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소프트웨어학부 전과

나상현·2023년 2월 6일
1

전과

목록 보기
1/1
post-thumbnail

사실 난 어렸을 때부터 공학을 하고 싶었다.
어쩌다 문과생으로 몇 번의 수능을 거쳐 문과가 갈 수 있는 가장 '이과스러운' 학과인,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에 20학번으로 입학했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22학번들과 수업을 들으며 느낀 것은, 학과 공부만으로는 절대로 공학에 발을 들일 수 없겠다는 것이였다.
학과 커리큘럼상 내가 원하는 과목만 듣기에는 과목이 턱없이 부족했고, 그나마 공학에 관련 과목은 내용이 허술하거나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서 구글링으로 독학하게 되었다.
이렇게 전과를 결심하게 되었다.

학과에 따라 다르지만, 중앙대학교에서 전과는 두 단계로 이뤄진다.
1. 서류 제출
2. 면접 (특정 학과는 지필고사까지)

매년 12월 초 즈음 CAU Notice에 공지되니 꾸준히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
(https://caunotify.me 서비스를 이용하시면 편해요^^)

1. 서류 제출


전과 시기에 학사마당의 전과 신청 메뉴를 들어가면
(전과합격자발표 메뉴는 합격자 발표 시즌에만 열리고, 이외 기간에는 숨겨짐)


자기소개와 전과사유를 작성할 수 있다.
공인 영어성적 또한 필요한데, 전과 모집요강에서 전과할 학과의 졸업요건에 해당하는 점수를 맞추어 제출해야한다.

점수가 높을 필요는 전혀 없고, 커트라인만 넘어가면 패스라고 한다. 커트라인이 토익 700점이면 701점이든 990점이든 동일하다.


현재 소속 대학과 학과, 출신 고교 등을 알리는 표현을 기록해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이 조항이 참 애매한 게, 소프트웨어학부의 경우 전공기초 수강여부나 관련 내용을 면접에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소프트웨어학부에서 개설되지 않고 현 소속학과에서만 개설된 과목을 수강했다고 말하면 조금 위험할 수 있다.

나는 면접에서 전공기초 과목이 소프트웨어학부 과목으로 수강한 것이냐는 질문이 나와서, 현 소속학과를 밝히게 될까봐 답변이 조심스럽다고 먼저 양해를 구하고, 허락을 받고 나서 해당 수강 과목은 현재 학과의 전공기초 과목이라고 말했다.

자기소개서와 전과 사유는 아래와 같이 작성했다.

자기소개(400자)

저는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 연구를 꿈꾸고 있습니다. 저는 습득이 빠르고 적극성이 강합니다. 일주일 만에 자바스크립트를 빠르게 배우고 밤낮없이 개발에 매진한 결과 인터넷 방송 채팅 서비스를 개발 및 배포하였으며, 이후 더 공부하여 최근에는 교내 공지 데이터 수집 및 알림 자동 전송 웹서비스도 개발했습니다. 이 중 알림 전송 서비스는 교내 인터넷 커뮤니티에 배포하여 많은 학우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컴퓨터 공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통신, 컴퓨터 구조 그리고 프로그래밍 관련 과목을 포함해 4개 과목을 수강하여 모두 A+ 점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C언어 과목에서는 교수님께서 제 코드 로직을 보시고 관련 개념의 강의 일부를 맡기셨을 만큼 컴퓨터 공학에 대한 큰 열정을 품고 있습니다

전과사유(400자)

저는 오랜 기간 논문 번역업을 하며 기계 번역의 잠재력과 한계를 업계 최전선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어 처리 분야에 관심이 생겨 관련 학술 자료를 찾으며 꿈을 키웠습니다. 자연어 처리를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는 대학원 진학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제가 현재 소속되어 있는 학과에서는 관련 분야 대학원 진학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전과를 통해 소프트웨어 학부를 졸업하여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합니다. 또한, 소프트웨어 학부로 전과하게 된다면 학부 공부와 관심 분야를 효율적으로 함께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절약한 시간 동안 연구실 학부 인턴이나 다른 프로젝트를 통해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키워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둘 다 초안 내용이 상당히 많았는데, 추리고 추리다 보니 400자를 맞추었다.
에브리타임에 두 항목을 비슷하게 작성하게 된다는 글들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자소서와 전과사유를 쓰면서 느낀 건 두 질문에서 원하는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자기 소개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나타내야 하므로 자신의 능력을 부각시키는 내용으로 작성했고, 전과 사유는 말 그대로 전과를 희망하게 된 이유를 작성하는 것이므로 스토리를 중심으로 개연성 있게 작성하였다.

