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발자 이전에 인테리어 업계에서 약 3년정도 일하면서 느낀 게 있었다.
한국에서의 디자이너는 누군가 원하는 그림을 대신 그려주는 사람이며, 내가 인테리어 대표님이 되지 않는한 이 삶은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업계 문화가 매우 매우 매우 노후됐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은 힘든 일은 더 하기 싫어하고 그러다보니 인부들과의 나이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현장 경험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중략) 이것 말고도 정말 많지만 가장 크게 변화를 원했던 것은 세가지였다.
- 내가 만든 서비스로 누군가의 삶이 편리해지길
- 적어도 내가 일한 만큼의 가치를 받자
- 좋은 문화와 좋은 사람들
클라이언트들과 미팅을 하다보면 일할 시간이 없고, 그럼 오후 늦은 시간이 되서야 본 업무를 처리한다. 그래서 인테리어 회사에서는 밥 먹듯 야근하고 주말에 현장에 나가도 최저 연봉이 다인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현장 특성상 투박한 분들이 꽤 많다. 아무래도 위험-생명이 직결된 공간이니 모두가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조금만 잘못해도 모든 것들이 돈으로 연결된다. (자재나, 부상, 인력 등) 그렇기 때문에 나
는 조금 방치되고, 일이 내 삶의 전부가 되기도 했었다.
그래도 이러한 이전 경험들을 살려 잘 해낼 수 있는 일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조금은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일 중 하나는 개발자였다. 처음에는 무작정 HTML, CSS를 따라하며 투박한 정적 블로그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뿌듯했었다.
거짓말 같겠지만 개발자로 첫 회사에 출근하고 한 5개월동안은 정말 주말에도 출근하고 싶을 정도로 회사가 너무 좋았다. 복지나 사람, 그런 것들을 다 제외하고 그냥 내가 개발자인 게 너무 좋았다. 곧 런칭할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것도 재미있고, 아주 작은 기능이지만 내 손으로 하나씩 만들어 나간다는 것 자체가 귀하고 즐거웠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서비스는 아직 혹한기를 거치고 있다. 작은 유저풀, 작은 소득으로 다음 업데이트 버전을 기다리고 있다.
만으로 8개월을 채운 지금의 소감은 이러하다. 정말 힘들다. 벌써 12명의 동료들을 보냈고, 비슷한 수의 새로운 인력이 투입됐다. 그리고 사업 리더는 벌써 세 번이나 바뀌었으며, 사수도, 중간 역할도 없이 운영중인 서비스 중 하나를 맡고 있다.
가끔은 화장실에 가서 몰래 울고 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고, 한편으로는 나 없으면 우리 서비스는 어떡해
하면서 다시 한 번 책임감을 갖는다. 내 얕은 지식 때문에 우리 서비스에 해결하지 못하는 오류가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가끔은 버거운 건 사실이다. 부정할 수 없다. 그치만 그래도 해야지. 해내야지. 머리를 조금 식히면서 또다시 다짐한다.
지금 회사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남아있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늘 감사하고.. 곱씹으면서 또 감사해한다. 표현은 잘 못했지만요...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가장 위로됐던 말이 있다. 너 그거 성장통이네~
눈부신 성장을 위해 아픈 시기라고 했다. 그 말이 어쩐지 큰 위로가 됐다. 앞으로도 열심히 더 성장하고 싶다. 올바른 길로, 눈부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