는 경험을 했다. 조직에서 내가 활동을 할 때 이러한 점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내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결국 혼자서 진행하는 꼴만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내 부족을 채우기는 커녕 그저 회피성 조직을 만들기만 할 것이다. 마치, 고시 공부를 통해서 자기에게 면피를 주며 정작 현실을 쳐다보지 않는 느낌이라고 할까. 정말 간절해서 열심히 공부하거나 하는 이들과는 또 다른 이면을... 그런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이 어쩜 이리 냉랭해? 라고 할 것 같기도 하고, 내 스스로도 그렇게 느낀다. 하지만 무언가를 함께 완성시킨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걸 요 두달 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공통의 목표를 명확하게 해야하고, 누군가 책임을 질 존재는 분명해야하며, 자유를 최소한의 룰로 묶어 두어야 한다. 하물며 회사를 가더라도 내가 인정받을, 그리고 회사에서 무언가 나름대로 이뤄낼 방향성이리라 생각된다. 사람 아래에서 일을 할 때든, 내가 리더가 되어 있을 때든 말이다.
더불어 다소 아쉬운 점은 내가 참여하면서 도와드릴 수 있을 부분이 있나 고민을 했었지만...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으시단 느낌이었고, 결국 본인 하고 싶은 쪽으로 가버리신 지라(...) 더 뭘 하기 어렵다고 판단, 나도 결국 내려놓게 되었다. 참 아쉬운 부분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좋은 경험이었단 생각이 든다.
이번에 born2beroot 과제를 하면서 느꼈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과제들은 짜증을 유도하는 정밀함?을 필요로하게 되는게 보였다. 이것저것 설정해주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나 막상 실수를 하거나 지정되어 있는 것과 다른 방향성이 조금만 보여도 바로 틀리는 등...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 맥에서 이러한 일들을 진행하겠다는 나의 원대한 계획에 비해, 나의 m1 맥북 프로는 매우 매우 짜증나는 일들을 일으켰다. 우선 호환성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가끔 있었으며, 도커나, 가상 머신을 사용하기 위해 UTM같은 에뮬레이터 설치시 그렇다고 해도 결국 ARM 버전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등의... 다소 난해한 일들이 벌어졌다.(가상 머신은 확실치는 않긴 하다..)
더불어 그 대안으로 우분투 데스크탑을 활용하지만, 리눅스사 시스템을 직접 가지고 놀 수 있는 만큼 의존성 문제등으로 사용시 여간 꼬이는게 아니었기에, 세팅 한 번 실수 하는 순간 개발 환경이 다 꼬여 버리는 놀라운(...) 일을 경험했고, 재부팅하면 세팅이 꼬여 작동이 안되는 등(..)으로 인해 포맷만 한 열댓번은 한 것 같다.(덕분에 클린 설치의 장인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런데 그러면서 기록을 하긴 했는데... 제대로 안되어 있던 부분에서 막히는 걸 보고 새삼 깨달았다. 42생활의 절반은 코딩이지만 절반은 기록이 답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블로그도 그런 면에서 중요한데, 정작 작성은 노션에만 하는 것 같다... 이러면 안, 되려나.? 블로그에 얼른 본투비루트랑 정리해서 올려야 할텐데 ㅋㅋㅋ;;;;
보고 들은 것, 그리고 공부하면서 적은 것들을 보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어찌 보면 참 오만하고, 또 어찌보면 아쉽기도 하고, 지금의 부족이 참 많이 느껴지는 2021년과 새롭게 시작하는 2022년... 기대보다 아쉬움이 컸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처음에 회사를 때려칠 때, 때려치고 어머니를 설득하던 그 때, 밀고 나가는거에 비해 초라한 결과에 움츠려 들 때를 생각하면 참 묘하다. 잘 되어 가는 듯, 또는 안되는 듯 보이지만... 어쨌든 제대로 하고 싶다. 내 앞에 놓인 일들과 책임, 그리고 '의미'를 찾아 다니는 내 인생에서 이번 한 해는 더 성장하는, 더 성장하여 기술적으로도 능숙해지는 내 모습을 마주할 수 있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말보다 기술, 실력으로 성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