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사관학교 정글 3기 취업후기

혀누·2022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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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전공자의 커리어 전환

정글 3기가 끝나고 벌써 5개월이 다되가는 마당에 후기를 쓰게 되었다.
수료후 감사하게도 협력사에 바로 취업을 해서 정신없이 달려오다보니 한번쯤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랜만의 연휴를 맞이해서 여유가 생겨서이기도 하다. 🌝

1-1. 왜 개발자 였나?

2020년 7월 전역할때까지만 해도 개발자가 되야겠다 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전까지 나는 당연히 내가 하는 공부 (물리학 전공이다.) 가 재밌었고, 대학원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미국 대학원이 좋아보여 토플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역하고 복학을 하니, 전세계적으로 역병이 창궐해서 전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고 자연히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문득,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나는 왜 물리학자가 되려고 하지?', '왜 미국 대학원을 가고싶은 거지? 그냥 좋아보이기 때문일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우선, 왜 물리학자가 되려고 하는지 에 대해서는 나름의 답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져온 목표였으니까 말이다. '세상을 좀 더 나은곳으로 만들고 싶다.' 라는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물리학자가 되어 인류의 기술 진보에 이바지하여 세상을 좀 더 나은곳으로 만든다. 이것은 말이된다. 하지만, 이 명제의 성립을 위해선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탁월한 물리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탁월하다에 관한 각자의 정의와 수준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탁월한 물리학자란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물리상수, 방정식 등은 만들정도로 한 분야의 대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학부 3년을 보내며 내 자신에 대해 내린 결론은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학부에서 마주친 사람들만 해도 천재성이 돋보이는 친구들이 많았고 우리 학교를 벗어나면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보다 탁월한 물리학자가 될 자신이 없었다.

두번째로, 왜 미국 대학원을 가고 싶은거지? 에 대해서는 막연한 동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잠깐이지만 경험했던 캘리포니아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만족스러웠어서, 그곳에 있는 대학원들을 간다면 멋져보일것 같아서 등의 이유였다. 물론 위와 같은 이유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기의 나는 집안 사정이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는 현실의 벽을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벽을 마주하고 나서야 1학년때 지도교수 상담에서 호기롭게 미국 유학에 대해 이야기하던 나에게 말씀해주신 교수님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러면 돈이 많이 들텐데 지금부터 잘 알아봐야겠네요."

위와 같은 이유들로 물리학의 길은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세상을 좀 더 나은곳으로 만들겠다' 목표는 다른 방법, 바로 창업으로 이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창업에 가장 도움이 되는 커리어가 개발자라고 생각했다.

다 적고보니 '왜 개발자 였나' 에 대한 답 보다는 '왜 물리학자가 아니었나' 인 것 같긴하지만, 사실 개발은 그 시기에 가장 적절한 도구였다. 라는 한 문장이면 충분하기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맥락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적어보았다.

1-2. 개발자는 어떻게 되는거지?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뒤 맨처음 취한 액션은 개발관련 전공 수업 듣기 였다.
과목이름도 무려 '빅데이터 물리학' 이라니, 이것만 들으면 개발자가 될 수 있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개발보다는 데이터 관련 수업이었고 그마저도 자신이 주제를 선택할 수 있어서,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다면 그만큼 배울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것도 적었다.
다른 방법을 모색했고 이번엔 개발 언어 공부하기 였다. html, css 를 배웠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그리곤 알 수 없는 자신감을 얻었다. 원래 뭐든지 머리부터 들이미는 성격인지라 개발도 그렇게 했다. 스타트업에 머리를 들이밀면서 '개발 인턴으로 써달라, 배우면서 일하겠다'를 시전했다. 몇번의 미팅에서 까이기를 반복하다가 학교 창업센터에 입주해있는 한 스타트업에 들어가게되었다. (그때 그 대표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셨을까?)

php 란...

그렇게 호기롭게 여름방학에 개발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html과 css, 그리고 python 조금 읽을 줄 아는 인턴이 뭘 할 수 있었을까. 그냥 ppt 다듬고 아이디어 기획하고, html 디자인 바꾸고... 등등의 일을 했다. (참고로 무려 내 개발자 사수는 인도사람이었으며 우리 웹사이트는 php 였다. 그리고 난 인프런에서 php 강의 등록해서 듣고있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이렇게 해서는 개발자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때마침 내 사수가 인도로 가서 6개월정도 자리를 비운다고해서 그러면 더더욱 배우는 것이 힘들어질거라 생각해 대표님께 솔직히 말씀드리고 그만두었다.

스타트업에서 짧은시간이지만 얻은 귀중한 교훈은 '개발자가 되려면 기초가 중요하다.' 였다. (사실 그때는 뭐가 기초인지도 몰랐을테지만, 하루종일 html 만 만지작 거리면서 div 하나하나 바꾸다보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기본기를 다지고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를 찾던 중 'SW 사관학교 정글' 을 만나게 되었다.

2. SW 사관학교 정글

'탄탄한 기본기', '5개월간의 몰입경험' 정글이 이야기하는 모든 키워드가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덧붙여 장병규 의장님이라는 넘사벽 레퍼런스까지 더해지면.. 너무나도 가고싶지만 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곳이 된다.

때마침 정글 3기의 진행기간이 막학기와 겹치기도 했고 코로나 덕분에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학기와 정글을 병행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정글은 대전 카이스트에서 전원 합숙으로 진행된다.)

머리부터 들이미는 성격은 여기서도 여전히 발휘되어 과감히 입학시험을 신청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기숙사에서 준비하던 입학 시험. 시험준비 과정 자체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입학시험날이 되고 놀랍게도 나는 다 풀진 못했다!🤪 그래서 시험 시간동안에는 모두 풀지 못한채로 제출하고, 너무나도 분해서 끝나고 계속해서 찾아보고 결국엔 알아냈다. 아쉽지만 그것또한 내 실력이었으니 1차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합격이었다! (놀라움의 연속)

그렇게 어찌저찌 면접까지 가서 면접당일 떨리는 마음으로 입장했는데, 다 풀진 못했지만 결국엔 알아냈다는 점을 어떻게든 어필하려 애썼다. 순조롭게 진행되나 싶었는데 갑자기 의장님이 '정글을 떨어진다면 어떻게 할건가요? 요즘 공채 시즌인데' 라고 물어보셔서 당황했지만 나름 잘 대답했던것 같다. 아마도 간절함을 보고싶었던게 아닐까.. 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정글에 합격한 뒤의 여정은 이전 블로그 글들에 있으니, 따로 서술하지는 않겠다. 한가지 분명한건 정글의 시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정말 개발자로서의 기본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3. 그리고, 지금

입학시험도 제대로 못풀던 개발자 지망생에서 협력사 중 한곳에 취직해서 웹 개발자로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글을 쓰며 오랜만에 돌아보니, 정말 지난 1년여의 시간은 놀라움과 감사함의 연속이었던것 같다.

한가지 생각해볼만한 것은, 지금까진 취업후에 맡겨진 업무를 처리하는데 급급해서 좀 더 나은방법, 더 발전하는 방법등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물론 업무의 variation에 점점 익숙해질 수록, 빠르게 할 수는 있었지만 그걸론 부족하다는 느낌이 요즘들어 많이 든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개발자가 되기로 선택했고,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지금은 우선은 '좋은 프론트 엔드 개발자' 가 되는것에 집중해보려 한다. 이 블로그 글은 그 시작점으로서의 역할또한 하는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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