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는 나와 1억광년 정도 거리가 먼 단어다.
특히나 연간 회고는 살면서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막막한 기분이다.
그래도 블로그 챌린지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우선 떠오르는 대로 써내려 가본다.
일단 회고가 뭔지 알아야 회고를 할 수 있겠지?
회고(回顧):
- 과거를 돌아보며 마음에 새기고 반성한다.
- '돌아보다, 응시하다, 마음에 새기다, 반성하다'라는 뜻의 '고(顧)'를 사용한다.
아하, 회고는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내가 그동안 회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핑계는 썩 좋지 않은 기억력, 뒤따라 생각나는 건 기록하는 습관의 부재 정도가 되겠다.
그동안 봤던 회고글들은 대개 'OO 경험에서 XX를 느꼈다'는 형식이었다.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사건을 먼저 떠올린 후, 그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기억력도 안 좋고 기록도 하지 않는 나에게는 그 순간들을 생생히 되살리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회고의 첫 단계에서부터 막혀 번번이 포기하고 만 것이다.
회상(回想):
- 단순히 과거의 일을 떠올리거나 기억하는 것을 의미한다.
- '생각하다'라는 뜻의 '상(想)'을 사용한다.
내가 피하고 있던 것이 '회고'가 아닌 '회상'이었음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회고글을 무사히 완성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회고의 목적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나는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싶다.
어쨌든 이 목표만 달성한다면 굳이 과거의 일을 쭉 나열하지 않고도 회고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보다는, 어떤 것을 깨달았는지에 중점을 두고 글을 쓰기로 했다.
스포하자면 올해는 10개월 동안 우아한테크코스에 참여했기 때문에 관련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 같다.
누군가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건강을 잃은 사람에게는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제임스의 수료식 편지 중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다.
실제로 몇 년 동안 아팠던 적이 있는데, 학업이나 인간관계 등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어 병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그래도 이 시기를 거쳐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병원에서 다 나았으니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던 날, 건강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고 지금까지 마음속에 남아 날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이후로 건강은 내 인생에서 1순위가 되었다.
그래서 올해는 우테코라는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건강 관리에 나름 신경을 썼다.
생체 리듬 유지
셀프 생체 실험 결과, 7~8시간 정도 수면시간을 확보해야 커피 없이 다음날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부득이하게 밤을 샜던 며칠을 제외하면) 평일에는 매일 30분 정도 일찍 캠퍼스에 도착하고 평균 7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려 노력했다.
성인이 되고 이렇게 규칙적으로 살았던 해가 또 없는 것 같다.
식단
레벨 2부터 하루에 한 끼는 닭가슴살 샐러드 파스타를 먹고, 나머지 한 끼는 먹고 싶은 메뉴를 먹었다.
야식도 회식을 제외하면 가급적 안 먹으려고 노력했다.
카페인과 액상과당 끊기
초반에는 미션을 하다가 새벽 늦게 잠들기 일수였고 다음날 정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마셔야 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카페인에 내성이 생기며 오히려 효율이 나빠지는 듯 해서 아예 커피를 끊었다.
또 원래 스무디나 에이드처럼 단 음료도 엄청 좋아했는데 올해는 거의 먹지 않았다.
카페에서 항상 차 종류만 시켰더니 "왜 물을 돈 주고 사먹냐"는 이야기도 들었다...ㅋㅋ
운동
활동량 유지를 위해 매일 30분 이상 걷고 귀가할 때는 계단을 이용했다.
스쿼트와 레터럴레이즈도 매일은 아니지만 주 3회 이상씩은 한 것 같다.
스트레스 관리
크루들과 합주, 클라이밍 등 취미도 즐기고 방학을 이용해 공연도 보고 여행도 다녀왔다. (잘 놀았네?)
스트레스의 원인을 분석해 최대한 건강하게 해소하려 노력했다.
매년 잔병치레가 많은 나지만 위 루틴대로 살았더니 올 한 해는 그 흔한 감기조차 걸리지 않았다.
컨디션 관리는 매우 성공적으로 한 것 같다.
우테코의 소프트 스킬 교육에서는 유연함의 힘을 특히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유연함이란 익히 알고 있는 신체적 유연성이 아닌 성장 마인드셋을 의미한다.
즉,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의 성장을 믿으며 결과보다 성장을 목표로 행동하는 태도를 중요시 여긴다는 것이다.
처음엔 내가 이미 충분히 유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주변 크루들에게 "빙티는 정말 유연한 것 같아"라는 말도 자주 들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존재할 리 없었다.
자기 합리화와 객관성 부족으로 인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나의 부족한 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눈에 비친 내 개선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우테코에서는 미션마다 페어와 리뷰어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래서 나는 모든 피드백을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려 노력했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연료가 되고
부정적인 피드백은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부정적인 피드백은 무차별적인 비난이 아닌,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제안을 의미한다.
특히 "좀 더 상냥하게 말하는 것이 어떨까요?" 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스로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지만, 타인의 입을 통해 들으니 더욱 크게 다가왔다.
나는 장난과 농담을 던지며 친밀함을 표현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 의도와는 관계없이 상대방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불쾌함을 느끼거나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 조심하는 중이다.
앞으로는 피드백을 이렇게 바라보려 한다.
나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장기적으로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의지제3자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발견한 통찰의 공유내년에는 이런 건설적인 피드백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부족함으로 전부 소화하지는 못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캠퍼스에서 보낸 모든 날이 한순간도 빠짐없이 즐거웠다는 것이다.
"그렇게 즐거웠다면 공부는 제대로 했나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아한테크코스는 성적과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 덕분에 학창 시절 이후 처음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배움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우아한테크코스는 나에게 이상적인 교육 기관이었다.
학부 동안 내가 정말 개발자가 되고 싶은 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2024년을 지나온 나는 왜 개발자가 되고 싶나요? 라는 질문에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레벨4가 끝날 무렵 딜리버리 히어로의 신입 안드로이드 개발자 연계 채용 프로세스가 열렸다.
커리어를 해외에서 시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고 그동안 내가 배운 것을 점검해보고 싶기도 해 지원했다.
채용을 위해 크게 아래 세 가지를 준비했다.
특히 영어 면접 대비를 위해 원어민 수업(우테코 제공)과 영어 면접 스터디(크루들과 운영)에 몇달 동안 참여했다.
결과적으로는 아쉽게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내 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개념을 아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왜 적용했는지 설득력 있게 말하는 능력을 더 길러야 할 것 같다.
혹자는 우아한테크코스가 취업 준비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크루들이 우테코에 참여한 이유는 압축된 기간 내에 개발자로 취업하기 위한 역량을 쌓기 위함일 것이다.
우테코에 들어올 때는 안드로이드 지식을 쌓아,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당시에 내가 간과한 세가지가 있었으니...
이에 더해, 코치님들과 다른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며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었다.
특정 언어와 프레임워크를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컴퓨터 과학과 소프트웨어 공학에 대한 기반 지식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금 극단적이지만 10년 뒤에 안드로이드 OS가 사라질 지는 아무도 모르니까ㅋㅋ)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앞으로 내가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좀 더 전략적으로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