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 나에게 컴공이란, N년째 성격 안맞는 남자친구와 사귀는 느낌이다.

sujin·2024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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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남기는게 저한테 독이 될 것같지만, 그래도 작성했으니까요. 그리고 이곳은 블로그니까요.

여러분은 지금 적성과 흥미에 맞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글 쓰는 걸 좋아서 기자가 되고 싶다가, 어느 날 경제 수업을 듣고 대한민국 최초의 경제 노벨학상을 받는 경제학자가 되고 싶기도 했었습니다. 꿈이 있기는 했지만 무조건 좋은 대학을 가고 무조건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 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렇게 수능 성적에 맞춰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대학 중 지원가능한 학과였던 컴퓨터공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컴공의 인기가 막 오르고 있던 때라서 지금만큼 입학 성적이 높지 않았을겁니다. 아마도?

입학 후 2년정도는 컴퓨터 공학 공부가 재미있어서 컴공으로 입학한게 신의 한수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공부가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학교를 도망쳐 인턴 생활을 했습니다. 인턴에게는 어려운 업무를 주지 않으니 재미있던 6개월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학교로 돌아왔고, 여전히 재미는 없었습니다. 전공과 다른 일을 하더라도 졸업장은 있어야하지 않겠냐는 말을 듣고 정말 졸업만 하자는 마음으로 울면서 학교를 다녔던 기억이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때 도망을 쳐야했을까요,,,

(2023년) 졸업을 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데, 하고 싶은 일이 없었습니다. 일단 대기업에 서류를 난사하기는 하는데, 또 글을 잘쓰니 서류 통과는 하는데, 면접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더이상 남은 카드가 없었을 때 인턴을 했던 회사의 소장님을 만나 식사를 하는데, 잠깐 대화를 하고나니 "너 지금 취업할 생각이 없지? 내 눈에도 잘보이는데 면접관들이 그걸 모르겠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맞습니다. 그 당시에 컴공과 관련된 일을 앞으로 30년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숨이 턱턱 막히던 때였습니다.

그렇다면 기간이 정해진 인턴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국가연구소에서 11개월동안 인턴으로 근무를 하였습니다. 인턴 근무로 얻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귀하디 귀한 물리학자 3분과 출장 겸 여행으로 다녀온 이탈리아의 추억, d3.js 활용 능력, 대전 맛집입니다.

(2024년) 다시 취업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6개월의 인턴에서는 백엔드를, 11개월의 인턴에서는 프론트엔드를 경험해봤습니다. 이제 남은건? 인공지능. 인공지능 공부를 시작합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성정과 엉덩이 싸움으로 누구든지 이길 수 있는 근성과 인내력을 가졌기 때문에 공부를 하면 뭐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업도 잘 듣고 첫번째 프로젝트도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근데, 재미가 없습니다.

근데 그렇다면 재미있는건 뭘까요? 재미없는 건 잘 알겠는데, 재미있는 걸 뭘까요? 제가 뭘하고 싶은걸까요? 그걸 찾지 못해서 N년째 컴공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상담을 받았는데, 선생님이 직업선호도검사를 해석해주시면서 직업흥미가 인공지능과 맞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이미 알고있었기에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근데 흥미와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이 몇이냐 되겠냐는 말과 함께 컴퓨터공학이 아닌 다른 일을 하기에는 이 분야를 많이 공부하고 먼 길을 오지 않았냐고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근데 다른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만큼은 흥미와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근데 흥미와 적성에 맞는 일이 뭘까요? 그걸 찾는 날, 컴공을 떠나겠습니다. 훗날, 여전히 컴공을 떠나지 못했다면 두가지겠죠. 여전히 흥미와 적성을 찾지 못했거나 흥미와 적성이 컴공이거나. 후자이길 바랍니다.

나를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또 얼마 전 ai 면접을 봤습니다. 인성 검사도 포함되어있는데, 면접을 보는 내내 이게 아닌데 하면서 문제를 풀었습니다. 내가 어떤 것을 바라는지 잘 모른 상태로 문제를 풀고 있으니 일관성이 없더군요. 올해가 9n일밖에 남지않았는데,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끝장을 봐야겠습니다. 컴공, 인공지능을 계속 할지 등돌려 새로운 길로 떠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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