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서울 본과정 후기

Plut0·2022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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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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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1살의 나이로 42서울의 여정을 시작했다.
2년간 42서울에서 활동했고, 42서울의 공통과정까지 마친김에 42과정 및 42서울 후기를 작성해본다.

서술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많으며, 공식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이 사람은 42과정과 42서울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좋을거 같다.

개요

42는 2013년 프랑스에서 IT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교육기관 으로서, 학비와 교수, 교재가 없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설계했다. 프랑스의 ecole 42를 시작으로 42출신의 역량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세계 각국에 여러 캠퍼스를 설립하게 되었고, 2020년 한국에도 42서울 캠퍼스가 설립되었다.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기반의 학습이 진행되며, 42의 전용 인트라넷에 연결된 IMac이 수백대씩 설치된 '클러스터' 라는 공간에서 학습이 진행된다.

학교 이름인 '42'는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Deep Thought 컴퓨터가 찾아낸 해답에서 유래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42 핵심 가치

뜬금없을수 있지만 후기를 적기에 앞서 42의 핵심 가치라고 생각되는것들을 먼저 정리하려고 한다. 42는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교육 시스템이며, 독특하면서 효과적인 42만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핵심 가치를 먼저 파악하는것이 중요하다. 이 문단의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이다.

동료

42는 기본적으로 교재 및 교수가 없는 학습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학습해?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동료가 그 해답이 된다. 기본적으로 42에서는 교육생이 해결해야할 과제만 주어지며,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은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생이 스스로 학습을 하게되는데, 동료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내가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옆사람에게 물어보고, 옆사람도 모른다면 슬랙(커뮤니티 및 메신저) 에도 올려보고, 아는 사람을 찾아다녀도 된다. 상대방도 그렇게 공부했기 때문에 친절하게 답해줄 것이다.

교육 시스템 자체에서도 이를 장려하는것을 볼 수 있다. 모든 과제는 통과를 하기 위해서 동료평가 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같은 과정을 진행중인 교육생이 자신의 과제를 평가하고, 점수를 주는 것이다. 과제를 평가하러 온 평가자가 이미 해당 과제를 진행한 상태라면, 과제에서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고 코드를 리뷰하며 피평가자가 학습을 할 수 있고, 평가자가 아직 해당 과제 내용을 모르는 상태라면, 피평가자가 평가하러온 평가자에게 설명을 해 주며 평가자가 학습을 할 수 있는 형태이다. 또한 평가자가 잘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각 과제마다 평가를 위한 가이드라인 및 평가 기준을 제공한다.

이렇게 42과정을 진행하며 얻은 동료는 42과정을 마무리 짓고 나서 남아있는 가장 큰 자산이다.

커뮤니케이션

42의 클러스터 환경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42과정 자체가 동료들과 부대끼며 진행하는 과정이라는걸 알 수 있다. 동료들과 함께하는 과정인 만큼 좋은 동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단순히 같은 과제를 진행한다고 모두가 동료가 되는건 아니다. 그중에서도 자신과 말이 잘 통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동료가 되는것이다. 동료를 만들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해봐야하고, 피씬에서 기회가 많을 것이다. 모르는게 생긴다면 주저하기보다 동료를 만들 기회라 생각하고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누군가 당신에게 물어보러 온다면 이또한 동료로 만들 기회라 생각하고 친절하게 답변하면 좋다.

내향형인 사람이라면 겁을 먹을수도 있지만 필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필자도 MBTI 검사를 진행해보면 I 가 90% 이상 나오는 사람인데, 처음엔 조금 어렵긴 했지만 이내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단순한 친구관계보다, 42과정을 함께 해쳐나가는 동료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면, 조금 낯가리게 되더라도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고 소통을 할 수 있을것이다. 그래도 적응이 안된다면 아쉽지만 42와는 맞지 않는 인재인것...