2. 면접

면접은 압박면접일 거라고 예상하고 갔는데, 예상외로 꽤 평범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교수님 2분이 계신 2:1 면접이였다.
1분 자기 소개를 준비 해서 갔는데, 물어보지는 않으셨다.
다음은 질문 내용인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가급적 맥락은 비슷하도록 재구성했다.

Q: 전과 사유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자연어 처리 연구를 하고 싶은 학생입니다. 자연어 처리에 대해서 더 탐구하기 위해서는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학부로 전과하여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고 싶습니다.

Q: 아시다시피 저희 학부에 전과 지원자가 많은데, 본인이 다른 지원자에 비해 나은 점이 무엇인가요?
A: 자기소개서에서 간략히 언급했듯 프로젝트만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런칭하고, 유저 약 80명을 모으고 피드백을 받고 유지보수까지 해보았기 때문에 코드를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이런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저의 경쟁력이 될 것 같습니다.

Q: (자기소개서를 다시 읽으며) 서비스는 어떤 서비스 였나요?
A: ~~해서 ~~하고, ~~하게 정리해서 ~~하는 서비스였습니다.

Q: 자기소개서를 보니 들은 과목이 많은데 다 타과로 되어있나요?
A: 현재 학과를 공개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말씀드리기 좀 조심스러운데 말씀을 드려도 될까요? (공개는 하지 말고 이야기하라는 답변을 듣고) 현재 학과 전공 기초로 되어있는 과목입니다.

사실 기컴프는 산업보안학과 과목이 아니라 소프트 과목이라서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까먹었다.

Q: 번역을 했다는 내용은 뭔가요 어떤 분야를 했나요?
A: 의약학, 법학 위주로 했고, 최근에는 경찰학을 했습니다.
Q: 컴퓨터 관련은 안하셨고요?
A: (사실 예상했던 답변이라) 네, 컴퓨터 관련 번역은 하지 않았지만 번역을 한 것이 자연어처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이기는 합니다.

Q: 제일 잘하는 언어가 뭔가요?
A: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는 언어는 C 인 것 같습니다.

Q: C 언어에서 제일 중요한 개념이 뭔가요?
A: 포인터 개념인 것 같습니다.

Q: 포인터가 가지는 장단점, 그게 왜 좋고 나쁜지 말해보세요
A: 포인터의 사용으로 인해 프로그래머의 재량이 넓어져 로우레벨까지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임베디드 장치나 성능이 한정된 장치에서 유용합니다. 조금 논외이기는 하지만 가비지 컬렉팅을 하는 다른 언어와는 달리 프로그래머가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Q: 단점은요?
A: 단점은 어렵고, 프로그래머가 똑바로 신경쓰지 않으면 오버플로우 등의 문제 발생 가능합니다. 예시로 스택 오버플로우가 있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마지막 답변은 틀린 말이다. 포인터로 메모리를 조작해서 사용하는 것의 문제가 오버플로우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동적 할당 되었는데 free가 되지 않은 경우에 힙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답변은 아마 앞서 잠시 언급한 가비지 컬렉터의 부재로 인한 메모리 누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일 것 같다.

3. 결과


마지막 답변이 조금 부정확했기 때문에 마음 졸이고 있었는데 다행히 합격했다.

1년간 학점 따면서 고생해서 드디어 전과를 하게 돼서 좀 후련했다.

4. 느낀점

  • 교수님들이 자소서 안읽고 온다 -> "자소서에서 언급했듯" 이라고 한 부분을 설명하라고 하셨다. 미리 읽으시는 것 같지는 않다.
  • 면접을 못 본 것은 아니지만 학점의 덕을 많이 본 것 같다(상평 4.41). 학점이 낮으면 질문 자체를 많이 안하신다고 들었다. 학점이 낮아서 안그래도 합격 가능성이 낮은데, 질문까지 적게하면 역전이 어려운 것 같으니, 스스로 학점이 좀 낮다 싶으면 질문 하나하나 자세히 답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마무리

곧 수강신청 기간이다.
23학점 듣는 귀신이 될 예정이다.

이 누추한 블로그까지 잘 찾아오신 것도 신기한데, 필요하시다면 간단한 질의 응답 정도는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 오픈채팅으로 연락 주세요!

profile
wannabe dev

0개의 댓글