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기술적 지향점

김현수·2023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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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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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군 정보체계관리단의 소프트웨어 개발병이다. 이를 회고하는 글을 남겼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를 고민하는 글이다.
사실 노션에 어느정도 써두었으나 회고에 대한 부분은 전반적인 인생에 대한 부분이기에, 일부만 수록하겠다.

회고

--중략--

가출기

그렇게 된 이후, 나는 가출했다. 집에서의 눈총과 억압된 분위기를 탈출하고 싶었다. 삼수하라는 종용도, 한숨쉬는 목소리 모두 이가 갈렸다. 그 당시에 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나갈 당시만 해도 가출을 그렇게 오래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긴 싫었고, 그렇게 나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던 경험이 시작되었다. 2021년 1월 최저기온 영하 18도의 날씨에, 나는 코트 한벌을 입고 세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주변의 가까운 친구들에게 가출이라는 경험을, 혹은 여행이라는 경험을 꼭 하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준다. 럭셔리한 여행, 오늘 뭐먹을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하는 여행이 아니다. 스스로의 표상을 파괴하는, 나의 세계가 거짓되고 허망한 것을 깨우치는 그러한 여행이 필요한 것이다. 21살, 평생동안 할 수 있는 건 수능공부말고는 없는 그러한 어린 아이가 20만원을 들고 세상에 던져졌다. 2월 중순까지 내야하는 입학비 460만원 정도에, 지금 당장 몸을 뉘일 곳 없이 나는 서울 거리를 배회했다. 당시 한달 치 고대 주변 고시원비를 내주었던 논술 선생님이 있었고, 한걸음에 찾아와 밥을 사주었던 정훈이,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던 여자친구에 대한 고마움은 잊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460만원을 모아야만 했다. 다양한 일을 했다. 정확히 말해서는 선택이 아니라, 남아있는 어떤 일이라도 했다. 노가다도, 배달도, 나는 해야만 했었다. 어떻게든 학교에 가서 스스로를 일궈내야만 했던 것이다.

아직도 나는, 침상위에서 이불없이 코트를 입은채로, 가방을 껴안고 자던 일을 기억한다. 중산층의 자녀로 태어나 가난을 논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그 경험은 가난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동시에 가난에 대한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가난은 사람으로 하여금 미래를 꿈꾸는 것을 완전히 막아버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장 오늘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일을 하고 돌아와, 추운 잠자리에 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의 일도 하지 못할 것이기에.

이러한 일련의 경험은 표상에 대한 재인식을 야기했다. 풀어말하자면 본인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학창시절만 해도 나는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매일 아침 일어나는 고시원의 나는 사회에서 가치가 없었다. 몸집이 큰 아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인식이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의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등록금을 모두 모아 학교에 들어갔다. 내가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는 더이상 간섭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고, 그렇게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대학시절

1학년

그렇게 다시 안온한 1학년 시절을 보냈다. 이 때, C언어 실력이 매우 미진하다는 것을 알고 정훈이와 함께 1달에서 2달동안 하루 6시간 씩 공부를 했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래밍에 대한 커리어에서 이것이 나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 융학사라는 것 만들었고, 나의 첫 프로그래밍 프로젝트이다. 이를 완성시키려고 배웠던 파이썬이 하나의 점이 되어 나를 이끌었다.

2학년

2학년 1학기에는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 급급했다. 자료구조, 컴퓨터구조, 객체지향프로그래밍, 선형대수학, 리눅스 등등 모든 수업이 힘들었다. 그 당시에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키면 최선을 다하진 않았다.

방학에는 인턴을 했다. React Native도 하고, 파이썬 프로그래밍도 많이 했다. 이 때 했던 엑셀 자동화도 하나의 점이 되었다.

2학년 2학기에는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다. Drug Diary를 하면서 처음으로 파이썬 백엔드를 했고, 융학사를 진행하면서 정적 스크래핑, 동적 스크래핑, 웹의 구조, 네트워킹, 서버의 구조를 학습했다. 이 때 배웠던 네트워크와 소켓프로그래밍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었고, 실제로 네트워크 과목에서 2등을 했다. 방학 이후는 스크래핑 쪽으로 많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군입대 준비

방학 때에는, 공군을 가기위한 준비를 했다. 공군에는 개발을 할 수 있는 부대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공군 정보체계관리단이라는 자대를 가려면 전산이라는 특기를 받아야하고, 전산이라는 특기를 받기 위해, 제주도 여행때부터 점수를 따기 위해 찾아보았다. 헌혈도 하고, 봉사도 하면서 점수를 쌓았고, 자격증 준비도 해서 점수를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공군 전산특기로 5월에 입영하게 되었다.