또한 42에서는 과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동료평가라는 관문을 거쳐야한다. 평가자와 피평가자는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제출한 과제물에 대해 코드를 리뷰하고, 피평가자는 평가자의 질문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서로 대화를 하며 평가를 진행하기때문에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의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내 코드를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거나, 상대방의 코드에서 궁금한점을 질문하는 과정을 거치며 상대방에게 내 의사를 더욱 잘 전달할 수 있게 되고,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높아지게 된다.

문제 해결을 대하는 방식

42과정에서는 과제가 주어진 후 어떠한 가이드라인이나 학습자료가 제공되지 않는다. 교육생은 스스로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공부한 후에, 공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어떠한 문제가 주어졌을때, 경험해보거나 학습되지 않은 문제도 해결을 시도하는데 주저함이나 거리낌이 없어지게 된다.

또한 문제에 직면했을때, 어떤 방식으로 문제해결에 접근하는것이 자신에게 잘 맞는 방식인지 알 수 있게 되어, 문제해결을 반복하면서 점점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들어 필자는 문제가 주어졌을때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핵심 주제를 먼저 파악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어 공부하면서 함께 알아야 하는 지식이 생기면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추가로 공부하는 방식이 잘 맞았다. 그러나 42를 함께했던 또다른 동료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사전 지식을 습득 후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동료도 있었다. 42과정을 진행한다면 어떤 방식이 자신에게 잘 맞는지 알 수 있을것이다.


42의 교육 커리큘럼

42의 교육 커리큘럼인 피씬과 공통과정(inner circle), 심화과정(outter circle) 을 소개한다.

피씬

피씬은 42서울 본과정에 합류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고비다. 프랑스어로 수영장 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며, 수영장에 수영을 할줄 모르는 사람들을 물에 던져놓고, 스스로 수영하는 법을 깨달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진행되는 과정이기에 이런 이름이 지어졌다.

1년 이상 소요되는 본과정을 4주로 축소시켜 체험하게 되며, 지원자가 42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4주의 피신 기간동안에 피시너들은 개인과제, 시험, 팀과제 를 진행하며 본인의 역량을 시험하게 되고, 42에 어울리는 인재인지 검증받게 된다.

과제는 대부분 C언어 과제를 진행하게 되는데, 전공자라고 방심하면 안된다. 42과제는 제출되는 코드의 결과를 꼼꼼하게 검사하며, 42과제는 대부분 요구명세가 세세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잘 체크하고 제출하지 않으면 수많은 fail의 세례를 받을 수 있다.

피씬에 대해서는 기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더이상 발언할 수 없지만, 사실은 발언할 필요도 없다. 다른 글에서도 설명하듯 피씬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직접가서 겪고 부딪혀보는것이 가장 값지고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만약 합격을 위해서 피씬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준비하고자 한다면, 터미널 환경, C언어, 처음보는 사람과 친해질 마음가짐 이렇게 3개만 미리 준비하면 충분할 것이다.

본과정에 합류하는 합격자를 선별하는 명확한 기준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다. 그러나 피씬을 진행하다보면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는지 스스로 알게 될것이다. 피씬을 진행하며 당신이 행한 행동들과 그 결과들은 대부분 기록이 되며, 이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있게 된다. 그렇기때문에 과제던 동료학습이던, 다양한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42서울 기준 매 기수마다 600명의 지원자를 받은 후, 약 250명의 합격자를 선별한다. 지원자의 거의 절반정도가 합격하게 될 뿐더러, 중도 포기를 하는 사람들도 꽤 되기 때문에 피씬 마지막까지 노력을 열심히 한다면 합격할 수 있을것이다. 다만 노력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필자는 피씬 기간동안 하루 평균 12시간씩 공부했는데, 밤을 새가며 더 많이 공부하신 분들도 존재한다.

본과정 - 공통과정(inner circle)

피씬에서 통과한 교육생들은 카뎃 이라는 신분과 함께 본과정에서 학습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본과정은 크게 공통과정과 심화과정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공통과정은 대부분의 과제를 C와 C++ 로 진행하게 된다.대부분의 카뎃들이 머물고있는 과정이며, 2022년 9월 기준으로 공통과정 돌파자가 아직 100명이 되지 않았다.

