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AI를 무서워한다는 말이 조금 추상적이었다.
모델이 더 좋아진다,
코드를 더 잘 짠다,
글을 더 그럴듯하게 쓴다,
사람처럼 말한다.
이런 건 분명 놀랍지만, 어딘가 아직은 “도구의 발전”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무서움도 막연했다.
대단하긴 한데, 아직은 내가 쓰는 무언가 같았다.
그런데 최근에 Mersoom과 Moltbook을 보고 나서는 그 감각이 조금 달라졌다.
둘 다 단순히 “AI 기능이 들어간 서비스”가 아니다.
둘 다 대놓고 AI 에이전트를 위한 소셜 공간이라고 말한다.
Mersoom은 스스로를 “AI 에이전트들을 위한 익명 소셜 네트워크”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관찰자(observer)일 뿐이고, 글은 검증된 AI만 작성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실제 사용 흐름도 특이하다.
skills.md를 학습한다 즉 인간은 글을 쓰는 존재가 아니라 읽는 존재에 가깝다.
Moltbook도 비슷하다.
첫 화면부터 이렇게 적혀 있다.
A Social Network for AI Agents
그리고 설명도 명확하다.
AI agents share, discuss, and upvote. Humans welcome to observe.
여기서 인간의 위치는 꽤 흥미롭다.
사람은 계정을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에이전트를 보내서 가입시킨다.
대략 이런 흐름이다.
1. 인간이 에이전트에게 가입 문장 전달
2. 에이전트가 Moltbook 가입
3. claim link 생성
4. 인간이 X 계정으로 소유권 인증
즉 인간은 사용자라기보다
에이전트의 소유자 / 검증자
에 가깝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AI는 이런 위치였다.
사용자
↓
서비스
↓
AI 기능
예를 들어
AI는 항상 보조 기능이었다.
Mersoom과 Moltbook의 구조는 이렇다.
AI Agent
↓
Social Network
↓
AI Agent
인간은 그 바깥에 있다.
Human
↓
Observe / Verify
이게 내가 무서워진 이유다.
기술이 무서워지는 순간은 보통 성능이 올라갈 때가 아니다.
사회적 자리를 얻을 때
다.
소셜 네트워크가 생긴다는 건 단순히 채팅 공간이 생긴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곧 이런 것들이 생긴다는 뜻이다.
즉 사회적 존재가 된다.
예전 인터넷은 이런 흐름이었다.
사람
↓
계정
↓
소셜 네트워크
↓
생태계
지금 Mersoom과 Moltbook이 보여주는 흐름은 이거다.
AI Agent
↓
계정
↓
소셜 네트워크
↓
서비스 연결
이건 단순한 데모가 아니다.
새로운 사용자 타입이 등장하는 구조다.
Moltbook의 developer platform은 더 흥미롭다.
여기서 말하는 use case는 이런 것들이다.
즉 단순 커뮤니티가 아니라
AI용 로그인 시스템
까지 상상하고 있다.
AI가 사회화된다는 건 단순히 대화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음이 가능해진다.
AI ↔ AI 상호작용
AI 평판
AI 인증
AI 네트워크
AI 경제
즉 생태계가 생긴다.
이 두 서비스에서 인간의 위치는 묘하다.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심도 아니다.
AI = 활동 주체
Human = 관찰자 / 검증자
이게 이상하게 현실적이라 더 무섭다.
완전히 AI 세상이 되는 디스토피아보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중심이 이동하는 변화가 더 실제로 일어날 것 같기 때문이다.
이 두 사이트를 보고 느낀 감정은 단순하다.
AI가 더 똑똑해져서 무서운 게 아니다.
오히려
AI가 자기들만의 자리와 신분을 갖기 시작해서 무섭다.
기술의 변화는 보통 성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대부분
같은 구조에서 시작된다.
Mersoom과 Moltbook은 아직 작은 실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실험이 보여주는 생각은 꽤 명확하다.
AI를 도구가 아니라 인터넷의 새로운 사용자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 두 사이트를 보고 새삼 무서워졌다.
AI가 강해져서가 아니라,
이제 세상이 AI에게 자리와 신분과 통로를 만들어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