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동안 프론트 개발자로 일했다

삼안기·2022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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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말에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부트캠프 기업협업으로 1달 간 협업생으로 지내다가 감사하게도 면접기회를 얻었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그때는 합격이 간절했고 뒤돌아 볼 틈도 없이 열정만 앞서있던 나였는데, 과연 지금의 나는 어떤 태도로 일하고 있을까.

애매한 이 시기를 나는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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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하자마자 회사의 새로운 서비스에 투입되었다. 우리 서비스는 nuxt 기반 하이브리드앱으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내가 맡은 파트는 웹이었다. 내가 투입되기 전 이미 여러손을 거쳐 대략적인 기획이 나온 서비스인데 어떤 이유에서 였는지 두어차례 엎어졌고 회사 내부에서는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던 시기, 그 서비스에 내가 들어간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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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즉 개발팀에 프론트엔드의 인력은 모두 앱 서비스에 있었고 내가 진행하는 서비스에서는 일을 공유할 만한 사수랄게 없었다. 같은 프론트 개발자라도 업무가 다르면 코드 리뷰 등의 어떤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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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부분이 힘들었지만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면서 코드 퀄리티는 여러 다큐먼트들을 찾아보면서 스스로 높여갈 수 있었고 특정 기능이나 성능개선은 다른 개발팀원에게 공유하며 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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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전공을 했었다. 그 덕에 디자인 시안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기획에도 입을 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첫 한 달은 시안이 나온대로 코드를 짰다. 무지의 시기가 지나고 이 프로젝트를 왜 하는지 묻고 다녔다. 타겟이 누구이며 이 기능은 왜 들어갔고 정작 중요한 프로젝트 핵심이 무언지 의견도 내보았다. 그 당시 기획자가 일하는 법, 디자이너가 일하는 법, 개발자가 일하는 법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보며 각 직군은 어떻게 일하기에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각자 생각이 다른걸까 매일 답을 찾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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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워라밸이 정말 괜찮은 편이다. 다만 나는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야근으로 보냈다. 코드를 치는게 재밌기도 했고 내가 만든 서비스가 빨리 시장에 나왔으면 해서도 있었다. 날들 중엔 쉽게 안풀리는 기능으로 종일 잡고 있던 경우도 있었는데 해결될 때 까지 집에 가지 않았다. 이런 경우가 모여서 코드를 보는 눈이 조금씩 트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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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로 일해보니 이런 고민은 업무 프로세스 상 가장 마지막에 위치하기 때문에 전 직군의 고민이 곧 나의 고민이 되었다는 걸 알게됐다. 나의 경우 기획이 나오면 디자인 시안을 뽑고, 백엔드에서 API를 제작해 나에게 넘어온다. 세 파트의 업무 QA를 마지막에 내가 하는 셈이다. 그래서 기획에, 디자인에, 백단에 관심이 많아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세 파트와 항상 소통을 많이 하고 서비스를 보는 눈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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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서비스 내에 새로운 기능을 먼저 런칭했다. 그간 만들어 온 서비스는 베타 기간이었기 때문에 실 사용자에 대한 피드백이 그렇게 없었지만 런칭한 기능에서는 실시간으로 대응해야했다. 그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피드백을 보수해나가면서 그동안 내가 한 건 정말 평화로운 개발이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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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상호 평가가 거의 없다. 그래서 처음엔 식사자리, 술자리를 내가 만들어가며 은근 슬쩍 요새 내가 잘 하고 있는건지 묻고 다녔다. 좋은 피드백은 더 내실을 다졌고 안좋은 건 빨리 고쳤다. 고치는 과정에서 그런 척만 해서는 되는게 아니라 왜 그런 피드백이 생겼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이 필요했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다시 물으러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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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매번 내 의견이 관철된 것은 아니다. 얼마 전에는 나도 지친 때가 있었는지 그냥 시키는 대로 해볼까 하며 기획이 나온대로 움직였다. 이렇게 편한걸... 하고 생각했다. 감정노동 없이 기계가 된 마냥 일했다. 번아웃이 온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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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활에 익숙해지면 위험하겠다 싶어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마음 맞는 팀원들을 모집해 격주에 하나씩은 꼭 올리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이 블로깅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회사에서도 스터디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6개월 전에 입사만 할 수 있으면 뭐든지 하겠다 하는 그 촌스러운 열정을 다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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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프론트 개발자가 되려면 뭘 해야하는지 항상 생각한다. 번뜩이는 생각이 들기 전 다만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더 나은 프론트 개발자가 될 기회가 온다면 잡을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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