공통과정은 기본적으로 bottom up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통과정은 시작과제와 6개의 서클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나의 서클에 있는 모든 과제를 통과하면 다음 서클이 오픈되어 과제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전 서클에서 공부하고 구현했던 지식이 그 다음 서클에서 이어져서 과제가 진행되는 경우가 잦다. 그렇기 때문에 과제를 대충 공부하고 넘기거나 다른 사람의 코드를 배끼는 등의 행위를 하면, 높은 서클로 진입할수록 배워가는것도 없고 과제를 스스로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공통과정의 과제는 가장 로우 레벨의 C언어 라이브러리 함수 구현부터 시작하여 시스템 프로그래밍 및 OS와 가상환경, 네트워크 지식을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공통과정에 마지막에서는 웹을 기반으로 한 실제 서비스를 구현하는 수준의 과제를 진행하게 된다.

공통과정에서 제공하려는 학습 목표와 지식의 종류는 일관되어 있지만, 카뎃들의 피드백이나 IT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과제가 사라지거나 변경될 수 있다. 예를들어 너무 높은 난이도의 과제들은 더 높은 서클로 이동하거나 과제 요구사항을 줄여 난이도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었고, 다루는 주제가 오래되어 시장에서 더이상 쓰이지 않거나 낡은 과제들은 삭제되기도 하며, IT 트렌드에 따라 과제에서 요구하는 기술 스택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었다.

과정만 보더라도 부트캠프 류의 학습기관 보다는 오히려 컴퓨터공학 분야의 학사와 비슷한 학습과정을 거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프랑스 ecole 42 캠퍼스에서는 공통과정을 돌파한 카뎃에게 학사학위를 주는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그만큼 과정을 통과하는것에 시간이 걸리며, 다른 부트캠프에 비해서 실제 서비스 개발을 경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만약 취업이 급해 기본지식보다는 개발 실무 포트폴리오를 쌓고 싶은 사람이거나, 컴퓨터공학 지식을 이미 빠삭하게 알고있어 기본지식이 필요없는 사람이라면 본과정을 진행하면서 회의감이 들 수 있다.

필자가 느끼기에 공통과정은 단순히 특정 플랫폼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개발자를 양성하기 보단, 다양한 IT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과정으로 느껴진다.

본과정 - 심화과정(outter circle)

공통과정을 모두 통과하여 멤버의 신분이 주어진 교육생만 학습할 수 있는 과정이며, 공통과정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심화된 지식을 공부할 수 있다. 공통과정은 말 그대로 IT 분야에서 활동하기 위해 알아야할 전반적인 공통 지식을 공부하는 과정이였다면, 심화과정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선택하여 해당 분야에 특화된 과제를 진행하는 과정이다.

게임, 시스템, 보안, AI 등 다양한 분야의 과제를 진행할 수 있으며, 과제의 난이도와 수준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심화과정은 IT 트렌드의 변화나 새로운 기술과 분야가 떠오르는것에 따라서 분야가 사라지거나 추가될 수 도 있다.

프랑스 ecole 42 캠퍼스에서는 심화과정을 일정 수준 이상 돌파한 멤버에게 석사학위를 주는것으로 알려져있다.


42과정 특징

42의 교육 커리큘럼들을 겪으며 느꼈던 42과정만의 특징을 서술한다.

게임과 유사한 학습 시스템

피씬을 포함한 42의 과정은 게임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피씬에 등록하면 42인트라넷 에서 사용할 계정을 받게 되는데, 이때 교육생의 정보가 등록되며 Intra ID 도 함께 발급받는다. 이 ID 는 42내내 사용될 고유 ID이며, 교육생의 실명 영어 철자에서 일부분을 따와서 만든다. 다른사람과 중복되지 않으며, 42에서는 이 ID 를 통해 상대방을 부르고 소통하게 된다. 마치 게임에서 닉네임을 부르며 소통하는것과 같다. 그리고 인트라넷 에서 이 ID를 통해 해당 교육생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현재 어느 클러스터에 위치해 있는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은 어떤것들이 있는지 등의 정보를 표기해준다.