물론 이 때에도 EAT_SSU 플젝도 진행하면서, 개발을 끝까지 놓지 않았고, 도커도 학습하면서 백엔드 지식을 함양했다.

공군 입대

전산 특기를 받아, 기본군사훈련단에 5월 30일에 입영하였다. 나는 신병 2대대 4중대 6소대였다. 말도 안되는 환경이었지만, 고시원 생활에 비하면 안온한 것이었다. 이곳의 생활도 그렇다고 평탄하지는 않았다. 32도의 더위에 군복을 입고, 방탄모를 쓰고, 총을 들고 달려보았는가? 바닥을 기어보았는가? 유격체조를 해보았는가? 지금도 조국수호라는 이름아래 죄없는 장병들은 땅에서 구르고 있다. 수해구조를 하다가도, 생명을 잃었다. 많은 명석한 이들이 짐을 나르고 있고, 식당에서 밥을 하고 있고, 철책을 확인하고, 땅을 파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이들이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한다면, 얼마나 더 발전하겠는가?

기본군사훈련단에서는 2328등에서 400등 대 성적으로 마무리했고 체계단에 오게되었다.

이들 중 개발을 할 수 있는 인원은 단 5명, 모든 파티션은 자바 기반 웹 개발인데, 한 파티션만 파이썬 기반 자동화 개발이었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기술 스택과 정확히 일치하여 그곳에 선발되었다. 운이 좋았다. 과연 대한민국 공군에서 웹 크롤링과 자동화를 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대한민국 상비군은 약 50만명, 그중 공군 병사는 34000명 정도. 그 중 개발하는 인원은 50명 내외. 거기에 나는 선발되었다.

사유는 머무름, 동시에 나아감

돌이켜보면 잘못된 선택도, 잘 한 선택도, 심지어는 직관적으로 끌려가진 경험까지도 현재까지의 여정의 이정표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 현재에는 나의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행동이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그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과거의 경험은 내가 되어 나를 증명한다.

더 나아가, 나는 내가 단기적, 중기적으로 목표한 것을 모두 이루어내고 있다. 기술적으로 무엇이 부족하고 따라서 무엇을 배워야할지 이해하고 있다. 10년 내로, 미국에서 개발을 하고 있을 내가 그려지고 있다. 20년 내로, 사업을 꾸리는 내가 그려지고 있다. 50년 내로, 교육재단을 운영하는 내가 뚜렷히 보인다. 과거에는 허망한 바람이었으나, 점점 나의 경험이 쌓이면 쌓일 수록 이는 현실화 된다. 물론 이는 내가 시간을 팔아 경험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말을 하다보니, 장황해지고 현학적인 어투로 빠지게 되는 것 같다.

간단 요약

그저 여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1. 스스로의 수준 재고
  2. 단기, 중기, 장기 목표 설정
  3. 뭐가 되었든 실천
  4. 경험에서는 의미있는 사유를 끌어내기

일련의 과정을 함께 밟아나가 최종적인 의미를 향해 나아가자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간증하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터무니 없는 믿음이지만, 믿지 않으면 어쩔건가?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스스로의 두려움을 인지하고, 노출시켜야만 한다.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인식. 나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최근 디자인 패턴을 지키는 파이썬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PEP8에 대해서 모르는 지, 파일 오픈에 대해서 무지한지, 변수명을 얼마나 엿같이 짓는지, 객체지향에 대해 모르는지,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모르는지, 웹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 모르는지 처절히 느끼고 있다. 그래서 기쁘다.

잠깐 머무르고, 다시 의미를 향해 나아가기

마지막 회고의 끝은 쇼펜하우어의 어록으로 끝낸다. 여러분도 진정한 철학을 찾는 과정을 거쳐 의미로의 항해를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

진정한 철학에서는 행간의 눈물과 울부짖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부드득 가는 소리와 다들 죽고 죽이느라 아우성치는 끔찍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철학이 아니다.

기술적 지향점

추후 수정

언어

Python

Kotlin

Academic

Database

Operating System

Algorithm

Network

Tech

Django

FastAPI

Any database

Docker

Kubernetes

Databases

Kafka

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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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생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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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9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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