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코드에서 한달을 마무리하며(부제 : 나의 초심!)

Perfume·2020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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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위코드에서 보낸 한달을 되돌아보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도 개발공부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의 초심을 기록해두는 목적이 강한 글이다. 그래서 내 개인적인 이야기가 다소 가미될 예정이다. 그리고 긴 내용이 될 것 같다.

개발자가 된다는 것 : 땅콩버터 샌드위치 만들기

몇달 전에 문득 전공했던 분야와는 전혀 관련 없는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자세한 동기와 계기는 길어질 것 같아서 생략하겠다.) 일단 결심은 했는데, 첫 시작부터 막막했다. 프론트? 백? 이런 기본적인 고민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프로그래밍 언어 중에 어떤 것을 공부하는 게 좋을 지도 알 수 없었다.

일단 친구 Y에게 코딩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Y는 미국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인데, 선배 개발자(?)일 뿐만이 아니라 많은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이 친구의 영향이 컸다. 다정한 말로 나를 응원해준 Y는 프로그래밍의 기초라며 동영상 링크를 하나 보내주었다.

https://youtu.be/cDA3_5982h8

동영상을 처음으로 틀었을 때 솔직히 당황했었다. 이게.. 뭐지?

이 동영상은 Exact Instructions Challenge라고, 아이들이 땅콩버터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지시하면 아빠가 그 방법을 '정확히' 따라서 실행하는 내용이다. 'Spread it around with the butter knife' 라는 지시에 아빠는 땅콩버터를 안바른 깨끗한 버터나이프를 빵에 죽죽 문지르고 아이는 답답해하면서 아빠에게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정확하게 지시하기, 일종의 컴퓨팅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인듯 했다.

Y는 프로그래밍은 어려운게 아니라고, 그냥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컴퓨터와 소통하는 것이 프로그래밍이라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선명해졌다. 프로그래밍이 node js, html,css, 파이썬, 장고, 루비 등등 막연하고 낯선 개념이 아니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개발자가 되었다.... 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늘 상상처럼 쉽지 않다.

닭의 부리 VS 소의 꼬리

일단 공부를 시작하긴 했지만, 생전 처음 보는 낯선 개념들은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알아야할 게 너무 많아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낯선 장소에 떨어져 표류하는 기분이었다.

Hello world!

컴퓨터 세상에 인삿말만 보내던 나는 사교육 1위 한국인답게 결국 교육기관을 알아보았다. 사람들은 주로 국비지원 학원이나 코딩 부트캠프,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듯 했다. 국비지원은 가격적으로 엄청난 메리트가 있었다. 그런데 후기를 찾아볼 때 시간이 갈 수록 사람들이 해이해진다는 둥, 강사 수준이 천차 만별이라는 둥, 안 좋은 내용들이 자꾸 눈에 보였다. 코딩 부트캠프 중에는 위코드가 제일 끌렸는데, 무슨 알바라도 쓴 것처럼 후기가 너무 좋았다. 이정도면 쓰라고 강요한 거 아냐..? 하고 의심될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글을 지금 내가 쓰고 있다니..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위코드에서 돈 받기는 커녕 내가 돈 내고 다니고 있다) 구글링해서 위코드 지난 기수들의 글들을 좌악 읽어봤는데 아무래도 적지 않은 돈을 내고 등록하는 만큼 다들 목숨걸고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계구우후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소의 꼬리가 되느니 닭의 부리가 되는 것이 낫다, 즉 큰 집단의 말단보다는 작은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그런데 집단의 크기가 다른게 아니라 수준이 차이나는 거라면, 나는 소의 꼬리가 되는 편이 더 좋다. 꼴찌를 하더라도 공부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 틈새에 있는 편이 더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 전공 특성 상 팀 프로젝트를 할 일이 많았는데, 그 때 진짜 잘하는 사람들하고 팀을 하면 내 자신감은 줄어들지만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솔직히.. 열심히 하는 사람들 틈새에 껴서 나도 덩달아 열정맨이 되보려고 위코드를 선택했다.

여기 재수학원 아니죠?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으쌰으쌰 함께 성장하려고 위코드를 등록하긴 했지만.. 정말 유노윤호들이 이렇게 많을 지는 몰랐다. 다들 첫날부터 주욱 위워크에 붙박이장처럼 남아있는 모습을 보고 내심 기함했다.

여기.. 재수학원 아니죠..?

워낙 다들 열심히 하다보니 농땡이 피우면 천하의 몹쓸 인간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공부하고 성장하기엔 정말 최고의 환경이구나 싶다. 맹자의 어머니도 이 분위기를 봤으면 박수치며 맹자를 맡기고 갔을 것이다. (학원 시작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일찍 왔는데도 1등이 아니었을 때의 충격이란)

또 강사가 설명해주면 슥슥 필기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과제가 주어지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커리큘럼이 정말 좋다. 공부하는 게 물론 힘들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어서 신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여럿이 가라는 말처럼, 같이 고생하는 동기들이 있으니까 확실히 의지가 되고 힘이 난다. 혼자서 공부하던 때는 이해 안되는게 있을 때 모니터만 보고 멍 때리거나 딴짓을 했는데 위코드에 다니면서부터는 물어보고 함께 토론해볼 사람들이 있어서 공부의 질적 수준이 달라졌다. 바보같은 질문을 해도 상냥하게 대답해주시는 멘토님들은 말할 필요도 없이 정말 좋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위코드를 선택했는데, 열심히 하는 동기들과 함께 으쌰으쌰 성장해가는게 즐겁고, 멘토님들이 좋아서 위코드에 등록한 게 후회없다는 것.

앞으로 남은 기간은 지금까지보다 더 열심히 해서 눈부시게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걸음씩 우주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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