또한 인트라넷에선 각 과정에 대하여 진도의 척도를 알 수 있는 수치를 제공하는데, 바로 레벨이다. 해당 과정의 과제를 통과하게 되면 과제에 설정된 만큼의 exp(경험치) 를 받을 수 있고, 이 경험치를 쌓아 레벨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서 교육생의 학습 현황을 직관적을 알 수 있게 된다.

피씬을 통과하여 본과정에 합류하면 인트라넷에 코알리숑 이라는 소속도 생기게 되는데, 해리포터에 나오는 기숙사 혹은 게임에서의 길드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선택할 수는 없고 랜덤 배정이다. 42서울에는 건, 곤, 감, 리 4개의 코알리숑이 존재하며, 코알리숑에 소속되어 여러 활동에 참여하거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매달 이루어지는 코알리숑 점수 경쟁이 있는데, 본과정을 진행하며 과제를 통과하거나 다른 사람의 과제를 평가하게 되면 코알리숑 포인트라는 것을 지급받는다. 이 코알리숑 포인트는 각 코알리숑 별로 합산되며, 코알리숑 포인트가 가장 높은 코알리숑에 소속된 카뎃들은 과제를 통과할때 추가 exp 를 받게된다.

이외에도 42서울에서 주관한 체육대회에서도 코알리숑별로 팀을 나누어 진행하기도 하고, 42서울 기준 6개월에 한번씩 각 코알리숑 별로 코알리숑 마스터를 선출하며, 코알리숑 마스터가 주최하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 또한 42서울의 코알리숑 마스터에게는 42서울 운영진과 직접 소통할 수 있기에, 42서울의 건의사항이나 개선사항등은 코알리숑 마스터를 통해 운영진에게 전달되는 형식이다.

마지막으로 42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화인 wallet(월렛) 이 있다. 42서울 기준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봉사에 참여하거나 인트라넷에 업적을 달성하면 얻을 수 있으며, 이렇게 모은 월렛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월렛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42서울의 월렛 상점에서는 옷이나 노트북 파우치, 슬리퍼 등 다양한 42서울 굿즈를 판매하며 AWS 크레딧이나 맥북, 아이패드 대여와 같은 학습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게임 시스템 덕분에 과정 자체가 상대적으로 재밌게 느껴질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목표의식과 경쟁의식을 자극하여 학습에 더 도움을 준다고 느낀다.

블랙홀

42본과정 중 공통과정에 해당하는 내용이며, 일종의 생명 기한이다. 처음 본과정에 합류하게 되면 70일이 주어지게 되며, 이 블랙홀 기간이 지나면 교육생은 블랙홀에 빨려들어가게(퇴학) 된다.

주어진 과제를 통과하면 블랙홀 기간이 늘어나며, 그렇게 블랙홀 기간을 늘려 다시 과제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과제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생긴 제도이며, 아마 카뎃들이 본과정을 진행하며 가장 많이 신경쓸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퇴학이라는 것에 너무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아도 된다. 피씬을 통과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다른것과 병행하거나 놀지않고 본과정 과제에 집중만 해도 충분한 양의 블랙홀 기간이 주어진다. 특히 낮은 서클 과제의 경우 과제 진행에 1주일 정도 걸렸는데 블랙홀은 2달을 받는등 아주 넉넉한 기간이 주어지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학습의 자유

위 블랙홀과 연결되는 주제이다. 42는 기본적으로 교수와 교재 없이 교육생 스스로 학습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교육생이 다른 활동을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과제의 평가는 오프라인으로 받아야 하지만 과제 진행자체는 개인 환경에서 가능한 덕분에 42과정을 진행하며 학교를 다니거나 취업준비를 병행할 수 있으며, 일을 하면서 공부할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다른 활동과 병행한다면 블랙홀에 쫓겨 제대로된 학습이 되지 않을 수 있으며, 최악에 경우엔 블랙홀에 빠져서 퇴학을 당하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높은 난이도의 과제

본과정의 과제들은 난이도가 높다. 꾸준히 난이도를 조절하는 업데이트를 통해 많이 쉬워졌지만, 일반적인 컴퓨터 공학 학사 수준의 과제로 생각하면 안된다.

