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5.26 ~ 2025.06.01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무언가를 시작할 때, 그것은 늘 충동적인 혹은 굉장히 사사로운 무언가에 영향을 받아 시작을 하고는 한다. 그것들의 결과는 좋았던 적도 있고, 나빴던 점도 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한다는 행위가 모든 '인간 발전'의 기본 자세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이유가 필요할까, 그렇다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때는 이유가 필요할까, 삶의 목적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아직도 고민이 많다. 항상 (흥미가 있는)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그 이유를 찾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은 2주차에 대한 회고이기도 하나, 이 캠프를 시작하기 이전의 나와 캠프를 시작한 지 고작 2주밖에 되지 않은 나에 대한 비교와 반성, 2주 간의 배운점과 느낀점을 중심으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지금 공부하는 것이 통틀어 '백엔드 개발'이라고는 하나, 내가 하는 것은 아직 '개발'이라는 단어로 통용을 하기에는 어딘가 굉장히 부족한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무엇을 전공하셨나요?' 아니, '전공자세요?'였다. 이 말은 나에게 굉장히 폭력적으로 다가왔다. 전공을 하지 않으면 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어쩌면 그렇게 당장 결론을 지어버리는 무언가라고 느껴졌다. 무엇을 전공했다라는 것이 이 집단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질문, 프라이드로 느껴졌다. 배우는 과목 자체가 무엇을 전공했는지에 따라 이해도, 수행능력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집단에서 표현하는 '비전공자'인 내가 심히 겪고 있는 상황이고, 매 시간마다 스스로의 지능과 능력에 대해 굉장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니 말이다.
나는 여기서 2주간 공부하며 느낀 사실은 단순하게 내가 무엇을 전공했는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피상적으로는 나도 안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냥 인생에서 늘 그랬듯, 단순하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고, 설령 많이 부족할 지언정 그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나이기 때문에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선택에 후회가 없게 하는 것이 최선이지 않나 싶다.
결론 짓자면 나의 삶에서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인생의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감히 내가 판단을 할 것은 아니지만서도 강사님의 수업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 배우는 나도 이해를 할 수 있게 쉬운 논리적 접근, 상황 예시들을 들어주시며 설명하는 방식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그러나 아무리 튜터의 능력이 좋다한들, 배우는 사람의 상황, 의지에 따라 굉장히 다를 수밖에 없고, 내용 자체가 무거운 경우 어쩔 수 없이 어렵게 느껴진다. 그 와중에도 이해를 시키려 본인께서 직접 강의도 올려주시고 하시니 나로선 이를 꼭꼭 씹어 삼키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단 생각을 한다. 저 분도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감히 내가 뭐라고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나로서는 이해 안되는 수준의 응원도 곧잘 해주신다.
2주 동안 LINUX, MARIADB를 배웠는데, 내 살면서 진짜 이렇게까지 많은 정보량을 습득해 본 것이 얼마나 있었던가.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고, 또 아는 만큼 인생의 해상도가 올라간다는 말을 스물여섯 먹은 지금, 이 캠프를 시작한 2주 동안 가장 많이 체감한 것 같다.
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sqld 시험을 신청을 했었다. 시험 공부를 하긴 해야겠다보니 스스로 한 달 동안 책을 보고 공부를 했다. 스스로 습득한 지식과 캠프에서 8일 동안 Database 수업을 들었던 것을 비교해보자면 압도적으로 후자의 지식 습득량이 많았다.
기본적인 쿼리문조차 힘들어했던 내가 8일 동안 열심히 수업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기본적인 문제풀이, 스키마 * 테이블 구축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아 그렇다고 sqld 시험을 잘 본 것 같지는 않다 ^^...
내 성향 자체가 그렇게 재밌는 성향이지도 않고, 또 이 집단에서는 이단아인 '비전공자'인데 하나 같이 다들 나에게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친절이나 다 같이 하는 학습이 익숙지 않다보니 처음에는 굉장히 낯설었지만, 이것 또한 '개발 문화'라고 하니 받아들이고, 또 같이 시간을 보내며 익숙해지는 중이다. 내가 굉장히 놀랐던 사실은 이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100은 아니겠지만)이 오픈 소스로 시중에 있다는 것이었다. 기술의 발전이 결론적으로 기술자들 밥그릇을 부순다고 했던가. 하지만 여기서 내가 느낀 바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 기술은 어떤 분야에든 통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 새로운 밥그릇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말이 길어졌는데, 2주 밖에 안 되었지만 대화 해 본 사람들 모두가 좋았었다. 특히 프리 캠프를 하며 만난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에게 되게 고마운 부분이 많다. 자바를 이제 막 뗀 나에게 갑자기 알고리즘 스터디를 제안을 하질 않나, 모르는 걸 해결해주려고 본인 일처럼 대해주고, 시험 관련해서도 많은 정보를 주었다. 나에게 참 많은 고마움과 깨달음을 주는 친구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게 만들어준다.
