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글또 (글 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 라는 커뮤니티에 지원하게 되어서 그 질문 중 하나인 내 삶의 지도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내 초등학교~고등학교 시절은 반에 한명쯤은 있는 매우 조용하고 적당히 시키는 것만 해오는 학생이었다. 숙제는 꼭 해오고 가끔 상도 타지만 그렇다고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모범생은 아니었다. 너무 소심해서 아주 어린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때를 제외하고는 발표를 해 본 기억조차 없고 당연히 반장 선거에도 나가본 적이 없다. 친한 친구들 앞에서만 말을 잘하는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 나에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 한가지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시험 점수를 잘 받는 것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초등학교 때는 부모님께 백점 시험지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고 중학교 때는 1등 석차가 적힌 성적표를, 고등학교 때는 1등급 성적표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뚜렷한 목표 없이 성적만을 쫓던 학생은 수능을 보고 목표한 곳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성적에 맞는 대학교에 성적에 맞는 과를 입학하게 된다.
성적에 맞춰 입학한 과는 수리통계학부였다. 수학과 통계를 같이 배우는 과였다. 빅데이터를 전공하던 큰 언니의 추천으로 얼떨결에 넣은 원서가 덜컥 합격해버린 것이다. 처음에 대학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동기들과 친해지고 술도 정말 많이 먹었다. 이 때 나는 초등학교~고등학교 시절에 겪었던 성적에 대한 압박을 처음으로 벗어 던지고 정말 놀기만 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내가 원하는 대학교와 원하는 과가 아니라는 마음이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정해진 답을 도출하고 정답을 맞추는 과정이 재밌었던 나는 이론을 증명해내는 것에 중점을 두는 대학 수학과는 맞지 않았고 나의 미래가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새 대학을 다니며 동기들 몰래 수능을 준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때에 나는 뚜렷한 목표가 있진 않았지만 현재의 내가 맘에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가면 내 인생이 달라지겠지라는 도피처를 찾는 마음으로 수능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 때 난 정말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대학교에서는 전교생이 Python 교양 수업을 들어야 했다. 수업 내용은 주로 Python의 문법과 이를 이용한 간단한 알고리즘 문제였다. 여기서 나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췄을 때 느끼는 쾌감을 느꼈다. 재미를 느낀 나는 점점 더 Python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됐고 전공 성적과 반대로 Python 교양 수업은 A+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해당 결과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재밌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때 컴퓨터 공학에 진학한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
드디어 나의 바램대로 컴퓨터 공학과를 입학하게 되었다. 첫번째 입시에서 대학교에 지원할 때 나의 중점은 과가 아닌 오로지 대학교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대학교는 상관없이 나는 오로지 컴퓨터 공학과만 가면 상관 없다고 생각했고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도 매우 적었다.
두번째 대학교 생활은 매우 순탄하게 흘러갔다. 컴퓨터 공학에 본격적인 전공 수업들을 들으며 Python 교양 수업을 듣던 때 내가 생각하던 세계보다 훨씬 큰 세계가 있단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추후에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서비스할 나를 상상하며 전공 수업들도 더 집중하고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과제를 할 때도 이것들이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힘들지만 즐거웠다.
특히 이 때 내 삶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얻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고등학교 시절에 소심했던 나의 성격을 고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 운이 좋게도 이 시기와 맞아 떨어져 일부러 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먼저 사람들에게 말도 걸면서 쾌활하고 밝은 성격으로 변했다. 이 시절에 만난 사람들에게 내 과거 성격을 이야기하면 놀라곤 한다.
컴퓨터 공학과를 입학한 후 다양한 공모전이나 사이드 프로젝트, 졸업 작품에 참여하며 블록 체인, AI, 웹과 앱을 비롯한 프론트 엔드 등 다양한 경험을 해봤지만 나에게 잘 맞는 것은 백엔드란 생각이 들었고 백엔드를 메인으로 취업 준비를 하던 중, 학교에서 나에게 회사를 추천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절차를 거쳐 e-commerce를 하는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나는 입사하자마자 거의 바로 팀에 배치되었는데 그 팀은 카탈로그 개발팀이었다. e-commerce에서 흔하게 떠올리는 일인 정산이나 판매같은 일을 하는 팀은 아니었다. 나는 사이트에 등록된 수천만개의 상품들을 카테고리화하거나 순위를 매기는 등의 백오피스 역할을 했다. 신입이었던 나에게 팀원들의 기량은 기대 이상이었고 특히 팀장님은 성장을 아주 중요시하는 분이셔서 나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나에게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회사는 과감하게 떠나라고 명언을 남기시기도 했다.
이 때 나는 처음으로 실무를 경험해보며 대용량 데이터를 가공하고 서비스하는 경험을 통해 책에서 보던 이론들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배웠다. 그리고 내가 기술적으로 정말 많이 부족하단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개발 책도 정말 많이 읽고 개발 스터디도 일주일에 두개씩 진행하기도 했다. IT 연합 동아리인 YAPP 에 이 때 참여해서 사이드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자극을 받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시기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회사를 다니던 중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는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되었고 사람들도 떠나고 있었다. 그리고 특히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팀장님과 사수같은 역할을 해주신 팀원분이 떠나면서 팀장님이 처음에 해주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회사는 과감하게 떠나라."
이직을 준비하며 다양한 회사에 지원한 결과 두번째 회사를 오게 되었다. 특히 이 회사는 내가 대학교 때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부터 너무 오고 싶어하던 회사 중 하나였어서 매우 설렜다. 그 이유는 크게 두자기 였는데 다음과 같았다.
그리고 그걸 내가 회사의 팀원이 되어 겪었을 때의 기분은 정말 짜릿하고 행복했다. 내가 개발한 코드를 전국의 수백만명이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일할 때도 큰 보람을 느꼈다. 또한 개발자들끼리 서로 리뷰하거나 커뮤니케이션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이제 나에게 있어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죽을 힘을 다해서 달려온 것은 아니지만 쉬지 않고 달려온 결과 지금의 내가 되었다. 다음 목표를 향해서 달려야 할 차례지만 아직 어느 방향으로 달려야 할 지 확신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누군가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창업을 해야한다, 해외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 등 정말 많은 말들이 있다. 하지만 남들의 말을 듣기보다는 첫번째 대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진짜 내가 원하고 재밌어하는 게 무엇인지 찾고 그 곳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
간결하게 자신에 대해서 잘 쓰셨네요. 잘읽었습니다.
그리고, 옥의티가 하나 있어요 "두자기" -> "두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