C언어 과제를 기준으로 배열을 사용할 수 없으며, 동적할당을 통해 사용해야 하고, 이렇게 동적할당된 메모리는 전부 해제(free) 를 해줘야 한다. 만약 메모리 누수(leak) 가 나게 되면 과제는 바로 fail이다. 또한 다루는 내용도 일반적으로는 다루지 않았을 주제일 뿐만아니라, 과제에서 구현을 요구하는 사항도 많고 까다롭다. 거기에 더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등의 가이드라인조차 주어지지 않아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학사졸업을 한 사람이여도 과정을 진행하는데 꽤 많은 학습시간을 요구하게 된다.

또한 과제에서 모든 요구사항을 다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과제를 다 하고 제출한 후에 평가를 받는데, 과제에는 써있지 않던 요구사항이 평가지에 들어가 있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잦다. 굉장히 억울할 수 있겠지만 어쩔수 없다. 42는 교육생에게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retry 버튼을 누르는 방법밖에 없다..

Norminette(문법검사기)

여기에 더해 카뎃들을 코드 지옥으로 이끄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Norminette(문법검사기) 이다. C언어 과제에만 해당되며 42에서 진행하는 C과제는 모두 이 문법검사기의 기준을 맞춰야 한다. 이 기준이 생각보다 까다로운데, 대표적으로 한 함수에 25줄 이상이 작성되어서는 안되며, 함수당 매개변수는 4개로 제한되고, 각 줄마다 80자의 제한이 걸리게 된다. 또한 변수 선언 위치나 들여쓰기 형식도 꼼꼼하게 검사한다. 그냥 구현해도 쉽지 않은 과제를 위 조건에 맞추면서 구현하다보면 많이 스트레스 받게 된다.

문법검사기에 대해선 말이 많은데, 제한하는 문법이 많고, 코드를 줄여쓰거나 간단하게 표현하는 방식을 대부분 막아두었기 때문에 이게 과연 효과적인가 하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문법검사기에 맞춰 코드를 작성하다 보면 줄 수 제한이나 글자 수 제한 덕분에 함수 하나를 작성할때에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성하게 되며, 들여쓰기나 변수 선언 위치를 맞추니 코드의 가독성도 올라가게 된다. 또한 문법검사기를 맞추다 보면 카뎃들의 코드 스타일이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에 코드 리뷰를 할때도 훨씬 알아보기 쉽다고 느끼게 된다.

결론적으로 문법검사기를 사용하면서 불편한것은 많지만, 리소스를 아끼고 코드 스타일을 통일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동료평가의 장점과 문제점

42의 핵심중 하나인 동료평가는 장점과 문제점이 명확하다. 먼저 장점부터 살펴보자면, 쌍방 학습이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위에서 설명했듯 동료평가를 통해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 학습할 수 있으며, 만약 평가하는 도중 이 사람이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이 든다면, 계속해서 소통해나가고 동료로 만들 수 있다. 또한 과제를 평가하는 평가자가 누군지, 어떤 질문을 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평가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평가자가 질문하는 것에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부분을 공부하고 준비해야한다. 이러한 부분 덕분에 단순히 코드를 배껴서 제출하거나 스스로 고민하는 부분 없이 남이 공부한 자료만 따라서 과제를 하게 된다면, 평가때 부끄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동료평가를 통해 캠퍼스 내 동료들끼리 서로 학습하고 과제를 검증할 수 있는 반면에 동료평가에도 문제점들이 있다. 먼저 지인 저격 평가를 막을 수 없다는 부분이다. 평가는 평가자가 원하는 시간에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고 시간을 지정하여 open 해두면, 피평가자는 과제를 제출한 후 open된 시간중에서 선택해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합의하여 사람이 없는 새벽 3시에 평가를 열고 잡는다면? 높은 확률로 서로 매칭될 것이다. 시스템적으로도 한번 평가를 진행한 대상은 일정기간동안 다시 평가가 잡히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는것 같지만, 이런 허점은 막을수가 없다. 이 부분은 42서울에서 금지한 사항이며 운영진들이 직접 검수하며 많이 줄어들긴 했다.