이 친구가 제안한 알고리즘 스터디 '마음은 골드'에서 만난 분들도 마인드가 굉장하다. 나는 이제 간단한 메서드 사용법만 익혔는데도 모르는 것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당연히 익혀가야 한다는 그런 마인드로 나에게 접근한다. 배움을 대하는 자세들이 굉장히 존경스럽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따라가는 것 말고는 없지 않나. 아무튼 굉장히 고마운 인연들을 만난 것 같아 스스로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매니저님들도 내가 처음 프리 캠프를 시작할 때부터 뵀던 분들인데, 너무나도 고마운 분들이다. 아무것도 몰라 무얼 할 지 모르는 때부터 시작을 하고 나서도 꾸준히 나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해준다. 아무래도 많은 수강생들을 경험하셨기 때문에 잘 다루시는(?) 것 아닐까 싶다.
이래저래 2주 동안 굉장히 많은 분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고,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주제에 맞지 않게 과분한 친절을 베풂 받은 것 같아 하루에도 수없이 무너지는 마인드에 활력을 얻은 것 같다.
나 진짜 이거 하면서 굉장히 마인드가 망가지는 순간이 많았다. 마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 처럼 수없이 활활 불타며 올라갔다가 내려올 땐 동력이 zero인 순간인 것처럼 내려갔다가.
이 하루하루가 정말 나에겐 스스로 보는 시험과도 같다. 아침에 등원하며 늘 하는 생각은 '나 ** 진짜 수업 끝나자마자 집 가야지 으아악!', 항상 결론은 남아서 자습하고 집에 간다. 나도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끓어오르는 열등감에 의한 것인지, 혹은 그냥 하기로 한 거 끝을 보고 가야겠다는 심산인 것인지.
아마 전자, 후자 모두가 해당이지 않을까 싶다. 이 캠프를 시작하기 전 굉장히 호기롭게 가족과 친구, 애인 모두에게 얘기를 했다보니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지 않나. 물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이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얻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끝에 결국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정말 하루하루 이 변동의 폭이 큰 나의 마음은 웬만한 것과 비교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이나믹하다. 이 지식의 벽에서 느껴지는 나의 고통, 스스로에 대한 한탄과 자책은 정말이지 과할 정도로 집착이 생겨버린다. 무엇이 중요한지 조금 크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그 이후로 그 집착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던 것 같다. 2주라는 시간이 정말 길고 긴 순간이었다. 앞으로 더 어려운 것들을 배우게 된다는데, 아 뭐 어때 더 하면 되지. 차두리가 유소년들에게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재밌게 해, 열심히 하고' 아 그래 뭐 재밌게 해, 열심히 하지 뭐!
이 캠프를 시작하게 도와준 형이 있다. 지금 수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데, 참 바쁜 와중에도 이제 새로 시작한 나를 위해 많은 조언을 해준다. 아무튼 뭐 그렇다고. 열심히 해 ㅋㅋ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어릴 때 읽고,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소설이었는데 모 친구가 교양 수업을 듣고 갑자기 추천을 해줘서 다시 읽게 되었다. 이런 것도 보면 참 우연이라는 것이 무섭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라는 소설인데 어릴 때는 그냥 읽고만 넘겼던 부분들이 지금은 한 챕터마다 왜 이렇게 공감이 되고, 울컥함이 생겨버리는지. 나이를 먹은 것이 체감이 된다.
차치하고, 지금 나는 싱클레어가 그린 매, 저 안에서 표현하는 알 속의 새가 아닐까, 결국은 내가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언제까지나 누군가에 기대어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저 문구와 마지막에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언젠가 다시 나를 찾아도 예전처럼 직접 가 줄 수는 없어. 그때는 너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 내가 그 안에 있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말하며 키스하는 순간이 있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싱클레어라는 주인공이 데미안에게 굉장히 의존적이고, 데미안은 죽어가며 살아있는 싱클레어에게 직접 가 줄 수 없다고 하는 내용이다.
결국은 데미안이 없는 세상에서 이제는 너 스스로의 내면과 직접 대면하여 삶을 이겨내라는 그런 의미이다.
책을 다시 읽으며 나도 막상 늘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기대어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되었고, 이 캠프를 하며 스스로 내면의 것과 (거의 강제로) 많이 소통 중이다. 6개월의 시간 동안 결국 내 안의 데미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있기를 바라며, 스스로 조금 더 강해지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2주의 회고를 마무리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