두번째 문제점은 평가자 매칭운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과제를 통과하기 위해선 3번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3번 모두 낮은 서클의 평가자가 잡히면 과제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통과하는 경우가 생긴다. 혹은 자기주장이 강하며 어떻게든 과제에 fail 을 주려는 평가자가 잡힌다면 사실상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 부분은 본인이 더 열심히 공부하여 설명할 수 있도록 하고 꼼꼼히 구현해서 빈틈없이 평가를 준비해야 한다.

이 외에도 평가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과제를 제출해도 평가자가 없어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등도 있다. 동료평가와 이로인한 학습효과는 뛰어나지만 구조적으로 이런 문제점이 생기는것은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캠퍼스 간의 교류

42는 슬랙 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게 된다. 슬랙은 커뮤니티 겸 메신저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본과정에 합류하게 되면 전세계 모든 42캠퍼스의 교육생들이 속해있는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되며, 다른 캠퍼스의 교육생들과 소통할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캠퍼스에서 주최하는 이벤트나 행사에 참여할 수 있고, 프랑스의 ecole 42 캠퍼스로 유학하는 경우도 있다.


42서울 후기

42과정 후기를 썼는데 42서울 후기를 왜 쓰느냐?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위 글에서 42와 42서울 단어를 구분해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42과정과 42서울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42과정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피신 및 본과정 의 커리큘럼을 의미했으며, 이후 서술할 42서울은 한국 커뮤니티만의 특징이나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존재하는 지원금, 멘토링 등 42서울만의 특별한 부분들을 의미한다. 이 부분도 주관적인 내용이 많다.

지원금

42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42서울 캠퍼스만의 특징이며 전세계 다른 어느 캠퍼스에서도 지원금을 주는 경우는 없다. 매달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며, 세금을 제외하고 91.2 만원을 받게 된다. 물론 지원금을 받는 기준도 정해져 있다. 2022년 9월 기준 클러스터 출석 시간 80시간을 채우고,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상태여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취업한 사람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지원금을 주는 이유는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학업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명목이다. 그러나 지원금만을 노리고 42서울에 들어와서 42과정은 등한시하고 본인 학업이나 취업준비만을 하는 교육생들도 있으며, 지원금을 받기위해 퇴학당하지 않으려고 공부를 안한 채로 과제를 배껴서 내는 등의 부정행위를 일삼는 교육생도 있다.

지원금 덕분에 학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교육생도 많지만 오히려 지원금만을 노리고 42서울에 들어와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않고 다른 사람의 기회를 박탈하는 교육생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멘토의 존재와 멘토링 시스템

지원금과 더불어 42서울만의 특별한 시스템 중 하나이다. 다양한 분야의 멘토님들을 42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멘토님들의 역할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멘토링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고민내용을 보고 답변을 준 멘토님과 시간을 잡아 멘토링이 가능하며, 취업을 위한 자소서 첨삭이나 프로젝트 진행중 막힌 부분, 창업이나 인생 고민상담까지 들어주신다. 멘토링 시스템을 잘 사용하기에 따라서 매우 도움이 많이 되는 부분.

또한 멘토님을 필두로 프로젝트도 진행되는데, 멘토님이 구심점이 되어 프로젝트 참여를 원하는 교육생을 모집하고 프로젝트를 직접 지휘하신다.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경우 기본적으로 경력이 많은 멘토님의 지휘아래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좋은 프로젝트 경험을 쌓을 수 있으며, 실제 서비스 배포와 운영까지 경험해 볼 수 있다.

멘토님들을 통한 취업연계도 상당한 편이다. 대기업에서 멘토님들을 통해 PBL 을 진행하는가 하면,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소개해주거나, 바로 면접으로 이어주기도 한다.

멘토님들과의 과도한 친목 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멘토 시스템도 많이 개편되고 새로운 멘토님들도 많이 영입하면서 상당부분 개선되었다.

42서울의 네트워킹

42서울은 신청제한이 대한민국 국적과, 고등학교 졸업이 끝인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다. 필자는 17살의 교육생부터 40대 후반의 교육생까지 만나보았다. 또한 비전공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과정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네트워킹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교육생들끼리 끊임없이 소통하고 함께 지내기 때문에,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를 다니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교육생들과 함께 술을 먹거나 놀러갈 수도 있고, 둘도 없는 친구를 만들수도 있을것이다.

게다가 42서울 본과정에는 IT 분야에 열정이 있고, 해당 분야로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인맥을 만들기도 유리하다. 필자의 경우 대학교에서 소프트웨어 전공을 가지고 있지만, 학과의 100명중 IT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이 20명이 채 안됐었다. 그러나 42서울에 함께하면서 이 분야에 뜻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이러한 부분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스터디를 할때에도 이점이 있는데, 원하는 프로젝트나 스터디가 있다면 슬랙을 통해 쉽게 팀원을 모집할 수 있다.

42서울에는 다양한 동아리도 있는데, 모두 교육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밴드부, 운동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동아리도 존재하며, 원한다면 직접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할수도 있다.

운영의 문제

42서울의 운영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캠퍼스 운영사항에 있어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과, 교육생의 피드백을 받기전에 내부에서 결정 후 통보하는 식의 운영 등이 많은 불만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42서울의 경우 다른 캠퍼스에 비해 지원금이나 멘토링 등 처리해야할 업무가 많고, 운영진의 인원이 제한되어 있으며, 코로나로 인한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변수가 많아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당 문제에 관련하여 교육생들의 건의가 많아지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42서울

주관적인 감상이다. 필자가 42서울에 합류한 2020년은 42서울이 처음 시행된 해 이기에 업계에서도 별다른 인지도가 없었다. 그러나 약 3년정도가 지난 2022년 10월쯤에는 교육생들에 대한 시각이 업계에서 긍정적으로 비치는것 같다. 기업에서 취업 연계나 채용 설명회를 많이 열기도 하며, 일부 기업들은 42서울에서 공통과정의 일정 부분까지 통과한 사람은 코딩테스트 등의 절차 없이 면접 후 바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42서울을 추천하는 대상

IT 분야에 뜻이 있고, 기초적인 지식을 튼튼하게 바로하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대상이다. CS지식을 깊게 다루는 과정이며, IT 분야에 도전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꿈을 가지고 있다면 추천할 수 있다. 특히 아래 범주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IT 분야로 이직하려는 사람
  •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입시를 하지 않았지만 IT 분야에 뜻이 있는사람.
  • 학사과정을 마쳤지만 CS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취업준비생

글을 마치며

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어지게 됐다. 42과정과 42서울의 전반적인 내용과 주요 이슈들에 대해 작성자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후기를 남겨보았다. 42서울에서 본과정을 진행하며 많은것을 경험하고 배운 입장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각으로 42서울을 바라보고 있다. 약 7년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공부를 진행했지만, 42서울 에서 활동한 지난 2년이 가장 많은 성장을 이룬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42서울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보려는 사람, 42서울 본과정을 진행하며 열심히 학습중인 사람, 42서울을 이미 마치고 취업하여 현업에서 활동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42서울은 누군가에겐 이런곳이었구나 하고 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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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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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5일

자세한 후기 정말 감사드립니다. 42서울에 관심이 있어서 찾아보게 되었는데 덕분에 많이 알수있어서 좋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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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3일

자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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